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네틱 아일랜드를 향하여 ^^
아름다운 마그네틱 아일랜드의 풍경
아름다운 마그네틱 아일랜드의 풍경
아름다운 마그네틱 아일랜드의 풍경
자전거 여행을 하다보면 정말 예측하기 힘든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멋진 풍경, 현지인의 호의, 독특한 풍물,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는 좀처럼 일어날 수 없는 멋진 일들이다. 그러나 항상 이런 좋은 일들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사실 힘들고 괴로운 일이 더욱 많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런 일들을 무시하고 여행의 밝은 면만을 부각시킨다면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힘들고 괴로운 시간들이 있었기에 작은 행복도 우리에게는 크나큰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런 순간들을 함께 나눈 우리의 사랑과 우정은 헤아릴 수 없는 깊이를 갖게 될 것이다.
“타운즈빌에서 만난 그녀” -그
우리가 타운즈빌(Townsville) 시내에 도착해 숙소를 알아보고 있을 때, 어디선가 반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저기요, 한국분이세요?”
“네, 맞는데요.”
“와~ 자전거로 여행하시나 봐요 대단하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여자분 혼자서 여행하시는 것도 대단해요!”
그녀는 혼자서 케언즈(Cairns)를 출발해 멜번(Melbourne)까지 여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이곳 타운즈빌에는 어제 도착했고, 내일은 마그네틱 아일랜드(Magnetic Island)를 둘러본 뒤 며칠 뒤에 에얼리 비치(Airlie Beach)로 떠난다고 했다.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 어느덧 해가지기 시작해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다음의 만남을 기약하며 갈 길을 재촉한다.
백팩커스의 3인실에 짐을 풀고 무사히 타운즈빌까지 온 것을 자축하며 오늘 저녁은 맛있는 스테이크를 먹기로 한다. 한국과 달리 호주의 소고기 값은 무척 싸서 $15이면 3명이서 배부르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부담되지 않는 가격에 맛있는 스테이크를 만들어서 먹을 수 있다. 식사를 마친 뒤, 앞으로의 여행에 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주현이가 이런 말을 한다.
“내일 일정은 뭐야?”
“글쎄... 일단, 타운즈빌 시내 구경하고 전망대 올라가보려고 생각하고 있어.”
“그래? 음... 그거 꼭 내일 해야 되는 거 아니면 우리 마그네틱 아일랜드 가면 안 될까?”
“갑자기 거기는 왜? 혹시 아까 그녀 때문이야?”
“꼭 그런 건 아니고...”
말끝을 흐리는 주현이었지만, 그의 눈빛은 내일 반드시 마그네틱 아일랜드에 가야한다고 내게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마그네틱 아일랜드에 향하는 페리에 몸을 싣게 된다. 타운즈빌에서 8km가량 떨어져 있는 섬인 마그네틱 아일랜드는 그리 큰 섬은 아니지만 멋진 해변과 야생동물이 가득한 숲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섬으로, 각종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휴양지로 각광 받고 있다. 그런 명성에 걸맞게 선착장을 빠져나오니 각종 리조트와 멋진 경치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오늘만큼은 우리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이 아름다운 섬을 천천히 둘러보기 위해 자전거는 숙소에 두고, 버스를 이용해서 섬을 둘러보기로 했다.
버스에 몸을 싣고 섬의 멋진 경치를 둘러본다. 에메랄드 빛 바닷가와 눈부신 백사장 그리고 내리쬐는 태양이 멋진 남국의 정취를 연출한다. 하지만 여러 멋진 장소를 둘러보며 탄성을 지르는 우리와 달리 주현이는 여기저기 기웃거리기에 바쁘다. 아마도 혹시 그녀가 이곳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내심 모르는 척하며 나도 같이 그녀가 어디 있는지 찾아보지만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아쉽지만 이제는 타운즈빌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조금이라도 더 남기고 싶어서 연신 셔터를 눌러대지만 무정한 버스는 제 시각에 맞춰 우리를 선착장에 데려다 놓는다. 정말 즐거운 날이었다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며 어색한 미소를 짓는 주현이가 좀 걱정이 되긴 하지만, 인연이라는 것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니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모든 것을 체념하고 페리에 올라서는 그 순간! 저 앞에 보이는 반가운 모습은 바로 그녀가 아닌가? 반가운 마음에 그녀에게 한달음에 달려가 인사를 건넨다.
