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다시 즐거운 여행 시~작!
길에서 우연히 만난 자전거 여행자~ 이렇게 반가울 수가 ^^
기념으로 사진 촬영도!
“처음으로 만난 자전거 여행자” -그녀
2일간 푹 쉬었으니 오늘은 거리를 조금 늘려 90km정도 떨어진 아이어(Ayr)까지 달려가기로 한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새벽 6시에 길을 출발하여 한적한 타운즈빌 시내를 벗어난다. 대도시 주변이라도 이른 시간에는 차량 통행량이 많지 않아 수월하게 도심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길의 포장상태도 좋아서 오전 중에 꽤 좋은 페이스로 달려서 오후 1시 이전에는 오늘의 일정을 끝마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신나게 콧노래를 부르며 하이웨이를 따라 얼마나 달렸을까? 저 멀리서 무언가가 보인다. 점점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니 분명 자전거인데, 이런 외진 곳에서 자전거를 타다니 혹시 자전거 여행자일까? 반가운 마음에 빠르게 페달을 밟아 그 자전거에 다가간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역시 자전거 여행자이다. 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그에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자전거로 여행하시나 봐요~”
“응. 내 이름은 마크, 뉴질랜드 출신이고 자전거 여행 중이야. 시드니에서 출발해서 지금 여기까지 왔어.”
“대단하세요! 저희도 지금 시드니까지 가고 있는 중인데, 반가워요!”
“응. 그런데 너희 짐이 왜 이렇게 많니?”
통성명이 끝나자마자 그는 우리의 짐에 관심을 갖는다. 나 역시 줄인다고 줄였지만 그의 눈에는 우리가 상당히 많은 짐을 가지고 있다고 느낀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짐은 고작 작은 패니어 가방 두 개밖에는 안 될 정도로 간소한 것이었다. 그에게 대체 짐이 얼마나 있냐고 물었더니 그저 옷 두벌과 음식물, 공구, 캠핑 장비 밖에는 없다고 한다. 심지어 카메라마저도 없는 간소한 짐이다. 그러니 그의 눈에 커다란 트레일러를 끌고 다니는 우리의 모습이 우습게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중요한 사실을 한 가지 알려준다.
“너희는 지금 방향을 잘못 잡았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지금 계절풍이 남동풍인데, 지금 너희가 가는 방향으로는 시드니 도착 할 때까지 거의 맞바람만 만날 거야.”
우리는 이 사실을 들었을 때 까지만 해도 아직까지는 바람 때문에 별 어려움이 없었기에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다. 그렇다고 지금 방향을 바꿔서 케언즈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어찌됐던 자전거 여행 중 처음으로 만난 또 다른 자전거 여행자 마크와 기념사진을 찍고 서로 행운을 빌며 가던 길을 재촉한다.
그와 헤어진 뒤 얼마나 되었을까? 마치 그의 말을 한귀로 흘려들은 것을 눈치 챈 그가 우리에게 저주를 내리는 것처럼 갑자기 맞바람이 심하게 몰아친다. 앞으로 약 30km만 가면 되는데, 엄청난 맞바람과 최악의 도로가 우리의 앞길을 가로 막는다. 맞바람의 영향을 거의 받아보지 못했던 내겐 정말 충격적이었다. 평지건 내리막이건 계속 오르막을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어쩜 이렇게까지 바람이 거셀 수 있느냐고 남편에게 응석을 부려보지만 오늘은 남편도 진짜 힘든가 보다. 대답도 없이 묵묵히 페달만 밟아대는 것을 보니 말이다. 게다가 오늘따라 유독 주현이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 며칠 전부터 무릎에 통증이 느껴진다더니 오늘은 무릎이 아프다고 자주 멈추어 약을 바르는 것이 아닌가. 남편의 말로는 그의 주행 습관으로 봤을 때, 충분한 rpm을 확보하지 않고 무거운 기어를 오랜 시간 사용한 탓 인 것 같다고 했다. 게다가 연이은 펑크까지! 온갖 악재란 악재는 모두 갖춘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30분도 채 못 달리고 쉬고 또 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도착하기 10km전 쯤 주현이의 무릎이 한계에 다다르고 말았는지 자전거를 끌고 갈 테니까 먼저 가서 숙소를 잡고 있으라고 한다. 혼자 남겨질 주현이가 마음에 걸렸지만 이미 시간이 너무 지체된 상황이고, 백팩커스도 언제 문을 닫을지 몰라 어쩔 수 없이 그를 남겨두고 출발한다.
