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날의 산책은 발걸음 보다 마음의 준비가 늘 먼저다.
차가운 아침 바람이 가끔은 상쾌 하고
생각이 헝클어질 기회를 주지 않아
나름으로 기분 좋을때가 많다.
지난 여름이 시작될 무렵에
월천서당을 찾았을때 보수 중이였다.
새 단장을 한 월천서당이 갑자기 궁금했다.
월천서당 가는길~
나는 이 길이 무척 맘에 든다.
굽이 돌아 서는 길마다
겨울 소나무의 푸르름을 만날수 있고~
그 굽은길 아련한 이 느낌 까지~
언덕 위에 올라서면
산자락 마다 내려 앉은 옅은 안개~
눈길 미치는 그곳에 무엇이 있을까? 하고
상상의 그림을 그려보게 되고~
맑은 강물에 비치는 산 그림자도
왠지 더욱 운치 있어 보인다.
그 언덕을 지나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안동시 도산면 동부리
월천서당이 있는 곳이다.
조선 중종 때의 학자인 월천(月川) 조목(趙穆 1524~1606) 선생이
태어나신 곳으로 당시 마을 이름이 월천이었다.
안개숲 사이에서 아침 햇살은
그 빛을 잠시 숨겨 두었다가
마른 나무 가지 끝에 슬쩍 걸어두는
겨울 아침 풍경이 여유로워 보인다.
마을 가운데 좁은길을 오르면
아담한 월천서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수령 450년의 은행나무 이제 본 모습을 보여주며
월천서당 지붕으로 가지를 드리우고 키자랑을 한다.
마을 가운데서 마을과 경계를 나누듯 높다란 담장을 두르고
살짝 열린 출입문이 우리를 맞아 준다.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는 서당을 들어섰다.
월천 선생이 후진을 양성하기 위해
1539년(중종 34)에 건립한 서당이다.
지금은 경상북도기념물 제41호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다.
안에서 본 출입문이 정겹다.
밖에서 보던 그 높다란 담장이 아담하게 낮게 몸을 낮추었다.
담장에 눈을 얹어 밖을 내다보니
마을과 호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글 한줄 읽으면 잊어버리지 않을듯한 기분이~
보수한곳이 눈에 들어온다.
세월을 어찌 하리~
이렇게 가끔 새단장을 하면서 지금까지 모습을 지켜왔겠지...
월천서당의 현판은 퇴계선생님의 글씨라고 한다.
월천 조목 선생은 퇴계 선생님의 제자로
수차례 내려진 벼슬을 사양하고
임진왜란때는 의병 활동을 하셨으며
퇴계선생님의 제자중 유일하게 도산서원 상덕사에 함께 모셔졌다고 한다.
서당의 이곳 저곳을 둘러봐도
그리 눈두어 자랑할만 풍경이 있는것은 아니지만
편안하고 포근하게 마음을 안정 시켜주는 분위기가
감도는 것은 학문하는곳이라는 나의 생각 때문일까?
세월을 넘어 찾아온 나같은 사람이 어찌 학문의 깊이를 감히 짐작 할수 있을까마는
안동에 살고 있어 성현의 깊은 가르침이 있었던곳을
와 볼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나에게는 행운인지도 모르겠다.
아침 햇살이 따사롭게 따라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