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일본, 그리고...
비행기 처음타는거, 겉으로 티가 다 난다.
나름대로 티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뭐가 뭔지 알아야지!
솔직히, 화장실이 급했어요ㅠ_ㅠ
잠깐 사이에 벌써 구름 위다.
저 구름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없어 너무 안타까워,
다른 사람들 몰래 줌으로 하늘을 나에게 당겨본다.
혹시라도 쳐다볼까, 혹시라도 말릴까-
왠지 갈수록 소심해지는것 같아. 하하;;
혼자서 창밖을 보고 싶어 안절부절거릴 때, 나를 진정시켜준 그것은-
기.내.식
정말 중요한 거야.
약간 굳은 밥이었지만,
어제 저녁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나는 말끔하게!
밥도 다 먹었겠다, 얼른 벨트를 풀고 로모군을 데리고 비행기 맨 끝으로!
맨 끝의 비상구에는 커다란 창이 있는 것을 화장실갈 때 봐두었다.
가자마자 보이는 건, 후지산의 만년설.
부리나케 카메라 전원을 키고, 줌을 사용해서 나만의 후지산으로 담아본다.
파란하늘, 파란바다- 하얀구름, 하얀눈-
하지만, 여기서 로모 셔터단추를 잃어버리는 사건이 일어났지.
그 이후 사진찍을 것을 예상치 못한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어. 바보같이.
계속 서있었더니, 다리가 힘들어서 자리에서 간식먹다가
언뜻 내 눈에 비친 조그만 창 밖의 모습.
그 모습도 나의 렌즈 안으로 불러본다.
하늘 가득 덮고 있는 구름이불은,
따스한 빛을 받아, 더 아름다운 색을 내본다.
지금 말고는 볼 수 없을 것 같은 모습으로-
비행기에서 내려서, 어떻게 환승해야하는지도 몰랐던 바보 하나는,
우루루가는 사람들 뒤꽁무니만 졸졸 따라갔습니다.
다행히 한글로 '환승 물어보세요'라고 써서 들고있던,
일본 승무원의 도움으로
바보 하나는 무사히 다음 게이트까지 이동했답니다. -_-
사진찍을 생각도 못했을정도로 정신없었던 나...
그 당시 내 머릿속엔,
사진이 문제냐! 니가 살아야 사진도 찍는다. -_-
지나가다 발견한 면세점. 아차, 샴푸! 린스!
원래 인천에서 사려던 것을, 비행기는 타야겠기에 사질 못하고...
결국 일본에서 구입.
'샴푸또헤아린스와도코에이마스까', '모오,스코시'
말도 안되는 일어를 굳이 사용하는 바보같은 나나,
이런 내 말을 알아듣고 샴푸,린스를 추천해준 면세점 직원이나..
하하하-_-
샴푸와 린스, 그리고 바디랭귀지로 간신히 구입한 샴푸,린스세트.
꽁꽁 숨겨둔 엔화 500엔 지출.
현재 가진 잔돈. 한국원화 300원, 일본엔화 500엔.
500엔은 꼭 500원같아서... 값어치는 전혀 다른데-
정작 지금 호주가는데, 호주 잔돈은 없다. 하하하-
면세점구경하고, 화장실갔다오니 17시 56분. 밖은 깜깜.
하지만 아직도 3시간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
이런-
한참을 시드니 가이드수첩이랑, 영어책을 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갈색머리 훈남씨. 하하하-
또 그냥 가만히 있지 못하고, 열심히 도촬을 감행했다.
내 카메라의 뛰어난 10배줌 능력을 감탄하며,
찍고 또 찍고-
나 좀 쳐다봐주세요!
한가지 아쉬운 점은,
잠시 딴짓하는동안 꺼둔 전원을 다시 켰을 때,
플래쉬도 함께 켜진 것을 모르고
줌으로 당겨 찰칵!
동시에 플래쉬도 펑!
.............................
-_-
그리고 순식간에 카메라를 숨기고 잠자는 나와 뒤돌아본 훈남씨.
그렇게, 그의 사진은 마지막이 되었다. 흑-
Leir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