하지만 우리 둘의 상태도 썩 좋지는 않다. 거센 맞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두 번이나 펑크가 나니 마을까지의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질 않는다. 어찌됐든 겨우겨우 맞바람을 뚫고 간신히 아이어에 도착했지만 이번에는 숙소가 문제다. 만나는 사람마다 숙소를 물어봐 간신히 허름한 펍에 도착했지만 그들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우리를 실망시킨다.
“저희 오늘 하룻밤 묵고 갈 수 있을까요?”
“아니. 예약되지 않은 손님은 받을 수 없어.”
나도 모르게 ‘아니! 무슨 이런 조그마한 술집에서 예약이 필요하긴 해!?’ 라고 울화통이 치민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다시 다른 곳을 찾기 위해 다리품을 팔아본다. 그러던 중 주현이가 험한 몰골로 아이어에 도착했다. 아마 그날이 여행 중에 주현이가 제일 힘들어하던 날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지친 모습이었다. 그는 오늘 하루 종일 자전거가 잘 안 나간다고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2개의 자전거 바퀴는 물론이고 심지어 트레일러 바퀴까지 모두 펑크가 나 있었다. 그런데 그는 펑크인줄도 모르고 자기 몸 상태가 안 좋아서 그런 걸로 알고 있었다는 거다! 조금 웃기기도 했지만 지쳐있는 주현이 앞에서 웃을 수가 없었다. 아무튼 오늘은 지친 우리 모두를 위해서라도 빨리 숙소를 잡아야 한다! 더 이상 가격이 싼 숙소를 찾아 돌아다니거나 야영은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 조금 비싸지만 근처에 있던 다른 펍에 묵기로 한다. 다행히 우리 처지가 불쌍해 보였는지 싼 가격에 방을 제공해 주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방에 짐을 푼다. 내일의 여행을 위해 남자 둘은 피곤한 몸에도 불구하고 펑크난 바퀴들을 수리하기 시작했다. 할 일이 많아 보여 “대체 왜 이렇게 펑크가 잔뜩 난거야?”라며 나도 한몫 거들며 타이어를 살펴보는데 뭔가 잔뜩 박혀있었다. 그것들은 다름 아닌 가시! 유리조각도 아닌 가시가 수 십 개의 펑크를 낸 것이다. 갓길이 없어서 잔디밭으로 내려서 달렸는데 아무래도 그때 이렇게 된 것 같다. 오늘따라 도로도 무척 좁은데다 갓길도 없고, 차량도 많아서 잔디밭으로 달릴 수 밖에 없었는데 그곳에 이런 정체 불명의 가시들이 존재했을 줄이야! 타이어에 박힌 가시를 빼고 튜브를 새 튜브로 교체하는데, 펑크난 바퀴가 많다보니 보는 나도 진이 다 빠진다. 게다가 혹시라도 가시를 제대로 발견 못하면 새 튜브도 당장 펑크날 수 있기 때문에 꼼꼼히 살펴보느라 밤이 깊어가는 줄 몰랐다.
한 두어 시간의 고군분투 끝에 드디어 가시와의 전쟁을 마치고 샤워를 했지만, 오늘따라 서로의 얼굴에 피곤함이 가시질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짐을 줄이기 시작했다.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건 다 똑같나 보다. 고통의 원인이 무엇이든 짐이 무거우면 더더욱 힘들게 느껴지니 그 고통의 무게를 덜기 위해서 우리는 밤새 총 20kg이 넘는 짐을 추려내었다. 그리고 그 짐을 다음날 브리즈번에 있는 주현이의 후배에게 보내기로 하고 그만 잠을 청한다. 하지만, 숙소가 술집이어서 그런지 밤이 깊어갈수록 점점 더워지고 소란스러워 진다. 극도로 피곤한데도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니 내일 출발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나?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큰 가시가 우리를 내내 괴롭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