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아저씨가 운영중인 영화관
아저씨와 여행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우리 ^^
미니 골프도 한 게임 즐겨보고 ^^
“또 다른 프랭크 아저씨” -그
어제의 험난했던 여정은 뒤로하고 즐거운 여행을 위해 파이팅을 외치고 다시 길을 떠난다. 그런데 길을 떠난 후 고작 5분이나 되었을까? 누군가가 우리를 불러 세운다.
“안녕! 너희들이구나!”
“저희를 아세요?”
“응. 어제 신문에서 너희 기사를 읽었어. 바쁘지 않으면 우리 집에서 시원한 음료수라도 한 잔 하고 갈래?”
갑작스러운 낯선 이의 제안에 약간 고민 했지만, 아저씨의 인상이 워낙 선하고 집이 가깝다는 말에 우리는 못 이기는 척 그를 따라 나선다. 잠시 후 도착한 그의 집은 정말 독특했다. 한쪽에는 미니골프, 한쪽에는 영화관, 한쪽에는 자동차극장이 있었다. 그리고 건물 곳곳마다 직접 그린 듯 보이는 벽화가 잔뜩 있었고, 예쁘게 가꾸어 놓은 정원도 있었다. 신기하게 집을 구경하고 있던 우리에게 그는 시원한 콜라를 주면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너희가 원하면 여기서 얼마든지 묵고 가도 좋아. 저 앞에 텐트를 치면 아마 아주 조용할거야.”
“정말요? 감사합니다.”
“응. 원한다면 영화도 공짜로 볼 수 있고, 미니골프도 마음대로 칠 수 있어. 사양하지 말고 편하게 원하는 만큼 묵고가.”
마침 어제의 무리한 주행 때문에 주현이의 무릎 상태가 걱정이 되던 참이었는데, 오늘 하루 더 쉬면서 재충전을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 이곳에 짐을 풀기로 결정한다. 일단 짐을 풀기 전에 아저씨가 미니골프 함께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의를 하셔서 흔쾌히 아저씨를 따라 나선다. 처음 경험해보는 미니골프는 아기자기하고 이색적인 게임이었다. 골프공과 골프채를 가지고 여러 장애물을 피해서 누가 가장 빨리 공을 홀에 집어넣는가를 겨루는 게임인데, 여러 가지 다양한 코스와 구멍의 크기에 따른 난이도가 있어서 쉽게 질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가족적인 게임이었다.
미니골프를 즐기고 나서 아저씨와 함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예사롭지 않은 사진을 발견한다. 어떤 부부와 아이들의 자동차 여행 사진인데, 이 빛바랜 사진속의 주인공은 바로 아저씨가 아닌가?
“이 사진 아저씨에요?”
“응 벌써 오래전 일이네. 이 사진속의 이 차를 타고 아이들과 호주 곳곳을 모험했었지. 나도 모험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사람이야.”
“아~ 그래서 우리를 이렇게 초대 해주신 건가요?”
“그렇지~ 나도 옛날생각도 나고 말이야.”
그리고 그가 우리에게 또 다른 사진을 한 장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타운즈빌 지역 신문에 실린 그들의 자동차극장 기사였다. 우리의 기사가 실린 바로 그 신문이다. 이제야 그가 우리에게 호의를 베푸는지 이해가 되었다. 신문이라는 매개체로 인해 무언가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아저씨와 앞으로의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난 후 그의 안내에 따라 뒷마당에 텐트를 치러 가는데, 하늘에서 검은 것이 눈처럼 내리기 시작한다.
“이게 뭐에요?”
“눈이야 검은 눈.”
“말도 안돼요. 이렇게 더운데 무슨 눈이 내려요.”
“농담이야 농담! 이건 사탕수수나무 재야. 엄청난 양을 태우기 때문에 근처에는 이렇게 검은 재가 눈처럼 내려.”
뒤를 돌아보니 거대한 연기가 하늘을 덮고 있다. 그리고 땅에는 어느새 검은색 재가 쌓여서 온 땅을 검게 물들이고 있다. 땅이 검게 물들어감과 동시에 하늘도 검게 물들어 어느덧 밤이 다가온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곳곳에서 차가 몰려온다. 바로 이곳이 자동차극장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자동차극장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신기한 마음으로 우리도 영화가 시작하기를 기다린다. 비록 차가 없어서 밖에서 보느라 엄청난 모기의 공습에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는 없었지만,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별빛 아래에서 이렇게 영화를 볼 수 있다는 낭만이 우리를 즐겁게 만든다. 처음에는 즐거운 코미디 영화를 한편 상영한 뒤 다음에는 진지한 내용의 드라마를 상영했다. 코미디는 즐겁게 봤지만, 드라마는 도저히 자막 없이는 볼 수가 없어서 우리는 살짝 뒤로 빠져나왔는데, 저쪽에서 아저씨가 오라는 손짓을 한다. 아저씨를 따라서 간 곳은 바로 영사실이었다. 우리는 생전 처음으로 보는 영사기의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있었고, 그런 우리를 아저씨는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우리는 이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단체로 사진을 찍었다. 지금의 이 사진도 언젠가는 그들의 빛바랜 사진처럼 우리에게는 소중한 기억이 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스럽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벌써 오래전 사진이네, 아내와 호주를 자전거로 여행할 때 만난 분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야. 나도 너희들처럼 모험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사람이라고.”
역시 단체사진! ^^
젊었던 시절의 아저씨는 이렇게 여행을 즐겼다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