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컬럼(여행) - 여성포털이지데이

털리의 상징 장화와 개구리 ^^

캠핑장에 텐트를 치고~

“털리에서 만난 자전거 여행자 허명호씨” -그의 이야기

한국에서 한참 여행준비에 정신이 없을 무렵, 자전거 여행 동호회의 정기모임에 나갔던 적이 있다. 그곳에서 많은 분들의 여행담을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호주를 자전거로 여행할 계획을 가진 두 친구를 만나 호주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우정을 나누었다. 시간이 흘러 두 친구가 무사히 호주 자전거 여행을 마치고 돌아 왔을 때 이를 축하하기 위해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반갑게 만나 즐거웠던 여행기를 듣고 사진을 보며 호주 여행의 의지를 불태우던 중,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이번에 나한테 자전거 여행 동호회 회원분께 쪽지가 하나 왔는데, 다음주에 호주에 자전거 여행을 가신데, 그것도 여자 혼자서!”

“정말? 대단하다~ 그럼 오늘 모임에 초대하지 그랬어?”

“내 연락처는 남겼는데, 전화가 안오네~ 다같이 만나면 좋을텐데.”

그분은 그렇게 우리에게 궁금증만 남기고 호주로 떠나셨다. 그로부터 몇 달 뒤 우리도 호주로 오게 되었고, 동호회를 통해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게 되었다. 그분이 계신 곳이 바로 미션비치에서 멀지 않은 털리이다. 지금 그곳 바나나 농장에서 일을 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지나가는 길에 한번 뵙고 싶다고 했더니, 흔쾌히 저녁을 대접해주시겠다고 하셔서 스카이다이빙을 마치자마자 털리로 향했다.

미션비치에서 출발해 한적한 국도를 따라 30km를 달리니 털리가 보인다. 털리에 도착해 오늘 묵을 숙소를 찾아 헤매던 중 어디선가 반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여기요~~~ 여기에요~~~!”

우리가 오늘 도착한다는 것을 알고 그녀가 미리 마중을 나온 것이다. 처음 만난 그녀의 모습은 생각보다 편안하고 푸근한 인상이다. 사실 여자 혼자서 자전거로 여행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왠지 모르게 자기 주관이 강하고 강한 인상을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지리를 잘 모르는 우리를 위해 근처 캐러밴팍까지 안내를 해주셔서 쉽게 캐러밴팍을 찾아 텐트를 친다.

저녁식사를 미리 준비해놓으셨다는 말에 얼른 텐트를 치고 그녀가 묵고 있는 호스텔로 향한다. 그곳에 도착해보니 된장국에 오징어볶음까지 한국음식이 한상 가득 차려져 있다. 화려하거나 좋은 재료를 쓴 음식은 아니지만, 이런 호스텔에서 이런 음식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니 그녀가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에게 감사해하며 저녁식사를 함께 한다. 그간 있었던 일들과, 앞으로의 계획을 서로 나누며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여행 시작하니까 좋아? 나도 빨리 여행 떠나고 싶은데 쉽지가 않네.”

“왜 못해요? 여행 장비도 다 있고 돈도 벌만큼 버셨잖아요. 저희랑 같이 떠나요.”

“나도 그러고는 싶은데, 일이 좀 있어서... 내년에나 시작할 것 같다.”

“같이 여행하면 좋을텐데... 나중에라도 기회가되면 같이 여행해요!”

“그래! 그럼 나중에 나랑 실크로드 횡단하자.”

“좋죠!”

그렇게 우리는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훗날을 기약한다. 그렇게 밤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 이제는 떠나야할 시간이다. 작별인사를 위해 찾아간 호스텔에서 새벽부터 우리를 위해 만들어주신 아침밥과 간식으로 먹으라고 싸주신 샌드위치를 보니 고마움에 감동이 밀려와 코끝이 찡하다. 그렇게 차려주신 음식을 먹던 중 이런 얘기가 나온다.

“나 오늘 쉬는 날인데, 너희 따라서 좀만 가볼까? 자전거도 안탄지 오래됐고 말이야.”

“좋죠~ 같이 가요!”

“그럴까? 그럼 한 시간만 따라가볼까?”

그렇게 갑작스레 오늘 하루 잠깐이지만 같이 여행하기로 결정한다. 출발 전에 자전거를 정렬하고 기념촬영을 하니 마치 자전거 대륙횡단 팀이라도 된 듯 그럴싸하다.

드디어 출발, 카드웰을 향해 브루스 하이웨이로 올라선다. 선두에 서서 나란히 달리는 4인의 자전거 부대를 지휘하니 오늘만큼은 하이웨이의 로드트레인도 두렵지 않다. 그렇게 하이웨이를 내달린지 2시간 뒤, 그녀가 우리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나 이제 가봐야할 것 같아. 너무 멀리까지 왔네?”

“그러게요, 이대로 계속 같이가면 정말 좋을텐데요.”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

“그럼요! 당연하죠~ 그럼 다음에 뵐 때까지 건강하세요.”

“그래. 너희도 몸 건강히 즐거운 여행하길 바랄게. 안녕~”

그녀는 그렇게 우리에게 짧은 만남이었지만, 긴 여운을 남기고 떠나갔다. 언젠가 실크로드를 함께 달릴 그날을 그리며 이별의 아쉬움을 달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