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사이 날이 너무 많이 추워졌다.

지난주말엔 겨울답지 않는 포근함이 있어

산을 오르기에 딱 좋았다.

와룡산은 안동시 와룡면 주계리에 위치하고 있다.

와룡산은 용이 편안히 누운듯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 높지 않으면서도 내려다보는 풍경이 시원한 곳이다.

험하지 않고 오솔길처럼 편안한 소나무숲길이 너무 멋지다.

산에서는 완전 기절수준인 나도 아주 편안하게 출발해본다.

겨울낙엽 작은길에 카펫을 만들었다.

바스락 소리와 함께 발걸음 옮길때마다 전해지는 그 폭신함이

카스테라 입안에서 스스르 녹듯 달콤하다.

가장 가까운 능선에서 만난 풍경이 눈과 발길을 잡아 놓는다.

안동호가 구불구불 산 구비마다 드러난다.

발길을 돌려 정상으로 향하면 제일 먼저 선비바위를 만나게 된다.

선비바위는 선비들이 현사사로 가는길에 쉬어 가던 곳이라 한다.

현사사는 덕망높은 고승과 선비들이 학문을 강론하던 곳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임진왜란때 폐사되어 지금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까투리 바위>

와룡산은 거석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그리고 보기드물게 지금도 많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까투리 바위는 이곳에 서식하는 보라매들이

까투리를 사냥하면 반드시 이곳으로 가져온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바위 측면에 구멍이 있는데 이곳엔 항상 물이 차 있다고 한다.

옛날 이 고을 처녀가 산나물 캐러 이곳에 왔다가

까투리 바위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 그만 발을 헛디뎌 이곳에 떨어져 죽었다고한다.

그 처녀의 넋을 달래기 위해 바윗돌에 정화수가 담기는 구멍이 생겼다고 전해온다.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전설때문인지 더 아득하다.

빼곡히 자리한 소나무들이 내 호흡을 깊게 만든다.

산속의 바람은 겨울답지 않게 상쾌하게 다가온다.

<견우직녀암>

견우암은 직녀의 비단짜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는듯 하다 한다.

그리고 견우암은 왕관이 씌어진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는 직녀와 결혼하여 옥황상제로 부터 받은 왕관이라고 한다.

전설은 전설이여서 아름답고, 이야기는 더욱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곳의 아름다운 일출과 물안개는 견우와 직녀가 만들어내는 사랑의 무지개라 칭해지고 있다.

사랑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이곳에 있는것이 아닐까?

<거북바위>

거북은 영물로 신앙의 대상이 되어 왔다.

거북바위는 마을을 향해 있고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가져다 준다고 믿었다.

그런데 지금은 거북의 목과 머리 부분이 훼손되어 있다.

거북바위가 내려다 보고 있는 마을은 한없이 평화로운 모습이다.

바위에 얽힌 전설과 이야기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산을 오르다 쉬는 쉼표가 되어 준다.

<두꺼비 바위>

한쌍의 두꺼비가 사랑을 속삭이는 모습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자손번창과 가정의 안녕을 빌어 오던 곳이라 한다.

여전히 마을사람들로 부터 보호를 받고 있다 하니

믿는다는 것은 대단한 힘을 만들어 내는 일인가 보다.

<개구리 바위>

땅을 뚫고 나오는 청개구리의 모습이라 하여 개구리 바위라 한다.

가뭄이 심할때 기우제를 올리면 청개구리가 청원해 준다고 한다.

그래서 반드시 비가 내렸고 풍년이 되었다 한다.

와룡산이 고려와 조선초기에는 수다산(水多山)이라 불렸다.

<옥좌바위>

옥황상제가 앉는 의자와 비슷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사람의 상상이란 한계가 없는듯 하다.

누구도 왜 이 바위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는지 의아해 하지 않는다.

당연히 그런듯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절묘하다 생각해 본다.

나도 옥황상제의 의자를 상상할수 있나 보다.

<곰 남근바위>

옥좌바위옆에 웅크리고 있는 곰한마리의 모습이다.

곰 남근을 만지면 아들을 낳을수 있다한다.

다산과 풍요를 상징으로 숭배되고 있는 바위이다.

드디어 정상이다. 해발 450m

호수를 끼고 산으로 오르는 일출이 아름다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저 멀리 안개 뒷쪽까지 욕심을 내어 보지만

내가 볼수 있는곳 까지만도 충분히 드넓게 펼쳐진다.

산을 오르는 일에 늘 망설였는데...

올라와보니 오지 않았으면 후회했을지도 모르겠다.

열린 풍경은 늘 이렇게 아름다운데

그것을 찾는 내 걸음이 게을러 놓치고 마는 것이 얼마나 많을까?

내려오는 걸음은 더욱 가볍다.

길마다 붙여진 이름을 다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 길은 다음 걸음으로 다짐을 놓아 본다.

겨울이라 웅크렸던 내 마음이 푸근하게 풀어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