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프랭크 아저씨 ^^
“가자, 시드니로!”
드디어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날이 다가왔다. 10월 22일 월요일 아침, 우리는 케언즈에서 출발하여 약 3000km를 달려 시드니로 향하는 대장정에 올라선다. 여행을 위해 우리는 포트 더글라스에서 14주간 비치 클럽 리조트에서 하우스키퍼로 일했다. 조금 더 많은 돈을 모으기 위해 나는 마지막 6주간 태국식 레스토랑에서 저녁마다 설거지를 했고, 아내는 4주간 중국식 레스토랑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했다. 쉬는 날도 없이 밤낮으로 일을 하여 정말 힘든 나날이 이어졌지만, 그 결과 $20000(한화 1600만원)가량의 돈을 벌었으며, 세금과 생활비를 제외하고 $13000(한화 1040만원)을 저금 할 수 있었다.
“잘가요, 프랭크 아저씨!” -그녀
이곳에서의 생활도 벌써 3달째에 접어든다. 이제 이 낯선 땅 호주에서의 삶은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여 리조트에서 일을 하고, 퇴근 뒤에 다시 출근하여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자정이 다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와 잠을 잔다. 정말 힘든 나날들이었지만, 불어나는 우리의 통장을 보며 조금만 더 힘내면 더욱 편하게 여행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흐뭇해하며 피로를 잊는다. 이런 생활이 이어져 호주에서의 첫 목적이었던 여행자금 마련은 큰 문제없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우리에게도 시련의 날이 찾아오고 만다.
지친 몸을 이끌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니 식탁위에 술병이 가득하다. 이게 무슨 일이지? 프랭크 아저씨는 술도 안 먹는데 말이다. 의아해하고 있던 중 방에서 아저씨가 나온다.
“아저씨, 이게 무슨 일이에요? 손님 왔었어요?”
“아니, 내가 좀 마셨어. 힘든 일이 있어서...”
“술 안 마신다면서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요?”
“나 오늘 해고 당했거든...”
아저씨는 사장의 실수로 회사가 큰 손해를 보는 바람에 직장을 잃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이번 주말에 타운즈빌로 떠난다고 했다. 잠깐, 그렇다면 이 집은? 우리는?
“그럼 아저씨 떠나면 우리도 이 집에서 떠나야 되나요?”
“나도 너희를 생각해서 너희가 이곳을 떠나기 전까지 집을 빼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너희가 부담하기에는 이 집의 집세가 너무 비싼데 그만큼의 돈을 부담할 수 있겠니?”
아저씨와 우리는 이 집의 집세를 나누어서 내고 있던 형편이었다. 따라서 아저씨가 떠나면 그만큼의 돈을 우리가 더 부담하거나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야만 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타운에서 멀리 떨어져있고, 가격대도 높은 편이어서 당장 사람을 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아저씨와 우리는 이런 저런 방법을 궁리하며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었지만, 별 뾰족한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내일을 기약하며 잠자리에 든다.
다음 날 아침, 출근은 했지만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그냥 돈을 더 내고 살까? 아니면 백팩커스로 들어갈까? 그것도 아니면 다시 지겨운 텐트 생활? 그러기에는 아직도 한 달이나 더 머물러야 하는데, 세입자를 구할까? 이런 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돌아다닌다. 일이 끝난 후에는 다른 집을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과 게시판을 돌아다녀 보지만, 집을 구한다는 사람은 많아도 집이 있다는 광고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허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니 프랭크 아저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어서와, 너희에게 해줄말이 있어.”
“무슨 일인데요? 좋은 일이에요?”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앞으로 4주간 내 방값은 내가 다 계산했어. 너희는 그냥 너희가 내던 대로만 내면 돼.”
아저씨는 그렇게 우리에게 정말 큰 선물을 남기고 타운즈빌로 떠났다. 우리도 일이 바쁘고 아저씨도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만 하는 압박감에 작별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이것이 그와의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아쉬움을 달랜다. 지금은 시드니에서 안정된 일자리를 구했다는 프랭크 아저씨, 시드니에 가야만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