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어느날.
프랑스 파리. 오직 에펠탑 정도만으로 기억이 되는 필자에게 이번 파리 출장은 처음이었다. 대한항공의 루브르박물관에서의 한국어 안내 서비스 행사 참여를 위해 파리를 방문했지만 여행전문기자 10년차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지경이다. 혼비백산 혹은 우왕좌왕으로 표현을 하는 게 적합할 지경.
샤를 드골공항에 도착을 해서 숙소인 아스트라 오페라호텔(베스트 웨스턴 계열)을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아타야 하는데 초행길이라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고민이 먼저 든다. 흑인 기사, 유럽 계통으로 보이는 기사, 동양인 기사 중 그래도 익숙한 동양인 기사가 앉은 택시를 타고 미리 준비해 간 아스트라 호텔 지도를 내밀었다.
알겠다는 듯 수긍하고 드디어 출발. 대략 25분가량의 거리였다. 도착해서 기사 양반은 각 건물마다 번호가 적혀있으니 29번 건물을 찾으면 된다고만 했다. 잠깐 어리둥절해서 찾아다녔더니 정말 20번 번호가 적힌 건물 앞에 아스트라 오페라라고 쓰여 있었다.
도착 시간은 오후 4시경. 저녁을 해결해야 하는데 30분쯤 파리 시내를 돌아다녔건만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편의점과 맥도날드는 없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파리 시내에는 없다고. 결국 애굳은 호텔 숙소의 미니바에서 초콜릿 2개를 꺼내들었다. 엄청 비싼 유로였지만.
다음날 오전 행사를 마치고 오후에는 자유롭게 투어를 하고 저녁 비행기 시간에 맞춰 공항으로 가면 된다. 오후 시간에 1시간여의 파리 시내 취재를 마치고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공항버스를 타면 된단다. 문제는 여기서 생겼다. 죄다 불어로 쓰여 있어서 많은 혼란이 있었다는 것. 아무튼 오페라하우스를 찾아서 공항버스를 찾으려 했지만 역시 버스마다 불어만이 적혀있었다.
음. 다행히 공항을 가려는지 여행 가방을 든 젊은 남녀들이 공항버스를 찾고 있어서 쫓아다니며 자연스레 공항버스를 탔다. 놀라운 건 공항에서의 입출국 심사가 매우 간편했다. 몇 가지 질문도 없었고 그저 여권에 가볍게(?) 도장을 찍어주는 수준.
초행길이라는 핑계도 있지만 예전에 해외 출장을 가서 몇 차례 길을 잃은 탓에 마음 놓고 파리 시내를 돌아보지 못하고 서둘러 허둥지둥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을 향했다.
3번씩이나 길을 물어서 오페라하우스를 찾은 것이나 공항에서 대한항공 카운터를 2번 물어본 것 등등 역시 홀로 해외를 다니는 게 필자에게는 버거웠다. 여행전문기자 10년차라는 게 부끄러울 따름이다.
샤를 드골공항 안에는 대형 입간판이 눈에 띄었다. 삼성의 휴대폰 광고였다. 또 LG의 LCD도 시선을 끌었고 대한항공의 파리지점 직원들의 친절함은 단연 돋보였다. 범상한 자유인이 되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는 깨우침을 통해 다시금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이번 출장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