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매일 인사하는게 일과가 되었답니다.
결혼 10주년 기념일에 정말 꿈처럼 찾아와 준 아이.. 덕분에 저희 부부는 다시 신혼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
그리고 기쁨이 커져가는 만큼 슬슬 입덧이 가동하기 시작하더군요.
4주전후로 조금씩 미식거리던 것이 7주된 지금은 밥 한숟갈도 넘기기 힘든 상태가 되었습니다.
막내딸의 늦둥이 소식에 넘 기뻐하시며 진심으로 축하해주시던 울 엄마..
시어머니의 타박과 한숨에 힘들다는 내색도 못하고 맘이 요동치던 어느날, 친정엄마와 통화하며
입덧때문에 힘들다고 스치듯 얘기하며 시어머니에게 서운했던 맘, 친정엄마와 깔깔거리고 웃으며 말끔히 털어버리고 기분 좋게 끊었는데..
그로부터 5일 지나 그 먼 지역에서 서울까지 바윗덩이 같은 보따리를 양손에 드시고
저희 집에 오셨습니다.
입덧이란 단어가 가슴에 콕 박혀 도저히 가만 있을 수 없었다던 엄마의 말씀..
스치듯 던진 얘기에 맘이 아프셨던 울 엄마의 두 손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짐보따리를 푸시고 서울에서 끓이면 그 맛이 제대로 안나올까 싶어 시골에서부터 끓여온 시래기국, 호박들깨나물,
고추절임, 무장아찌 등등...., 도라에몽 마술주머니처럼 끊임 없이 보자기에서 흘러 나옵니다.
평생을 아끼지 않고 쓰셔서 손목 뼈가 조금만 무리해도 튀어나와 통증에 시달리는 울 엄마.
에구.........., 기뻐하시는 엄마 얼굴 보고싶어 울컥하는 맘 꾹꾹 누르고 연신 감탄하며 아이처럼
신나라 웃었습니다.
밤늦도록 이쁜 그릇 찾아 차곡차곡 담아놓고 낼은 절대 아무것도 하지 말고 푹 쉬시라 신신당부
했는데, 직장을 마치고 돌아온 집 안이 냉장고부터 화장실까지 온 구석구석 빛이 납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버럭!!! 엄마~~~~~~~!!!!
밤늦도록 겉절이며 생채며 입맛없을때 수제비 끓여 먹으라고 반죽한 밀가루까지..
아무리 말려도 구슬땀 흘리시며 두 팔과 얼굴이 벌게지기까지 쉼없이 움직이시던 엄마의 관절.
예전에 아들녀석과 함께 본 '마당을 나온 암탉 ' 장면 중 어미닭이 새끼의 발목에 매여있는 줄을 끊기 위해 병든 몸 개의치 않고 밤새 매인줄을 쪼아대 피투성이가 된 부리로 아들의 마음을 풀어주며 환하게 웃던 장면이 떠올라 가슴이 욱신욱신해집니다.
바람처럼 오셔서 온 집안에 폭풍흔적 남기시고 바람처럼 가버리신 엄마.
죄송해요.
여러모로 눈물 쏙 빼는 입덧입니다...
엄마......, 사랑해요.
엄마......,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