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컬럼(여행) - 여성포털이지데이

너희가 자유여행의 참맛을 아느냐
겨울의 시작... 홀로 스키여행 가다

한 겨울이 시작 될 무렵, 손에 들린 밴쿠버 행 왕복 비행기표와 휘슬러 4박 6일간의 일정표 각 1매 즉 동행자 없이 홀로 여행을 떠나라. 그것이었다. 그러나 맨손으로 시작한 나 홀로 여행은 꽤나 성공적이었다. 10시간의 비행을 거쳐 도착한 밴쿠버. 한국과는 17시간의 시차가 나는 덕에 도착하니 같은 날 오후 12시 동료가 내일을 위해 잠을 청할 때 난 같은 날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밴쿠버에서 휘슬러는 멀지 않았다. 버스로 2시간, 약 5일간을 휘슬러에 있을 생각을 하니 당장 휘슬러로 향하는 것이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차로 인해 뜻하지 않게 번 하루를 유용하게 쓰기 위해 밴쿠버 시내구경을 택했다. 고생스런 배낭여행을 해 보자는 생각에 시내로 향하는 교통수단으로 버스를 택했다. 공항에서 롭슨거리(Robson st.)까지 걸린 시간은 약 25분 정도. 버스 연결편이 잘 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시내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밴쿠버 초행길에 홀로 시내관광을 알차게 어떻게 했냐고 누가 묻는다면 자신 있게 시티투어 버스 ‘빅 버스’라고 답하겠다. 밴쿠버 시내 유명관광명소 곳곳을 데려다 줄 뿐 아니라 티켓 구입 시 젤라또 아이스크림 공짜 쿠폰을 제공 해 주기도 한다. 추운 날, 매 15초마다 증기를 뿜는 시계탑이 있는 개스타운에서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기분을 알까.

아직 다 지지 않은 노란 은행잎과 곳곳의 가게들의 크리스마스 장식이 어우러져 색색의 모습으로 늦가을에서 겨울로 변모하고 있는 밴쿠버에서 휘슬러로 들어서자 한 겨울의 캐나다가 비쳤다. 아담한 빌리지 내는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어둔 밤길을 밝혀주고 있었으며 호텔에 들어서자 잔잔하게 흘러오는 캐럴송과 함께 페치카의 온기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긴 하루가 흐르고 휘슬러에서의 첫 날, 보딩을 했다. 엉망진창은 아닐거라 믿었던 나의 보딩 실력은 믿었던 만큼의 망신을 안겨주었다. 한국에서는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넓고 긴 슬로프에 주눅이 들었는지 앞으로 퍽, 뒤로 꽈당, 보드를 타겠다는 건지 굴러 굴러 눈사람이 되겠다는 건지 그 누가 알았으랴. 드넓은 슬로프의 길을 안내해 준 정우찬 강사가 없었더라면 첫 날부터 조난 당했을지도 모르겠다.

둘째 날은 비교적 여유 있는 하루, 오전에 복습 겸 슬로프를 여유 있게 훑고 오후에는 ATB 투어에 합류했다. 바퀴 세 개 달린 오토바이를 타고 산에 오르는 액티비티다. 슬로프가 아닌 도로로 산을 오르면서 탐사하게 된 2010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경기장. 한 창 준비 중인 곳에서 시범 운행하는 봅슬레이를 보고 싶었다. 분명 방송에서는 봅슬레이가 내려갔다고 하고 어디선가 소리는 들리는데 도무지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는 봅슬레이. TV로 느낄 수 없는 봅슬레이의 스피드를 실감했다.

마지막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을 떨었다. 왜냐하면 휘슬러의 슬로프는 4시면 문을 닫기 때문이다. 휘슬러는 규모도 크고 겨울에는 해가 일찍 지기 때문에 안전상의 문제로 한국과 같이 야간스키는 운영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눈이 쌓인 곳이면 어디든 슬로프로 변하는데다 두 개의 산이 가지고 있는 수 많은 슬로프의 규모를 감당한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길지 않은 이용시간에 긴 슬로프, 게다가 휘슬러 산에서 블랙콤 산으로 가려면 슬로프 끝까지 내려와 다시 블랙콤 곤돌라를 이용해 이동을 하려면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몇 번 내려오지 못 하는 상황이 일어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 이동시간 단축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이는 곤돌라가 등장했다. 휘슬러의 정상과 블랙콤의 정상을 잇는 피크 투 피크. 한 창 보딩을 즐기고 있는 머리 위에 시 운행 되고 있었다.

휘슬러가 인기를 모으는 이유는 획일적이지 않는 슬로프에 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곳이 아니라 자연산 위에 눈이 내려 만들어진 스키장인 덕에 급 경사에 평지. 늘 예상치 못한 슬로프의 변화가 재미를 더한다. 보딩실력이 부족해 이 다양한 슬로프의 묘미를 제대로 즐길지 못한 아쉬움 때문인지 쉬이 잠을 이루지 못 한 채 떠날 채비를 한 참이나 한 것 같다.

이른 새벽 다시 밴쿠버로 향하는 버스에 오를 때는 비가 내렸다. 비가 아닌 눈이 왔었더라면 비행기를 놓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늘에 감사했다. 미처 다 보지 못한 70%의 휘슬러를 보러 언제고 다시 오리라는 생각을 마치니 어느덧 12시간의 비행을 끝내고 한국에 당도 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