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6월, 보스턴의 한 아파트에서 한 여인이 누군가에게 목이 졸려 살해된다. 곧 디나탈리 형사를 비롯한 수사진이 나섰지만 단서는 없는 상태. 같은 수법의 교살 사건이 5건이나 이어지자 존 보텀리가 수사 본부장으로 임명된다. 하지만 사건은 해결의 실마리조차 없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젊은 아가씨만 5명이 목 졸려 살해되는 사건이 이어진다.

연속 여성 교살 사건의 발단부터 수사, 범인 체포, 심문까지를 리얼한 세미다큐멘터리 터치로 묘사한 범죄 영화의 수작. 미남 스타 토니 커티스가 그로서는 일대 전환이라고 할 수 있는 범죄자를 연기했으며 당시 유행한 화면 분할의 테크닉이 대단히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

참고 : http://www.cine21.com/news/view/?idx=2&mag_id=88227

너무 훌륭해서 뭘 말할 게 없는 영화를 만날 때가 있다. 그런 영화를 봤을 때, 예전에는 그래도 어떻게든 그 뛰어남을 말하려고 애썼으나 지금은 괜한 말 덧붙이지 않는 게 더 좋다는 것 정도는 알게 됐다. ‘보스턴 교살자’는 그런 영화고 어떻게 이렇게 잘 만들어냈는지 무척 궁금해지게 된다.

범죄 영화로서도 빼어나고,

연쇄살인범의 내면에 대한 탐구 또한 훌륭하다 할 수 있다.

다만, 어떤 카타르시스-만족감을 만들어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후련함이나 통쾌함이 아닌 어떤 불편함과 근심 속에서 마무리하고 있어 그 당시로서나 지금으로서나 무척 불안하고 불길한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무척 인상적인 영화다. 발표 당시(1968년)는 이 영화를 제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진 않았을까? 지금 봤을 때도 무척 강렬함으로 가득해서 곰곰이 생각해보고 천천히 살펴보게 될 정도로 이 영화는 감당하기 어려운 무지막지함이 느껴진다. 불안 속의 고요한 광기랄까? 잔혹함을 내세우는 것도 아니고 과격하거나 피범벅으로 채우지 않으면서도 사람을 이렇게 오싹하게 만드는 영화는 흔치 않을 것 같다.

불안감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드는 영화다.

특히 주목하고 싶은 점은 연쇄살인으로 인해서 한 사회가 어떤 식으로 혼돈과 혼란에 빠지게 되는지를 인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사회적 공분과 사회적 붕괴를 그리고 사회적인 해결을 깊은 고민 속에서 담아내고 있어 범인은 누구냐는 문제를 넘어서 이걸 어떻게 판단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다큐멘터리스트의 냉철한 시선으로 한 사회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은 잔혹한 살인사건의 전말을 파헤쳐나간다. 그의 범죄 영화에서 범인의 정체나 범행 동기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플라이셔는 그보다도 이성의 영역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악의 실체에 대한 공포와 이를 둘러싼 사회의 히스테리컬한 대응 방식, 전염병처럼 퍼져 나가는 두려움의 정서를 재현하는 데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 그의 대표적인 범죄영화로 평가받는 <보스턴 교살자>에서도, 토니 커티스가 연기하는 연쇄살인범 드 살보는 상영시간이 절반가량 지났을 무렵에서야 등장한다. 보스턴 사회를 패닉에 빠뜨렸던 연쇄살인범의 정체가 경찰의 용의선상에서 저만치 비켜나 있던, 의외의 인물이라는 점은 보는 이의 간담을 더욱 서늘하게 만든다.”

관찰하듯이 영화 속 등장인물들을 그리고 사회를 바라보고 있고, 영웅을 만들거나 선과 악으로 쉽게 나누기보다는 모든 이들을 패배감과 좌절감 속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1962년 미국 보스턴을 떠들썩하게 했던 실제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 보스턴에서 여성들이 누군가에게 목이 졸려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유사한 범행 수법이 계속되자 경찰은 이를 연쇄살인 사건이라 규정하고 수사망을 좁혀나간다. 하지만 유력한 용의자나 실마리가 나타나지 않으며 사회는 혼란과 공포에 빠진다. 영화의 전반부, 리처드 플라이셔는 1960년대 당시 유행하던 화면 분할 기법을 대담하게 사용해 살인사건을 재구성하며 스릴러 장르로서의 긴장감을 높인다. 범인의 정체가 공개되는 후반부는 ‘보스턴 교살자’ 드 살보를 연기하는 토니 커티스의 독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방에 거울이 달린 하얀 방에서, 드 살보가 살인범으로서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순간을 롱테이크로 보여주는 엔딩 신은 범죄 영화의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분할된 화면을 통해서 곧 살인을 당하게 될 사람과 살인을 하려는 사람의 시선을 동시에 보여줘 좀 더 극도의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있고, 극도의 사실적인 연출과 분위기 때문에 이게 영화인지 다큐멘터리인지 조금은 헷갈리게 해주기도 한다.

그 당시 감당하기 힘든 연쇄살인으로 경찰 조직도 흔들려지고

혼란과 엉켜져 있는 관할구역-수사권 때문에 사건은 좀 더 엉망진창이 된다.

연이은 헛발질과 뚜렷하게 용의자가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미궁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절박감 속에 영매사-사이코메트리에게 의존하기도 하고

약간의 혐의점만 있어도 잡아넣고 어떻게든 엮으려고 하고 마구잡이로 들쑤시지만

결국에는 실수와 우연 때문에 그리고 엄청난 용기 덕분에 간신히 범인의 흔적을 찾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의 특징은 그런 숨바꼭질이 아닌 살인사건이 이어지는 동안 개인과 사회의 반응 그리고 불안이 점점 악순환을 만들어내며 공포가 부풀려지는 모습을, 그리고 살인자라고 확신할만한 이를 찾았음에도 개운하지 않은 이후의 과정-대화를 어떻게 각자가 생각해야 할 것인지 무척 인상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범인을 단순히 악마화시키거나 미치광이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이런 사건-경우를 어떤 식으로 생각해야만 할 것인지 어떻게 본다면 너무 깊은 고민을 달리 본다면 쓸데없이 많은 걸 생각을 하고 있다.

너무 인상적인 영화라 본 다음에 떠올려진 생각 일부만을, 몇 가지 조각만을 적게 되는 것 같다. 이 영화를 알고 있던 사람들은 이제야 이걸 봤냐는 핀잔을 할 것 같기도 하고. 왜 이 영화를 사람들이 언급하지 않고 있는지, 덜 주목하는 것인지 조금은 이해되지 않는다.

독특하고 독창적인 시선이었다.

아마도... 이런 식의 영화는 앞으로도 만들어지기 힘들지 않을까?

사람들에 따라 거북하게 느껴질 수 있는 영화지만 되도록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