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여행칼럼 - 여성포털이지데이

2006년 10월 10일 일본 Namazu ~ Shimada _ 여행 22일차
9. 나고야 가는 길

험난한 나고야 가는길

1번 국도에는 고가도로가 많았다. 고가도로는 자전거는 통행금지. 그래서 난 고가 밑 주택가 길로 달려야 했는데, 점심시간이 다 됐어도 식당은 보이지 않는다. 말그대로 주택가라서 식당은 찾을 수가 없다. 차들은 모두 고가도로로 달리니 식당이 있어봤자 장사가 될리 없다. 그나마 가끔씩 나타나는 식당들도 오늘이 정기휴일인지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그래, 또 시작이구나. 식당도 찾아야 하고 저녁엔 잘 곳도 찾아야 하고, 길도 찾아야 하고, 뭐 하나 쉬운게 없었다. 시간은 어느새 1시가 훌쩍 넘어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할 수 없이 1번 국도에서 잠깐 빠져 나와 밥 먹을 곳을 찾았는데 다행히 중국 식당이 하나 눈에 들어 왔다. 일본에 와서 중국음식 먹는게 영 맘에 안들긴 하지만 할 수 없다. 당장 배가고프니 중국음식이고 뭐고 따질때가 아니었다. 그런데, 식당앞에 가니 문이 닫혀 있다. 정기휴일은 아니고, 1시반까지 영업을 하고 5시에 연다고 되어 있다. 뭔 식당이 2시도 아니고 1시반까지만 영업을 하냐! 이따위가 어딨냐! 혼자 속으로 투덜거리며, 마침 건너편에 있는 훼미리 마트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기로 했다.

훼미리 마트 도시락은 별로였다. 종류도 많지 않아 선택의 폭도 좁았다. 배가 많이 고팠는데도 영 맛이 없었다. 그래도 꾸역꾸역 밥풀하나 남김없이 깨끗이 먹어 줬다.

약 86Km 를 달린 지점에서 나고야 163Km 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어라! 아침에 약 3Km 달린후에 나온 이정표에는 분명히 나고야 238Km 였으니, 86Km 달렸으면 155 Km 가 남아야 하는것 아닌가? 8Km 는 어디다 가 먹은 것이냐? 아마도 자전거 도로로 달리느라 왼쪽 오른쪽 왔다갔다 하면서 허비해 버린게 8Km 인가 보다. 오늘 130Km 달리고 내일 108 Km 달리면 나고야에 도착하겠구나 했는데, 이대로면 한 20 에서 30Km 는 더 달려야 할테니, 오늘 130 을 달려도 내일은 140 정도는 달려야 나고야에 도착하겠다 싶다. 빠르면 2일 걸릴거 같다고 예상했는데 3일 달려서도 겨우겨우 도착하게 생겼으니 나참!
안 되겠다. 하루 더 써서, 나고야는 4일째 되는날 점심까지 도착하는걸로 하고, 좀 여유를 가지고 달리기로 했다. 대신 나고야에서 오사카 가는 길에 교토에 들리려고 했는데, 교토를 포기해야 할거 같다. 어짜피 한국에서 동생이 오면 가야하는 곳이니 교토 관광은 그때 해야 겠다