“여기서 또 만났네요. 마그네틱 아일랜드 구경은 잘 하셨어요?”
“어라? 반가워요~ 오늘 여기 오셨었어요?”
“네. 오늘 오신다고 하셔서 열심히 버스에서 찾아봤는데 이제야 만났네요.”
“아 그렇구나. 저는 안에 산책로 따라서 계속 걸어 다녔거든요.”
드디어 만난 그녀와 우리는 페리가 선착장에 도착할 때 까지 이야기꽃을 피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갑자기 밝아진 주현이의 표정을 보니 나도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선착장까지는 20분이면 도착하는 짧은 거리라서 이제 좀 이야기가 무르익을 즈음 타운즈빌에 도착하고 만다.
타운즈빌 선착장에 도착해 밖으로 나오니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바로 얼마 전에 하이웨이에서 우리에게 수박과 파인애플을 주신 할아버지가 과일을 팔고 계시는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나누고 감사의 표시로 할아버지에게서 과일을 샀다. 기분 좋게 인사를 하고 할아버지와 헤어졌는데 뭔가가 허전하다. 우리가 잠시 할아버지와 이야기하는 동안 그녀는 친구와 먼저 가버린 것이다. 슬쩍 주현이의 눈치를 살피니 아쉬움이 가득하다. 겨우 만나서 이제 이야기 좀 나누었는데, 이제 어디서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던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다음 날 오전. 주현이가 잠시 영어학원을 알아보러 나간 사이 우리는 시내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공중전화박스에서 울고 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란 우리는 그녀에게 달려가 자조치정을 물어보았다.
“무슨 일이에요? 왜 여기서 이렇게 울고 있어요?”
“아... 아무 일도 아니에요... 그냥 좀 안 좋은 일이 좀 있어서요...”
“말해 보세요. 얘기 하고 나면 기분이 좀 나아질 거예요.”
“네... 그럴까요? 오늘 아침에 자고 일어났더니... 지갑에 있던 돈이 없어졌어요... 큰돈은 아니지만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런 곳에서 이런 일을 당하니 무섭고 서럽네요...”
아마도 백팩커스 도미토리에서 여러 명이 함께 묵다보니 이런 일이 발생한 것처럼 보인다. 경찰에 신고는 했지만 이미 도둑으로 예상되는 사람은 체크 아웃을 한 상태라 도둑을 잡을 방법은 별로 없어 보인다. 서럽게 우는 그녀를 달래주고 즐거운 이야기로 기분전환을 한다. 다행히 그녀도 금방 기운을 차리고 미소를 되찾았다. 이럴 때 주현이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기회는 만들면 된다는 생각에 그녀를 저녁식사에 초대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더욱 기운이 날 것이라는 명목으로 말이다.
그녀와 헤어진 후 우리는 타운즈빌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캐슬힐 룩아웃(Castle Hill Lookout)에 간다. 지도상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기에 만만히 보고 갔는데, 날씨도 덥고 꽤 험난한 길이 가파르게 이어져서 정상까지 오르는 시간이 예상보다 꽤 오래 걸렸다. 높은 곳에서 탁 트인 전경을 바라보며 즐거운 시간을 만끽하는데 머릿속에 불현듯 불길한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설마하며 시계를 확인하니 그녀와의 약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전망대에서 내려가는 차를 잡아타고 내려와 부랴부랴 저녁거리를 사서 숙소에 도착했지만 이미 약속시간은 30분이나 지나버렸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녀의 몫까지 저녁을 준비하지만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상심한 주현이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며 애써 아쉬움을 감추려 하지만 그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과연 그녀는 약속시간에 나왔었을까? 아직도 궁금한 일이긴 하지만 이제는 기억속의 한 장의 추억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그 이후 그녀에 관한 소식은 듣지 못했지만, 분명 그녀도 우리처럼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고 한국으로 돌아갔으리라 믿는다. 주현이의 타운즈빌에서의 인연은 아쉽게 끝이 났지만 앞으로의 더욱 멋진 인연을 찾아 오늘도 새로운 곳을 향해 달린다.
캐슬힐 룩아웃~
타운즈빌 시내가 한눈에 ^^
기념촬영이 빠질수 없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