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니가타에서 느꼈던 바로 그 감상을. 기자는 수 십년이 흐른뒤 바로 옆 후쿠시마에서 느꼈다. 후쿠시마는 험준한 고산준령과 비교적 따스한 동쪽해안을 함께 갖춘 까닭에 우리나라 강원도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자고 일어나면 허리까지 차오르도록 쌓이는 눈과 만년설 화산 아래 커다란 호수는 스위스를 연상시킬만큼 이국적이지만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인 도쿄에서 가깝다는 점(신칸센으로 1~2시간)에서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특히 아시아나 주3회 직항편과 한국인 직원들의 서비스가 가능한 몇몇 리조트들은 후쿠시마를 ‘머나먼 곳’에서 ‘가까운 4계절 관광지’로 만들어주고 있다.
◇태평양 연안에서 즐기는 온천욕
전라남도 크기(1만1900㎢)보다 조금 더 넓은 후쿠시마현(1만3700㎢)에서 즐길 거리는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온천이다.‘땅만 파면 온천이 나온다’는 후쿠시마 관광연맹 가토 야스히로(37) 과장의 말처럼 후쿠시마 곳곳에 산재한 140여개 온천과 연계한 료칸(旅館·전통식 여관) 및 리조트가 겨울철 ‘온천왕국’ 일본을 찾은 관광객들을 매료시킨다. 특히 한국 관광객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전통 료칸에서의 온천욕에다 일본내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힘든 온천테마파크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키시의 하와이안즈 스파 리조트가 바로 그 것.
후쿠시마에서 가장 따뜻한 해양성 기후를 자랑하는 태평양 연안 이와키시에 자리한 하와이안즈 리조트는 지난 60년대 말 만들어져 도쿄 시민들로부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곳으로. 온천욕과 시설 뿐 아니라 일본내에서는 ‘훌라댄스’로 더 유명한 리조트다. 강원도 태백·정선과 마찬가지로 무연탄을 캐던 폐광지역 주민들이 온천을 이용해 테마파크를 만드는 과정을 담아 영화 ‘훌라걸즈’가 제작되기도 했다. 세계 최대 크기(약 3300㎡)로 1998년 기네스북에 등재된 노천탕과 슬라이드 등 워터파크 시설까지 총 13만㎡ 규모로 상암월드컵경기장(5만9777㎡)의 2배가 넘는 크기가 압권이다. 또한 약 3300㎡에 달하는 노천대욕장은 일본인들이 가장 향수를 많이 느끼는 에도 시대의 온천장 풍경을 그대로 재연했는데. 한 번에 1500명이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규모를 자랑한다.
◇호수·산·그리고 따뜻한 사람들
후쿠시마에서는 특히 호수와 산을 빼놓을 수 없다. 꼭 120년 전인 1888년 반다이산(磐梯山)의 폭발로 분출된 돌덩이들이 강을 막아 생긴 200여개의 호수는 후쿠시마의 명물이다. 이중 일본에서 세번째로 넓은 이나와시로(猪苗代) 호수는 해발 800m이상의 산정호로 둘레만 49㎞에 이르는 초대형 호수다. 호반에 서면 눈덮인 반다이산과 어우러진 유려한 풍광을 자랑할 뿐 아니라 겨울철새인 백조까지 날아들어 유럽 알프스 못지않은 낭만적인 광경을 연출한다. 또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에메랄드색·연두색·파란색·붉은색·보라색 등 5가지 색깔을 낸다는 후쿠오카현 서남쪽 고시키누마(五色沼)가 매혹적인 물빛을 자랑하며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5~6개의 크고 작은 호수로 이어진 고시키누마는 바닥에 깔린 화산재의 종류가 각기 달라 이처럼 특이한 빛깔을 띠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 막부시대 말 세번째로 큰 세력을 갖췄던 아이즈와카마쓰시(會津若松市)는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의 소재가 되었던 무사 대 일왕과의 전쟁사(보신전쟁)가 배어 있는 곳으로 단아한 이미지의 쓰루가조(鶴ケ城)가 남아있다. 1965년 복원으로 위풍당당한 모습을 되찾은 쓰루가조는 히메지 성이나 오사카 성에 비해 작지만. 적의 침입을 막기위해 축조한 해자와 성벽은 성의 주인이었던 ‘마지막 사무라이’의 위용을 말해주는 듯하다. 아이즈와카마쓰의 오우치주쿠 거리는 상점들도 옛 목조가옥을 유지하는 등 에도시대의 정갈하고 고풍스러운 거리가 그대로 남아 일본인들에게는 향수를. 외국인들에게는 이국적인 정취를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