그래서 오늘 목표를 '하마마츄' 에서 '시마다' 로 변경했는데, 막상 시마다에 도착하니 해가 지려면 30분 정도 여유가 있고, 다음 마을은 21Km 남았다고 한다. 그래 저기가 딱이다 싶어 조금 무리다 싶으면서도, 다음 마을로 향했다. 그런데 끝내 그 마을까지는 가지 못하고 중간에 이름 모를 마을에서 여관을 찾아야 했다. 점점 어둠은 내리는데 가로등 하나 없는 길이 이어지더니 눈앞에 펼쳐진 컴컴한 산 길이 나타나 그만 포기하고 만것이다. 잘못하다가는 산속에서 길을 잃는게 아닌가 싶어 덜컥 겁이 나기도 했고, 정말 귀신이라도 나올듯한 분위기 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향을 틀어 근처 마을로 향했는데, 작은 마을이다 보니 호텔같은건 있을만한 마을도 아니고 여관을 찾아야 하는데, 꼭꼭 숨어있는 여관 찾는게 어디 쉬운일인가! 길가는 사람 붙들고 물어보고 싶어도, 정말 길거리에 사람 그림자 찾는것도 힘들다. 다행히 도로변에 구멍가게가 하나 있어 길을 물어보니 약도를 그려주며 자세히 알려 주신다. 아싸! 오늘은 쉽게 찾겠구나 싶었는데, 이게 또 뭔가 꼬이기 시작했다. 여관은 정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방이 없단다. 오는 길에 수 십명의 사람들이 검은 옷을 입고 누군가의 집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걸 봤는데 그 사람들이 다 방을 잡았나 싶다.
점심도 대충 먹은 탓에 배고 많이 고팠는데, 식당을 찾으려고 해도 식당은 커녕 편의점 하나 보이질 않는다. 방이 없다던 여관에서 가르쳐준 길로 여관을 찾아 나서는데 여관이 보일 기미가 안 보인다. 역시나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은 없고, 아무래도 오늘은 노숙을 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마침 구멍가게를 하나 발견해서 저녁 먹을거리도 자고 여관도 물어보고 없으면 노숙을 해야 겠다 생각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에는 아주머니 한분이 계셨는데, 어제 하다가 실패한 '로칸와 도코니 아리마스까?' 를 다시 한번 해 보려다가 그냥 "료칸?" 이라고 짧게 물으니 잠깐 갸우퉁 하시더니 알아 들으신다. 료칸이 맞는데 왜 사람들이 잘 못알아 들을까? 걍 여관이라고만 물어봐서 그런건가? 아니면 발음이 후진건가?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 아주머니 지역 정보지 같을걸 꺼내시더니 몇군데 전화를 하신다. 난 그냥 대충 여관이 어디 있다라고만 알면 되는데 너무 자세히 알려 주시려고 한다. 가끔 느끼는건데 일본 사람들 친절이 지나쳐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여기저기 전화를 하시더니 뭐라고 막 말씀을 하시는데, "나이" 라는 말 뿐이 알아 들을 수 없었다. 여관에 방이 없다는거 같은데, 할 수 없다 그냥 노숙을 해야 겠다 싶었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어느정도 가격이면 되느냐며 물어보신다. 호텔을 알아보시려는가 보다. 괜찮다고 그냥 가려고 하는데 마침 물건 사러온 사람까지 붙들고 막 토론을 하시는 바람에 그냥 뿌리치고 나오지 못하고 5,500 정도라고 종이에 써서 보여 드리니 또 여기저기 전화를 하시더니 6,000엔을 써서 보여 주신다. 그냥 노숙할레요~ 라고 말하고 싶어도 할 수도 없고, "다이죠부데스" 라고 하니 호텔 위치를 알려 주시려고 한다. 때마침 남편으로 보이는 분이 들어 왔는데 같이 합세하셔서 약도를 그려 주시려다가, 아니다 싶은지 지도를 꺼내서 뒤적 거리시더니 그것도 아니다 싶은지, 나가시더니 차를 끌고 오신다. 으~ 대충 약도를 그려주시면 고맙다고 하고 그냥 노숙하려고 했는데, 이거 천상 호텔에서 자게 생겼다.
그러고보니, 저녁거리도 사야 하는데, 이거 분위기가 웬지 뭘 사면 그냥 주실거 같은 분위기 여서 간단히 빵과 우유를 샀는데, 역시나 빵값만 받으시며 우유는 서비스 라고 하신다.
"아리가토 고자이마스다" 만 연신 말해가며 차를 타니 아주머니가 한봉다리를 들고 나오신다. 나야 배고프니 고맙기는 한데 이거 너무 고마워서 어쩌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