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 뮤즈들 Les Muses orphelines | 연극 P2010_30. | 게릴라극장 | '10·02·18-03·07
주최 게릴라극장 · 극단 프랑코포니 | 제작기획 게릴라극장 : 2010 게릴라극장 제작기획공연 ①
작 미셀 마크 부샤르 Michel Marc Bouchard | 역 임혜경 | 연출 까띠 라뺑 Cathy Rapin
출연 김소희 강영해 윤정섭 함수연
Thanks to 동행관람 까칠희쒸 & 꺄비르 님
Special Thanks to 리뷰관람제공 네이버 연극사랑 & 게릴라극장
'10. 02. 28(일), 16:00공연, 게릴라극장 / Review by 여행노동자
한줄요약 | 문학성과 연극성이 충분히 담보된 작품.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어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문제, 가족 테마를 가지고 노련한 배우들이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웃기고 울리는 판타지와 휴머니티가 가득한 작품.
한줄정리 | 정상과 비정상, 당위적 의무·책임과 개인적 행복추구 사이의
그 오묘한 경계선에서 비뚤어지고 굴절된 가족의 모습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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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실망시키지 않아-"
이런 기대가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극단 골목길은 늘 그래왔던 것 같다.
그들을 지켜보고 기다리는 관객들의 기대에 항상 적절한 작품으로 부응했다.
나야 뭐 극단이나 연출, 배우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극을 본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그 '얼마 안되는 기간' 동안 극단 골목길에 대한 신뢰는 굳건해졌다.
적어도 지금껏 내가 선택하여 관람한 공연 중에선
- 골목길의 모든 작품을 꼬박꼬박 다 챙겨보진 않았음; -
날 실망시킨 작품은 없었으니까.
외국어 원작을 각색/번안하여 무대에 올린 작품은 수없이 많이 봤지만,
프랑스어 원작을 프랑스인 디렉터가 직접 연출한 작품을 관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출-배우-스탭 간의 의사소통이 원만하게 잘 이루어졌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는데,
작품의 성공을 볼 때 그 의문은 그저 기우임에 명백한 상황에서 내가 궁금한 건,
'대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했을까?' 하는 사소한 부분이다.
배우들이 프랑스어를 능숙하게 구사한 건지, 아니면 디렉터가 우리말에 능숙한 건지.
이런 의문에 대한 질문은 프로그램 책자 첫 페이지에 실린 소상한 설명으로 답변이 된다.
한국 연극을 전공(최인훈 희곡 연구)하고
한국문학, 특히 한국연극을 프랑스에 소개/번역하는 작업을
공역자(임혜경, 숙대 불문과 교수)와 함께 90년대 초반부터 해온
프랑스인 까티 라뺑(한국외대 불어과 교수) 연출이
한국말로 한국 배우들과 오랫 동안 준비하여 올리는 작품이다.
이러지 않고서야 외국인 디렉터와 국내 배우들의 합작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겠지.
☞ 사진출처 | 플레이DB 리뷰
'사랑하는 남자를 찾아 자식들을 버리고 집 떠난 엄마, 그리고 남겨진 4남매의 이야기'
우리나라 아침 연속극에서 볼 법한 막장 드라마가
캐나다 퀘벡 출신의 극작가에 의해 쓰여졌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개인주의가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서구 사회에서
가족 공동체의 담론이 제기되는 게 왠지 어색하고 낯설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난 - 그리고 대다수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구/유럽의 개인주의 사회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 사로잡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우리와는 다르겠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가족 개념이 분명 존재할 텐데도
마치 거기엔 가족이란 공동체 자체가 없고 파편화되고 분자화된 개인만이 존재한다는
출처분명, 근거불확실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비록 우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해되고 표출될 지언정
가족 간의 정, 해체된 가족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 등의 감정이 그들에게도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들 역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고 거기서 거기이며 동질적인 감정선을 공유하는 사람임을
새삼 일깨워 준다.
시시콜콜한 남의 일에 대해 숱한 말들이 오가고
서로에 대해 구석구석 모르는 것이 없는 동네의 풍경은
흡사 우리나라의 시골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런 걸 보면 개인주의 사회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서양과 동양의 지역적 구분이 아닌
제1·2·3세계를 나누는 척도인 도시화 및 문명화의 여부에 달려 있는 게 아닐까?
전 세계 거대도시들의 생활상과 그 안에서 맺어지는 인간관계의 풍토가 별반 다르지 않은 건
그런 추측에 신빙성을 더해 준다.
☞ 인증샷 | FINEPIX F70EXR (FUJI FILM) - Photo Taken by 꺄비르 님
¶
4남매 - 까뜨린느, 마르틴느, 뤽, 그리고 이자벨의 뒤틀리고 비뚤어진 모습은
그들이 오래전 집을 떠나고 없는 엄마의 존재에 깊이 얽매여 있음을 보여준다.
그 중에서 가장 뿌리 깊게 - 엄마라는 존재의 - 인이 박힌 인물은 바로 이자벨이 아닐까?
남매를 모두 한 자리에 불러모은 그녀의 치밀한 계획과 마지막 순간의 폭로를 지켜보며
그녀 안에 자리한 깊고 묵직한 한을 느꼈고, 그 직감을 확신할 수 있었다.
¶¶
감추고 숨기는 것으로 문제의 본질을 비켜나가면서 언제까지나 상황을 모면할 수는 없다.'진실은 언제 어떻게든 밝혀진다'는 말이 지닌 진정한 의미는
진실 폭로의 타이밍이 아니라 진실 그 자체가 가지는 무게감에 있다.
그것은 감춰지고 은폐될수록 더더욱 확고해지고 분명해진다.
까뜨린느와 이자벨을 보며 다시 한 번 새삼스레 확신했다.
¶¶¶
집 나간 엄마를 죽었다고 거짓말하고, 그 사망일을 가톨릭의 부활절로 설정함으로써 캐릭터 관계와 스토리, 그리고 말하고자 하는 바를정교하게 연결하여 일치시킨 작가의 치밀함에 소름이 돋았다.
작가가 독자에게, 극작가가 관객에게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어야 하는지를 일깨워준
모범적인 교본과도 같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Fin.
관람여건 평가 | ★★★ (★2점☆1점 ★5개10점 만점) ※ 불어 자막 제공 Sur- titrage francais
지정석, 개인별·분리형좌석, 등받이 있음. But 좌석 앞뒤좌우 간격 비좁음.
※ 관람 중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커튼콜 촬영가능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커튼콜 시간이 짧고 조명이 금방 어두워져 찍을만한 여건도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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