어제 숙소 직원이 먹던 왕만두를 보고 맛있어 보여 아침에 만두 음식점을 찾아가
만두를 한자로 적어 보여주었다.비록 한국인인 나는 그들의 흘림체를 모를지언정
그들은 나의 번듯한 정자체를 알 것이라 생각했는데식당 주인은
그런 것은 없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혹시 내가 글씨를 못 써서 이해하지 못했나 싶어
한 번 더 적어주었으나같은 반응이었다. 분명히 내 눈앞에 만두 찜통이 보이는데도
없다고 하는 것이 이상하여손으로 그것을 가리키며 달라고 하자 그제서야
알았다는 듯이 하나를 꺼내어 준다.
그러면서 그가 내 종이쪽지와 펜을 가져가 무언가를 적어주었다. 그가 적어준
한자는 包子였는데한국에서 흔히 만두라 불리우는 그것은 중국에서는
만두饅頭가 아니라 바오쯔包子였다.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 후 열차표를 사려고 역으로 갔다. 새로 지은지 얼마
되지 않아 세련되고 깨끗한 칭다오기차역은 건물의 전후면 양측에 매표소가 있었다.
우선 숙소에서 가까운, 정면쪽으로 트인 매표소로 갔는데
내가 사려는 상하이행 열차는 2등 기차칸인 경와硬臥표가 없다고 했다.
중국여행을 준비하면서 읽었던 여행기에서중국에 가면 -메이여우(없다)-라는
말을 참 많이 듣는다고 했는데 그것을 실제로 듣게되는 순간이었다.
혹시 다른 매표소에 가면 있지 않을까 해서 반대편 매표소로 가보았으나
그곳에서 들은 말 역시메이여우였다. 하기야 실시간으로 전산처리되는
열차표 판매체계인데 어느 매표소에는 표가 있고
어느 매표소에는 표가 없을 턱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1등
기차칸인 연와軟臥 표를 샀고 역내의 가게로 가서열차 내에서 먹을 식량을 샀는데
보통 일반 가게에 비해 역내나 공항, 항구에서 가격이 비싸기 마련인데
의외로 일반 가게보다 저렴한 가격이었다.
연와는 4인 1실로 구성되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래칸에 이미 타고 있던 중국인 부부가
나를 보고 -한궈런(한국인)-이라며 수군거렷다. 옷차림을 보고 그런 건지
외양을 보고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한 눈에 내가 한국인임을 알아본 모양이었다.
나는 그나마 저렴한 윗칸을 선택했기에 짐을 위로 올려야 했는데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아래칸의 부부가 자진해서
나의 짐을 같이 위로 밀어 올려 주었다.
친절에 대한 조그만 답례로 부부와 함께 있던 아기에게 쵸컬릿을 주며
-니하오- 라고 인사를 했더니그 부부는 웃으며 아기에게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도록 시켰다.
그러고 나서 얼마 있지 않아 꽤 이른 시각임에도 열차안의 불이 꺼졌다.
그러자 같은 칸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이내 잠이 들었고
나 역시 창문에 걸려 더는 다가오지 못하던 가느다란 빗줄기를 바라보다 잠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