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가운데 앉아서...
가을이 시작되던 어느날 찾아본
빙계서원을 더듬어 본다.
초록이 왜 이리 설레는걸까?
빙계서원이 더 산뜻하고 깔끔하게 눈에 들어온다.
마음으로 더듬어 보는 일은 언제나 그 시작과 끝이 아련하여
처음보다 더 아름다운 색을 입히게 되는가보다.
빙계서원은 한눈에도 새로 복원되었음이 느껴진다.
늘 처음이 신선하고 새로운것이 좋기만한 나도
옛 모습은 언제나
오래된것을 더 쓰다듬어 좋아하게 된다.
그러나 시작이 없으면 어찌 오래됨이 존재할수 있을까?
그 시작은 늘 마찬가지일게다.
빙계서원 앞에 서서 사연을 물어본다.
조선 명종(明宗) 11년(1566) 김안국(金安國)의
학행을 추모하기 위해 장천이란곳에 세워졌으며
처음엔 장천서원이라 사액을 받았다 한다.
그리고 1600년(선조 33) 이곳 의성군 춘산면 빙계리(氷溪里)로 이건하면서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을 추가 배향하고
빙계서원(氷溪書院)으로 개칭하면서
서애(西厓) 류성룡(柳成龍), 학봉(鶴峰) 김성일(金誠一), 여헌(旅軒) 장현광(張顯光)을
추향하였으며 서원철폐령에 훼철되었다가 근래에 다시 복원되었다.
전사청의 산뜻함이 이제 반갑고 고운빛깔로 보인다.
사라지지 않고 그 뜻이 다시 세워짐이 고마운 일이다.
단단함이 느껴지는 석축기단이 강당을 높고 든든하게 받쳐준다.
한결 늠늠함이 돋보인다.
바람마져 따뜻하여 느긋함이 더하였고
빙계계곡의 한적함에 서원이 오롯이 나의 차지가 된듯하기만 하다.
동.서재 학이재(學而齋)와 시습재(時習齋)는
나란히 학문하는 곳임을 알려준다.
강당 뒷편의 높다란 석축이 이내 마음을 사로잡고
오늘날 복원도 이리 아름다울수 있구나 싶다.
성현을 배향한 숭덕사(崇德祠)
빙월루(氷月樓) 뒷태를 보면서 먼 계곡까지 욕심내어 쳐다본다.
마음 분주하지 않게 잡아준다.
먼 풍경이 뭐 그리 대수로울까마는
빙계서원이 있어 이곳이 더 깊이있게 다가올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옛 풍경을 그리다가 만난 빙계서원에서는
세월이 흘러 어여 이곳에도 그 깊이가 쌓여주길 바라게 된다.
더듬어 기억하니 다시 가고 싶은 곳이 되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