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찾은 곳 전라북도 남원
지난 전북여행 이틀째날은 비와 함께 남원여행을 즐겼어요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광한루를
제일 먼저 찾았을텐데
춘향이 노닐던 그 곳은 다음을 기약하며
혼불문학관으로 향했어요
혼불문학관으로 발길 옮기며 별반 큰 기대는 없었던 이유가
실은 제가 최명희 소설 '혼불'을 읽지 못했어였을꺼예요..
그냥 다소 덤덤한 발길로 도착한 혼불문학관은 비내리는 남원을 찾은
여행객의 마음을 술렁이게 하기 충분했습니다
전북여행을 하며 남원길에 찾았던 국악의 성지도 그렇고
이곳 혼불문학관도 역시나
우리 고유의 내음을 듬뿍 담고 있는 듯 하여
외관만 보아도 괜시리 관심도가 급 상승하더라고요
급히 조성한 그런 곳이 아니여서 참으로 다행이였고 좋았습니다
소설의 배경지 속에서 마주하는 작가의 숨결
이제야 남원 여행길 비가 내려준 사실에 고마움을 느끼기 시작...
작가의 작품을 읽기 전에
그 소설 속으로 몸소 직접 걸어들어가는 기분은
참으로 묘한 감정이였어요
주룩주룩 끊이지 않고 내리는 빗줄기를 가르며
작가 최명희 선생님을 좀 더 가까이서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저 책꽂이에 담겨 있는 책들을 천천히 읽어보고프단 생각이 들었던 사랑실
이곳의 온화한 안락함이 저도 모르게 신을 벗고
오르게 해주었어요
차 한잔 마시면서 사색에 잠기고픈 열망을 뒤로하고
잠시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한 후
다시 신 신고 걸음 옮겼어요
혼불문학관에서는 함께하는 혼불체험행사 프로그램도 진행된다는데
그 중 소원쓰기에 참여했던 이들의
호박돌과 목판에 적은 소원들도 멈춰서서
한동안 들여다보았습니다
용돈 좀 높이 올려달라는 꼬마의 간절한 소원이 참으로 귀였네요
소원이 꼭 이루어졌길 바라며^^
최명희 작가의 혼불을 만나러 갑니다
한 작가가 무려 17년이란 세월동안
그녀 스스로의 표현처럼
온 마음을 사무치게 갈아서...
그리고
생애를 기울여 적었을 그 한자 한자를 직접 마주하니
뭐라 형언키 어려운 감정에 휩싸여버렸어요
그 분의 필체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원고와 만년필
전북여행길 혼불문학관에서
한 작가의 생애를 더듬으며 감흥에 젖게 될 줄은 스스로도 몰랐던터라
조심스레 다가서는 제 모습이 사뭇 진지함으로 가득합니다
최명희 작가가 집필하던 공간을 마주하던 순간의 그 묘함이란...
쉰 하나라는 짧은 생을 마감하고 떠난
그분의 체취가 여전히 깊이 배어 나오는 듯
점점 더 혼불로 향하는 갈망이 꺼져갑니다
나름 책읽기를 좋아해 지금도 틈나는대로
손에 책을 집어 들지만
혼불을 읽지 못한 아쉬움이 참으로 크게 다가오는 순간들을
문학관을 거닐며 연신 느껴야만 했어요
그랬다면 이 곳에 머무는 의미가 더욱 깊어졌을테니 말이죠
소설 혼불 1부 12장에 나오는 강수 명혼식 장면을 재구성한
모형을 보며 두 여인의 대화가
끊이질 않네요
아마도 두분은 혼불을 읽으신 모양입니다
비록 내용은 잘 모를지언정 장면 장면 묘사되어있는
모습들을 대하니
혼자서 이렇게 저렇게 상상의 나래도 펼쳐보고 재밌더라고요^^
남원지역 이곳을 배경으로 몰락하는 양반가의 과정 속 종가를 지키려는 며느리의
고충과 깊은 애환을 그린 작품 혼불을 빨리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더해져만 갑니다
작가에게 보낸 이야기들도 읽어보며
작품을 통해 전해진 한 사람의 문학을 향한 깊은 열정의 위대함을
고개 끄덕이며 공감합니다
어떤 즐거움이 전북여행을 통해 다가올까 내심 기대도 컸던 남원 여행에서의 시간이
오랫만의 휴식을 듬뿍이도 선사해주는 순간들
이 길 끝엔 또 어떠한 감동이 저를 맞이하려는걸까요...
하마터면 놓치고 말았을 혼불문학관 한켠의 전경이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청호저수지를 따라 마련되어 있는 청호산책길
전북여행 중 남원을 찾으시는 분들이시라면 이곳 혼불문학관에
잠시 들리셔서 청호산책길 한번 거닐어보세요^^
흙내음 맡으며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리듬 따라
산책길 거니는 즐거움 기대 이상이였습니다
파스텔톤 더해진 봄날 어느 저수지의 풍경이 이끄는
마음의 풍요로움이란^^
오~
감탄사만 이어집니다
옛정취 고스란히 담고 있는 혼불문학관
여유로이 쉬었다 갈 곳 많아 더 반가웠던 전북여행지입니다
물레방아옆으로 흐르는 물줄기 소리도 참 좋았고요!
비가 내려 고마웠던 날~
그러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 곳을 찾지 못하고
돌아섰겠죠
그날의 여운이 깊이 남아 이제사 도서관에서 최명희 소설 <혼불>을
열어봅니다
페이지마다에 전북여행길에서 만난
혼불문학관의 정취가 어려있어서인지 더 깊이 빠져들어 읽게 됩니다
내일까지 펼쳐지는 남원 춘향제
지금 남원에 계시거나 남원으로 향하시는 분들
시간 나시면 혼불문학관의 여유로운 휴식도 만나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