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힐은 푼족이 사는 동네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하던가..(아니면 말고)
중요한 것은 푼'힐'이라는 것이다. 3천미터가 넘는 산이 '힐'이라닛!!!!!!!!!!!!!!
푼힐은 저 동네에서는 동네 뒷산이라 한다. 나름 민족의 영산 백두산과 같은 급인디..
새벽 5시에 출발하기로 포터 아저씨랑 약속했다.
전날 미리 준비를 한지라 4시 반쯤 일어나서 슬슬 나왔다.
손전등을 켜고 가는데 사람이 얼마 없다......
슬슬 조바심이 일었다.
어제 잠깐 만난 한국인 아저씨가 5시쯤 가면 된다고 6시 전에만 가면 되니까요....라고 했는데
그 아저씨 걸음으로 1시간이면 내 걸음으론 1시간 반~ 2시간 걸리는 게 아닐까......
그런데 그런 조바심도 잠시.
아... 힘들어 죽겠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이 망할 놈의 폐활량 같으니..
진짜 코딱지만한 게 쓸 데가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누군가가 우리를 지나쳐 간다. ㅠㅠ
전군한테 포터랑 먼저 올라가라 하고 나는 천천히 쉬면서 올라갔다.
앉아서 쉬니까 같이 쉬던 외국인 청년이 힘내자고 같이 올라 가자고 하기도 하고
한 번은 또 앉아 있으니 한 외국인 할아버지가 어디 아픈데 없냐고 자상하게 물어보고 갔다.
인정 많은 외국인들은 다들 나에게 '힘내'라고 한마디씩 하고 갔고
내가 헐떡이는 소리가 여기 저기 울려 퍼졌던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두원서 내 얼굴을 못 봤을거라는 믿음이었다 ㅋㅋ
그렇게 올라 가다가 쉬는 곳이 나왔는데 나름 경치도 괜찮은 것 같고 앞도 트여 있는 것 같고
올라가다가 해가 홀라당 떠버릴 것 같고
그냥 여기 앉아 있을까 한참 고민하다 왜인지 아까운 생각이 들어 ㅡ.ㅡ; 계속 올라 갔다.
아 진짜..
일출이고 나발이고... 봐야할까?라는 생각이 자꾸 머릿속에 맴돈다.
난 일출 좋아하지도 않는데.. 봐야할까...
그래도 푼힐 갔다 하면 사람들이 뭐 봤냐고 물어보겠지? 그럼 가다가 포기 했어요 대답하긴 쪽팔린다.
계속 이랬다 저랬다 맘은 왔다 갔다. 그런다.
겨우 겨우 올라갔더니 전군이 기다리고 있다가 사진찍자 한다.
너무 힘들어서 가쁜 숨 몰아쉬며 "자기는 저기 저기 사진 찍어! 난 그냥 쉴래!!" 그랬더니
지나가던 한국인 아저씨가 그걸 알아 듣고는 엄청 크게 웃고 지나가셨다.
하튼 정신 차리고 보니 다행인지 아직 해는 안 떴다.
우리 숙소가 가장 끄트머리에 있던 곳이라 다행히 시간이 넉넉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춥다. 진짜 춥다. 나름 이것저것 챙겨왔는데 도움이 안되는 것 같아 슬프다.
하늘은 점점 더 밝아지고
설산도 어둠속에서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다리가 아파서 그냥 앉아 있었는데 너무 추웠다 ㅠㅠ
얼굴은 얼어 가는 것 같고 몸도 덜덜 떨리고
한 외국인은 코에 핏줄이 엉켜있는 게 다 보여서... 징그러웠다.
신기한 건 ㅋㅋ 우리나라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 이 푼힐 꼭대기에도 차를 파는 간이매점이 있었다.
스위스나 독일의 알프스 중에서 꼭대기에 정식 레스토랑 같은 건 봤는데
정말 간이매점을 보니 우리나라 뒷산 생각나서 웃음이 났다.
그런데... 가격을 물어보기가 겁나서 ㅠㅠ
따스한 차 한 잔 엄청 마시고 싶었는데
정말 돈이 쪼들릴 때라 차 한 잔 마실 (마음의 금적적)여유가 없었다. ㅠㅠ
누군가가 갑자기 해가 뜬다고 저쪽을 쳐다보라고 소리를 질렀다.
순간 다들 오오~ 하는 감탄사 들리고
해가 ㅆㅛㅇ 떠버렸다.
일출을 자주 봐서 해가 정말 (과장하면) 몇 초 만에 뜨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 심하게 ㅆㅛㅇ 떠버렸다.
해뜨고 나서는 여기저기 둘러 보았다.
해뜨는 것 자체보다는....
주황색?이 반짝이는 산의 모습이 참 예쁜 것 같다.
누구나 다 찍는 푼힐 간판(?)사진.
갑자기 몰려 온 중국인들에 이어
순서를 기다리다 지친 외국인들이 다 같이 모여 찍자고 해서 나도 얼결에 같이 찍고
푼힐이 3200미터 대라면 저번에 간 스위스의 한 봉오리가 3303미터였으니 그것보단 조금 낮은 곳이다.
다 보고 내려오는데 난 이런 모습이 더 이뻤다.
그리고 올라 갈 때 혼자 올라가다 보았던 한 비문을 전군에게 보여주었다.
영국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죽은 아내를 기리는 비문이었는데 쵸큼 감동적이었다.
여기가 우리간 간 곳 중에 가장 뜻깊은 곳이라 여기에서 당신은 쉬시라...
앞으로도 나는 우리가 함께 하지 못한 곳들을 갈 것이며 어쩌고 저쩌고 그랬던 듯.
그걸 하나 하나 전군에게 읽어 주고 있는데
어디선가 외국인들이 우루루 몰려와서는 우리 등뒤로 서서 또 그 특유의 '오오~'를 연발한다.
비문 사진으로 남겨두고 전군에게 한 번씩 일깨워 주고 싶었는데....
외국인 병풍때문에 못 찍고 그냥 내려왔다.. 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