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이 삶의 원동력임을 증명하다
고비사막에 도착한 용술 씨와 나는 자갈밭, 돌발, 하체를 마비시키는 매섭게 찬 강물을 건넜다.
가파른 언덕에 올라서자 광활한 고비사막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고비사막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사막이라기보다 ‘끝없는 광야’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우리는 급경사의 협곡을 엉덩이와 양손으로 미끄러져 내려가거나 직각에 가까운 758개의 철제 계단을 기어서 올라가야 했다. 여의도 63빌딩의 계단 수가 1,234개라고 하니 얼마나 높은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우리를 촬영하는 김구산 PD는 평소 장애인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일반인과 장애인이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어했다. 게다가 주말의 황금 시간대에, 그것도 <일요일 일요일 밤에> 같은 잘나가는 예능 프로그램에 장애인 대상 테마가 편성되는 건 지금까지 없었던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나와 용술 씨가 장애인 단체에 기부를 하고 싶기도 했지만, 김PD 역시 자신의 꿈을 위해서 우리가 꼭 완주하길 바랐다. 우리는 멀리 서울에서 당시 진행자였던 신동엽 씨의 격려전화까지 받게 됐다. 고비사막의 코스가 점점 험난해져서 레이스를 중단하느냐 마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섰기 때문이었다.
사지로 떠나보내는 가족을 배웅하는 사람들처럼 무거운 마음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촬영팀의 시선을 느끼며 나는 용술 씨의 손을 위태로운 칼 능선을 곡예하듯 넘어서 마침내 우리의 생사를 결정지을 곳 하나하나를 넘어섰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완주했다. 고비사막 마라톤대회 본부에서 우리에게 특별상을 수여했다. 상을 받기 위해 단상에 선 우리를 향해 참가 선수들과 대회 본부 사람들, 수많은 취재진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나 혼자였더라면 온몸을 얼어붙게 하는 차가운 강물도, 수직에 가까운 758개의 철제 계단도,
수백 미터를 엉덩이로 미끄러져 내려가야 하는 협곡도, 절벽을 게걸음으로 가야 하는 스네이크 피크도 절대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 김경수였다면 포기하는 게 당연한 곳들이었다.
하지만 낙타 김경수였기에 가능했다. 이용술이라는 무거운 짐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줘야 한다는 목표가 공포와 두려움을 넘어서게 만들었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때론 무거운 짐이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너무나 무거워서 짓눌려버릴 수도 있지만, 그 무거움이 나를 움직이게 할 수도 있다는 걸 고비사막 레이스에서 배웠다.
위 글은 명진출판에서 출간한 <미쳤다는 말을 들어야 후회 없는 인생이다>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 글/제공 :명진출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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