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그릴라란 영국의 한 작가가 자신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중국 오지의 어떤 마을을 뜻하는데
쉽게 말해 천국, 유토피아, 낙원, 무릉도원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어떤 사람들은 번듯하게 나온 여행지의 사진만을 보고, 혹은 그곳에 얽힌 낭만적인 사연만을
듣고서 그곳을 샹그릴라로, 그리고 여행이란 그 샹그릴라를 향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생각할 때, 이 세상에, 적어도 우리가 사는 이곳, 이승이라는 공간에 샹그릴라란 없다.
생존을 위한 치열한 삶의 몸부림은 있을지언정, 우리가 낙원이라 여기는 그곳에서 현지인들은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고 남들보다 조금 더 벌기 위해 남들이 쉴 때 움직여야 한다.
여행객들이 현실을 잠깐이나마 잊어보고자 도피한 그곳이 현지인들에겐 도피할 수 없는 현실
그 자체인 것이다. 멋진 계곡과 폭포, 산과 협곡을 한 번 보고 가는 것은 낭만이지만 그곳에
계속 있어야 함은 곧 삶인 것이다.
현지인 뿐 아니라 여행객에게도 여행은 샹그릴라가 아닌 삶이다. 멋진 풍광에 취하고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그 순간을 누리기 위해 이동수단은 어찌되는지, 가격이 얼마인지, 숙박은 어디서
해결할 것인지, 지금은 무얼먹고 다음 식사엔 또 무엇을 먹을지, 시간 안배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 전부가 이상이 아닌 현실속의 삶인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행을 무척 밝고 명랑하고 항상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것이라 말하는
여행기를 경계한다.
나의 여행관과 전면 배치되기 때문이다. 물론 여행도중 선한 사람만을 만났고 원래가
낙천적인 성격이며 기차나버스시간이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착착 맞아떨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짧은 단기여정일때나이미 모든 것이 다 정해져 있는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이라도
대단히 운이 좋은 경우라야 가능하다.
사물에 볕이 들면 그늘진 구석이 응당 존재하게 마련인데 애써 모든 부분이 양지인양 하는
것의 나의 마음에들지 않는 것이다. 여행은 그런 이들에겐 샹그릴라겠지만 나에겐 삶이다.
그리고 지난 4개월간 그것은 실제로 내게 삶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