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적암에서 벽련암까지는 우리 걸음으로 45분이 걸렸습니다.
중간에 과일도 까먹고 천천히 걸었으니, 먼 길은 아니나, 벽련암을 보니 참 반가웠다는...
깊은 숲속을 빠져나온 느낌인데,
절이 크고, 절 주위의 길이 크고 잘 포장되어 있어 놀랐어요.
벽련암...
원래 내장사였으나, 근래에 영은암(현 내장사)를 내장사로 개칭하고, 이곳을 백련암으로 부르다 벽련암이 되었다고 해요.
사찰들을 많이 방문해보진 않았지만,
절입구에 정자와 같은 구조물이 세워져 있는 배치가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여름이라면 땀 흘리며 벽련암을 찾아 이곳에서 땀을 식힐 수 있지 않을까요?
절의 규모완 조금 다르게 무척 조용했던 경내...
벽련암 뒷편의 산세가 기이하고 좋아 눈이 절로 갑니다.
조용한 경내를 잰 걸음으로 스님 한분이 지나가십니다. 슝~
호수앞엔 복중에 복은 인연복'이라고 쓰여져 있었습니다.
백번 옳은 말씀. 사람은 인덕이 있어야 하고, 나아가 인복이 있어야 제일이지요.
여름에 연꽃이 피면 내려다보는 부처님이 보기에 좋으시겠습니다. ^^
벽련암은 규모를 늘리는 공사가 진행중이었는데, 한 꼬마 숙녀가 멍멍이와 대치 상황이었습니다.
멍멍이가 캉캉 짖어대도, 아이는 떠날줄을 모르고, 한번 쓰다듬어 주고 싶어하은 눈치였어요.
네가 아무리 털을 곤두세우고 짖어대도 니 외로움을 내가 잘 안다는듯이...
벽련암 앞에서 한창 익어가는 단풍들...
올려다보기만 하던 단풍을 이젠 내려다봅니다. 피어나는 별빛들...^^*
벽련암 앞 예쁜 가을길...
연인과 함께 걸어도 좋고, 엄마와 팔짱끼고 걸어도 좋을길-
볼 적마다 느끼는 거지만, 올해 단풍은 참 눈이 부셔요.
벽련암에서 내려오는 길은 길이 무척 좋습니다.
그럼에도 엄마와 나의 결론은... 만약 이쪽으로 먼저 올라왔더라면 원적암을 도는 코스를 완주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
인생 역시 마찬가지겠지... 내 몫의 시련을 견뎌내지 못했다면, 인생은 내 인생이 아닐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단풍이 고와서 찍었는데, 웬지 아방가드로하고, 느와르적인 느낌???ㅋ
내장산 단풍 하이라이트 구간!!!
내장산은 내려가는 길목에서도 잊지 않고 눈이 팽 돌아갈 화려한 단풍을 선사해주었습니다.
단풍 속으로 사라지는 엄마를 담는 노진사... 그리고 그런 모습을 가을 풍경으로 기억하는 나...^^
이 구간을 지나는 등산객들은 모두 환호성을 지르더라구요. 물론 엄마와 저두...^^
새색시의 수줍은 한복저고리마냥 곱고,살짝 들춰진 치맛자락 밑 붉은 가죽신 콧날만큼 화려했어요.
하이라이트 단풍 구간은 짧지 않아요.
구간을 걷는 내내 눈이 즐겁고, 발걸음은 느려지고, 셔터를 누르는 손길은 빠라지지요.
그리고 가을단풍을 즐기는 가슴은 잠시 그 움직임을 멈춘 듯도 하였어요.ㅎ
그럼에도 가을은 태생적으로 고독함과 함께 갑니다.
다가올 겨울이면 모두 추억이 되버릴 덧없음을 알기 때문이죠.
약 3시간 20분 정도 걸려 제자리에 돌아왔고, 내장사의 단풍은 여전히 곱습니다.
먼저 가던 엄마는 또 앞에서 날 기다려 주고 계세요.
눈부신 단풍 때문인가... 왠지 눈안에서 뭔가 반짝 하던 가을날의 풍경이었어요.
to be continued... (최종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