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느긋한 여유로움과 편안함
지구촌 관광객 방문 이끄는 힘
파리 시내에 들어서는 순간 이런 기분 이였다. 이곳에서는 절대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친다는 건 아니다. 범죄도, 갑자기 벌어지는 엄청난 벼락부자도, 요행도, 어떠한 괴리감이 있을 수 없는 지대이기 때문이다. 그냥 순리에 따라 하루하루가 저 태양 아래에서 펼쳐지고 늘 변함없이 에펠탑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테고 프랑스의 남녀노소들은 파리의 향기를 누리고 있다.
요란함이나 왁자지껄은 찾기가 힘들다. 유난히 많은 횡단보도에 서 보자. 녹색 신호이건 적색 신호이건 이들은 적당할 때 건너고 자동차 역시 신호에 상관없이 적당히 지나치곤 한다. 그래도 교통 혼란은 없다. 녹색 신호에 사람이 지나간다고 클락숀을 울리지도 않고 녹색 신호에 자동차가 지나가도 잠깐 멈춰서면 그만이다.
불어에 대한 이들의 자부심은 아마도 대단한가보다. 어느 건물을 봐도 영어로 도배가 된 곳은 없다. 늘 불어가 우선이고 실제 영어를 못하는 이들도 간간히 만나게 된다.
특이한 건 세계적인 맥도날드 체인점도 안 보이고 그 흔하디흔한 24시간 편의점도 찾기가 어렵다.
여느 유럽 국가들과 같이 단조로운 디자인도 그렇고 굳이 크고 화려한 것들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기자기한 건 또 아니다. 간결하면서 멋스러운 패션의 조화가 두드러진다.
소형 자동차가 그렇고 각 구역마다 자전거 대여를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프랑스는 실로 실용주의 노선을 걷고 있지 않나 싶다. 유난히 따듯한 햇살에게서 프랑스인들의 정겨운 마음이 절로 느껴진다.
일탈 보다는 현재에 충실하자는 이들의 기치는 아닐까. 여유로움에서 편안함과 안락함이 뿜어져 나온다. 전 세계 관광객들이 파리 시내로 몰려드는 이유임에 틀림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