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화려한 포문을 연 SBS'나쁜남자'는 주인공 건욱(김남길 분)과 판박이처럼 닮았다. 무엇을 감춰야하고 무엇을 보여줘야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 이는 단순한 직관에 의한 것이 아닌 치밀하게 계산된 움직임이어서 더욱 몰입도를 높였다.
'나쁜남자'가 아낌없이 보여준 것은 영상이었다. 드라마의 것이라고 예측하기 힘든 웅장한 영상은 작품 전체의 수준을 격상시켰다. 덕분에 건욱과 모네(정소민 분)의 첫만남은 그들이 속한 거대한 운명을 대변하듯 아찔하게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나쁜남자'의 수려한 시각적 아름다움은 단순히 시선몰이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하나하나에 섬세한 은유를 담아내며 이후에 펼쳐질 미스테리한 사건의 단서로 작용했던 것. 덧붙여 이와 같은 영상은 인물의 심상을 함축해서 표현하기도 했다.
하늘은 화려한 건욱의 매력을 상징했다. 거칠 것 없다는 듯 창공을 활보하는 건욱은 어떤 여자에게도 거리낄 것 없다는 듯 당당한 그의 태도를 대변했다. 하지만 그 하늘에서 칠흙같은 바다로 추락한 건욱은 그가 과거로부터 속해있던 어둡고 음습한 공간으로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이후 건욱은 "내가 가려고 하는 곳은 어디일까? 천국일까? 지옥일까?"라는 대사를 품으며 극단적인 상황을 줄타기해야하는 자신의 운명에 대해 독백했다. 특히 물 속에 갇혀있는 상태에서 봉인이 풀리듯 피어오르기 시작한 붕대 속의 피는 건욱이 지닌 어린시절의 상처를 섬뜩하리만큼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그런가하면 소품 하나조차도 의미없이 등장하지 않았다. 여자의 추락사 현장에서 발견된 핏빛 종이학은 건욱이 습관처럼 접어 날리는 그것과 연결되어 있다. 또한 물에 빠진 건욱이 몽환적인 상태에 빠져있을 때 그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장치로 낡은 종을 매달아두는 섬세함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나쁜남자'가 보여주는 것에만 능했던 것은 아니다. 드라마의 열쇠가 될 의문의 추락사와 건욱의 과거에 대해서는 티저광고를 연상하듯 작은 단서만 보여주며 심리전을 펼치고 있는 것. 그렇다고 무조건 비밀스럽게 숨기기보다는 모네에게 고의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건욱처럼 각 인물들의 매력을 표현해내는 부분에 대해서는 주저함이 없었다.
특히 첫 회에서는 '나쁜남자'로 살기를 자처하는 건욱이 가진 상처와 그를 치유하기 위해 준비된 계산된 매력, 거기에 더해 상대를 조롱하듯 도도한 매너와 이와 상반되는 천진하고 여린 심성이 대비되어 빈틈 없는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와 같이 정교하게 배치된 극적 요소들은 이후에 전개될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물론 퍼즐처럼 완벽하게 들어맞는 '나쁜남자'의 구성요소에는 찰나의 심상조차 눈빛에 담아내던 배우들의 열연이 축이 되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신아인 기자/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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