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밝았다.
산에서 식사는 생각한 것보다 여유를 가지고 주문해야 한다.
빵 같은 것은 저렇게 직접 굽기 때문이다. (물론 모모나 로스띠도 즉석에서 요리한다.)
티베탄빵과 자파티를 시켰는데 티베탄빵이 생각보다 커서 둘이 나눠 먹고 차파티는 포장해서 뒀다가 점심때 먹었었다.
왼쪽의 일본애들 포터는 잘생겨서 여자들이 참 잘해줬던 듯 ㅋㅋㅋㅋ
부엌은 가스렌지 하나와 아궁이가 있다.
아궁이가 있다고 하니까 아빠가 자꾸 그럼 아궁이 때면 방 따뜻하겠네 하신다 ㅠㅠ
그럼 저걸 뭐라 불러야 할 지 모르겠다. 우리네 같은 온돌이 아니라구요......!!
식사를 하고 그리고 오늘 길을 나섰다.
오늘은 많이 힘들다.
울레리 가는 길이 힘들다고 누가 3천 계단이라 하더니...
그게 티케둥가 다음이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말 10분에 한 번씩 쉬었던 듯 하다.
차라리 흙길이면 좋을텐데 낮은 계단 너무 힘들다.. 헉헉..
이 코딱지만한 폐활량 같으니....
우리 포터 떽아저씨는..(54세인지 59세인지 하튼 나이가 많다. 자식도 5명이나 되고.)
오늘은 어려운 날이라며 운동화를 꺼내 신었다. (어제는 슬리퍼)
그리고 끈을 꺼내 머리에 걸리도록 해서 배낭을 매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한없이 미안해지면서도 그것이 그들의 직업이니까 라는 자기 위안도 해본다.
외국인들은 아무리 무거워도 자기짐 다 짊어지고 가는 사람도 많고
반면 철저하게 포터에게 짐을 지우게 해 정말 사람 몸보다 거대한 짐을 지고 가게 하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호텔 아저씨가 맥시멈 15키로라 해서 그 안에 맞춘다고 맞추었는데 정확한 킬로는 모르겠다.
그래도 공항에서 한 명 배낭이 10키로였는데 그거랑 비슷하게 했으니 12-3키로일 듯.
하튼 모자 벗은 아저씨 이마를 보니...
딱 짐을 지는 자리를 따라 머리숱이 없어 안쓰러운 맘이 들었다.
올라가면서 풍경도 약간 다른 것 같은 착각도 들고.
집들도 뭔가 열악해져 가는 것 같고.
드디어 점심이다. 여기가 천국이로구나.
이 레스토랑은 3박 4일 중에 가장 좋은!!! 화장실은 가지고 있었던 곳이다 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아침에 싸 놓은 자파티를 먹고. 로스티를 주문했다.
로스티는 감자를 갈아 익힌 건데.... 고로께? 랑 비교해야 할까..
주문하면 즉석에서 감자를 갈아 만들어 주는데 맛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게다 난 원래 감자를 좋아해서 로스티를 상당히 좋아했다 ^ㅡ^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본 부엌. 바닥에는 요리한 냄비들이 한가득 펼쳐져 있다.
방금 생각났다. 화덕이라 그러면 될까?
하튼 점심 먹고 길을 나선다~
중간 중간 심심하지 않게 작은 폭포도 나오고.
물이 참 맑다.
저번에 본 알프스의 호수만큼의 감동은 없어서 내가 좀 좋은 걸 많이 보고 다녔구나 하는 생각도 해보고...
이상하게 신은 난다.
오늘 따라 말, 양들이 자주 보인다.
저 말 주인들은 부자겠지.. 라는 생각도 들고.
가끔 레스토랑에 보이는 'pony service'를 보니 조랑말 타고 이 길을 올라가면 안될까 하는 생각도 자꾸만 들었다.
장난으로 나 말탈래~~ 했는데, 말이 짐이나 나를 줄 알았지
다음날에 정말 말타고 내려가는 사람을 보았다 @.@
얼마인지 상당히 궁금했는데 물어보기가 좀 민망해서 못 물어봤다 ㅋㅋㅋㅋㅋㅋ
내가 너무 심하게 헉헉대고 힘들어 해서 그 상황에서 말 얼마냐고 물어보면 포터 아저씨가 진심으로 여길 것 같았거든. ㅠㅠ
양(?)몰이 장면. (동영상은 따로 올려야 해서.. 귀찮네요... ㅜㅜ)
아저씨가 서비스 차원인지 포토 타임도 주고 ㅎㅎㅎ
슉슉~ 하는 소리는 내며 양을 몬다.
전군이 하는 말 ㅋㅋㅋㅋ
"우와~ 내 앤 어그부츠들이 지나간다아아아~~~~"
순간 어그부츠에 네 발 달린 거 생각하니까 얼마나 웃기던지 ㅋ
이런 느낌이라 할까?? ㅋㅋㅋㅋ
그런데 내 어그는 쟤네들 아니야.... 흠흠...
머리에 이고 등에 매고 포터들 보면 연민도 든다.
이 산골에서 코카콜라를 마실 수 있는 것도 저들 덕분이지.....
하루에 약 10달러. 700루피.
난 하루에 100달러 준대도 저 일 못할 것 같다.
