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랜만에 하는 여행이었다. 내가 발을 디딘 첫 번째 여행지는 중국이었다.
비교적 오랜 기간동안 돌아다니려고 오래전부터 작심을 했었기에 준비역시
꽤나 오래전부터 해 온 터였다.

비행기는 대략 한 시간이 걸려 중국 칭다오에 도착했다.
스스로 많은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기에 아무런 걱정 없이 비행기를 탔었으나
입국 심사소를 거쳐서 내 배낭을 찾는 순간 무엇부터 해야할지 막연해졌다.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도 몰랐을 뿐더러
중국어는 몰라도 한자 하나는 자신있다고 생각했으나 중국식 간체자는
의외로 읽기 어려웠다.

나는 그제서야 내가 아무나 붙잡고 한국말로 길을 물을 수 있었던 한국,
혹은 그나마 한 명의 한국인승무원이 있어 안심이 되었던 기내機內가 아닌
중국 땅에 와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미 물 건너 타지로 와 버렸으니 현재 믿을 것은 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다독인 후환전소와 공항 버스 매표원, 경찰들에게 물어 물어
버스 정류장을 찾았고 곧 칭다오 시내로 향하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잔뜩 긴장한 상태였기에 어느 누구에게 말을 걸기도 싫어 목적지였던 칭다오
기차역이 보이면 내리려고밖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기차 역처럼 생긴 것을
보지 못한 채로 종점까지 가게 되었다.

그제서야 버스 내의 매표원에게 기차역에 해당하는 한자(火車站)를 보여주자 웃으면서
옆의 버스로 옮겨 타라는 듯한 손짓을 한다. 옮겨탄 버스에서 기사가 시동을 걸었으나
몇 번이고시동이 걸리다 말고 꺼졌다. 그러자 타고 있던 사람 모두가
일제히 버스에서 내리 더니 뒤에서 밀기 시작했다.
나는 영문도 모르고 가만히 있다가 옆에 탄 소년이 내리라고 손짓을 하기에
얼떨결에 따라 내려 같이버스를 밀었다. 곧 시동이 걸렸고 나는 종점에서
몇 정거장 가지 않아 있는 칭다오 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남은 과제는 숙소를 잡는 일이었다. 말도 안 통할 뿐더러
일단 상대하기가 싫어수많은 호객꾼들을 물리치고 내가 가고자 했던 숙소를 찾아갔다.
숙소의 주인은 5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중년여인이었는데 영어가 통하지 않아
필담을 시도해 보았다. 공항에서도 한 번 느꼈지만 중국어는 못 해도
한자는 통할 것이라는 나의 순진한 추측은 꽤나 큰 오산이었다. 한국인들이
한글을 정자체로 쓰지 않듯이중국인들 역시 한자를 반듯한 정자체로 쓰지 않았다.
중국에서 쓰는 간체자는 그 모양을 잘 추측하면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나
그것을 흘림체로 써 버리니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한참 동안
진땀을 빼면서 한국식 한자는 물론 손짓 발짓에 가이드북에 나온 회화까지
동원하고 나서야 투숙을 할 수 있었다.

방에 들어가 짐을 풀고 나니 그제서야 긴장해서 모르고 있었던 허기가 느껴졌다.
칭다오시는 그리 크지 않았기 ㄸㅒ문에 그곳에서 유명하다는 음식점을 쉬이 찾을 수 있었다.
식당에 들어가 자리잡고앉아 있으니 종업원이 다가왔다. 주문을 받으러 온 것인줄 알았는데
시계를 가리키며 한참동안 뭐라고 하는 것을 보아하니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 식사가 안된다-는 듯한 의미인 듯 했다.
굳이 찾아온 집인데 그냥 나가기가 싫어이해하지 못한 척 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앉은 채로 있는데 옆의 식탁에서 밥을 먹던
중국 중년남자가종업원에게 말을 걸었다. 알아 듣지는 못해도
간간이 나를 가리키며 말 하는 것을 보니 아마 -관광객이니 조금 봐달라- 정도인것 같았다.
실제로 내 추측이 맞았는지 그의 말이 끝나자 종업원이 웃으며 내게 주문을 받았다.
그 집은 새우만두가 유명하다는 집이었는데 차림표를 보니 전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거기다가 그 순간 만두에 해당하는 한자가 생각이 나질 않아 한참을 우물쭈물 하다가
결국 새우와 만두를 그림으로 그려 보여주었다.

종업원은 그것을 보고 알았다는 듯 씩 웃으며 물러갔다.
조금 후 나온 음식은 새우만두가 아니라 각각 따로 나온
새우튀김과 납작한 전병이었다. 주문한 것이 이게 아니라고 하고는 싶었으나
말도 안 통하는 데다가 일단 허기를 달래고 보자는 심정으로 먹기 시작했다.
중국 음식이 한국 사람 입맛에 안 맞는 편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비위가 좋고 아무것이나 잘 먹어서 괜찮다고 생각해 왔는데
처음 시도한 이 중국 요리들은 꽤나 맛이 없었다.
남기기가 아까워 참고 먹다가 결국은 다 먹지 못하고 음식점을 나왔다.
음식점에서 나와서는 칭다오의 관광 명소인 잔교와 루쉰공원을 둘러보았고
타지他地에서의 하루는 이렇게 저물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