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익숙한 것을 찾아 떠나기도 하지만, 그건 훗 날 좀더 나이가 들어 지금을 생각하며, 천천히 와도 될 일이다. 이왕이면 혼자가 아닌 함께 말이다. 그런데 난 지금 익숙한 곳에서 혼자 걷고 있고 그래서인지 심심하다. 얼릉 30일이 돼서 (30일에는 한국에서 친구들이 놀러온다) 혼자가 아닌 함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혼자서 시간을 보내야 하니 또 걷는다.
카부끼ㅉㅛ는 어차피, 숙소가는 길에 있으니 저녁에 다시 들리기로 하고, 신주쿠 거리를 마냥 걷기 시작했다. 유명 관광지만 쫓아 다니다 보면 못 보게 되는 아까운 골목길 풍경들을 좀더 자세히 보겠다는 생각으로 골목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는데, 이 역시도 신통치 않다. 이미 앞서 2번의 여행때 구석구석 살피고 간 까닭이다. 게다가, 신주쿠 자체가 어쩌면 밤의 도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대부분의 번화가가 다 그렇겠지만 낮보다는 밤이 화려하니 말이다.
처음 일본을 찾았을때는 정말 쉴 새 없이 사진을 찍어댔는데, 두번째 찾았을때는 좀 뜸해 지고, 세번째는 지금은 더욱더 뜸해져서, 카메라는 그냥 폼으로 들고 다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할 정도다. 그래도 사진을 좀 찍기는 했다. 몇장 안되지만!
이 사진 찍을때가 생각 난다. 아저씨가 팻말을 들고 사람들을 모으고 있는 장면을 찍으려고 앞에 가서 카메라를 들었는데, 마침 쉬는 시간이신지 팻말을 내려 놓으신다. 차라리 잘 됐다 싶었다. 어짜피 팻말 들고 있는 아저씨 앞에서 대 놓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배짱이란게 나한테는 없기 때문이다. 찍겠다고 갔지만 앞에서 서성대다가 포기하고, 멀리가서 망원으로 도촬이나 했을게 분명하니 말이다. 사실 이거 찍으면서도 얼릉 찍고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다.
신주쿠역 근처 사잔테라스 길에 들어서니 스타벅스가 눈에 띈다. 도쿄에는 스타벅스가 몇 개나 있을까? 아니, 신주쿠에 있는 스타벅스는 몇 개 일까? 신주쿠를 돌아다니며 3~4개의 스타벅스를 본거 같다. 커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 이런 커피숍은 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런데 신주쿠에 너무 많다 싶다. 내 눈에 자꾸 들어오는걸 보니 말이다. 줄까지 서 가며 (일본이란 나라가 원래 그렇기는 하지만)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있는 그들이 나로서는 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잔테라스의 스타벅스 앞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스캉의 여행 방식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늘 무엇에 쫓기듣 돌아다니기 바쁜게 원래 스캉의 여행 방식이다. 여유라는걸 즐겨야지 하면서도, 늘 바쁘게 움직이다 하루가 마감이 된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정말 여유롭게 하자고 다짐을 하면서 시작했건만, 도쿄까지 참 바쁘게 달려온거 같다. 그러니, 도쿄에서 만큼은 여유를 찾기로 했다. 바쁘게 돌아다녀야 할 만큼 보고 싶은게 많지도 않고, 무엇보다 내겐 많은 시간이 있으니 말이다.
한 2~30분 그렇게 앉아 여유를 즐기다, 타임스 스퀘어로 향했다. 아이 쇼핑이나 하면서 시간 좀 보내고 나면 어둠이 내릴 것이고, 그러면 그때, 신주쿠의 밤을 카메라에 담고, 숙소로 들어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