그런데 어차피 나를 써주는 사람도 없겠지. ㅠㅠ 이 저질체력 같으니라고....
길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걷던 중국인 아저씨 일본인 여자애들에다
또 2명이 붙었다. 일본인 2명인데.
부부인 줄 알았더니
남자는 네팔 인도를 거쳐 중동쪽으로 간다하고
여자는 인도 갔다가 아프리카와 중남미를 간다한다.
일본애들은 기본이 다들 6개월인가 보다 ㅡ_ㅡ
이거 부럽긴 부럽다.
중국인 아저씨 파란체크는 일본애들 포터 그 뒤는 중국인 아저씨 포터
우리 아저씨는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원래 말이 없는지 포터들이랑도 얘기를 안한다.
겨우 겨우 고레빠니 윗마을 도착했다.
빨간지붕집과 힐탑이 좋다 얘기 들었는데 아저씨가 그 사이에 있는 허름한 집으로 들어간다.
난 지쳐서 밖에 앉아 있다가 전군보고 방을 보고 오라 했는데 전군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다.
그래서 위나 아래 보고 오라 했더니 바로 위쪽의 힐탑을 보러갔다.
주인 아저씨가 결정권자(?)가 나라는 것을 알았던 지 계속 담요 많이 준다며 나를 꼬셨다.
힐탑을 보고 온 전군이 하는 말이 확실히 차이가 난다 한다.
뭐라 말을 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나....
그래서 포터 아저씨를 끌고 힐탑을 갔다.
그런데 또 일본 애들 중국 아저씨가 여기 있다!
늦어서 전망 좋은 방은 못 얻고 ㅠㅠ
게다 늦어서 뜨거운 물도 안나와 차거운 물에 ㅆㅣㅆ었다. 흐어어어어ㅓㅎ어
이제 해도 저물고....
원래 생각은 푼힐 올라 가서 해보는 걸 보고 싶었는데.
체력도 없고.... 푼힐이고 자시고 그냥 두다리 뻗고 싶었다.
사실 나는 해뜨는 걸 워낙 많이 봐서....
어릴 때 살던 곳도 바다에서 해뜨는 게 거실에서 보였고
지금도 베란다에서 산으로 해뜨는 게 보이긴 한다.
가족들도 무슨 해뜨는 걸 보러 거기까지 가냐고 ㅡ_ㅡ;;;;;;
이러저러해서 일출보다 일몰을 좋아하긴 하지만... 너무 지쳐서 잠깐 선잠이 들었다.
그런데 웃음소리가 얼마나 크고 시끄러운 지 잠이 깨었다.
내려가보니... 그 무시무시하다는 중국인들.....
대략 예닐곱명? 정말 무섭더라.
웃음소리가 마녀할멈 같은 여자가 하나 있었다.... ㅠㅠ
중국인 시끄럽다고 해도 내가 본 중국인들은 안 그랬는데...........
하튼 좀 많이 시끄러워서 덕분에 잠이 깨었다.
미리 치킨숲을 시켰는데 한 잎 먹으니.. 이게 무슨 삼계탕 국물 맛이 난다!
지금 생각하니 내가 미쳤나보다. 삼계탕이랑 비교를 하다니.
그런데 그때는 정말 삼계탕 맛이 난다고 전군의 카레에서 흰 밥만 국물에 말아 먹었다.
일본애들하고 수다도 좀 떨고.
캇토라고.. 아까 만난 일본인 남자애는 일본에서 한국회사에 다녔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한국말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는 말 어떻게 하니? 그런 질문들에 성심껏 대답해줬다.
캇토는 수첩에 필기까지 하면서 열심히 공부하더라는.. ㄷㄷ
만약에 내가 쉬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지나가면 뭐라고 인사해야 하는지 물어보길래
한참 고민하다 '먼저 가세요'라고 알려 주었다. 'After you'라는 설명과 함께.
그리고 '조금 있다 뵈요'도 알려 주었는데 발음을 상당히 어려워 했다.
최씨는 왜 영어로 'choi'라고 쓰는 지도 궁금해 하길래 'ㅊ ㅗ ㅣ'를 풀어 쓴거라 알려 주었다.
캇토는 간장게장을 맥주안주로 즐겨 먹는다는 말에 충격 받았다.
소주도 아니고 맥주? 비릿해서 안 어울릴 것 같아!!!!!!!!!
그런데 캇토는 자기 여동생이 알려 주었다며 '한국애들은 그렇게 안 먹니?' 하며 되려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전군에게 말하니 '아니, 그 비싼 간장게장을!'라는 말을 처음 내뱉던데
우리집은 엄마가 집에서 담아 주시지 사 먹은 적이 없어서 비싸다는 생각은 못했다....
자기 전에 전군과 밖에 나가 별을 보는데
날이 맑아 정말 수많은 별들을 볼 수 있었다.
터키 넴룻에서 잠들어 못 본 그 별.
사하라 사막에서 보름달이 떠 못 본 그 별.
이제서야 소원성취구나.......
정말 별이 하늘 한가득이다.
그러고 내일을 기약하며 일찍 잠들었다.
내일은 쉬운 날일거라 생각하며.
ps: 추위에 대비해서 수면양말, 수면발토시랑 레깅스, 쑥찜팩을 준비했는데 정말 유용하게 썼다.
특히 쑥찜팩 ㅋ 이불속에 넣고 자니 따따하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