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에서 아침겸 점심을 챙겨 먹고, 우선은 미코노스행 배를 예약하기 위해 시내의 여행사를 찾았다. 그런데, 작년에는 자동차를 싣고 가는데도 별문제가 없었는데, 자전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아직은 성수기가 아니어서 그런가 산토리니와 미코노스 구간은 고속선만 운행을 하기때문에 자전거를 실을 수 없다고 한다.

4월 1일 영국을 시작으로 70일간 자전거로 유럽을 누비며 기차와, 버스, 배등을 타왔는데, 지금껏 단 한번도 자전거때문에 문제가 됐던적은 없었다. (생각해 보니 파리에서 작은 문제가 있긴 했었다.) 그런데, 제일 문제가 없을거라 생각했던 배를 타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 난감하다. 설마, 설마 하여 다시 물어보아도 자전거를 실을 수 없다고 한다. 미코노스만 포기해야 한다면 그래도 괜찮겠는데, 미코노스를 거쳐 배를 타고 터키로 넘어가려는 계획이었기에 다른 대책을 세워야만 했다.

터키로 가는 다른 방법은 편하게 비행기를 타거나, 아테네로 돌아가 버스나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방법이 있지만, 비행기를 빼고는 배보다 더 많은 이동시간을 필요로 하기에 계획 단계부터 배제해 왔었다. 그렇다면, 터키마저 포기를 해야 하나 머리속이 막 복잡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다른 여행사를 찾아가 봤다. 하지만, 역시 같은 대답이다. 정말, 생각치 못한 상황. 마땅한 대안도 떠오르지 않고, 마지막으로 한곳만 더 들려 보기로 하고 정말 혹시나 하고 들어간 여행사에서 자전거가 있다고 하는데도 순순히 표를 예매해 준다. 한군데도 아니고 두군데서나 안된다는 말을 들었기에, 다시 한번 강조해서 물어보니 "No Problem" 이란다. 반가운 대답이기는 한데 이거 영 못 미덥다. 확실히 다시 한번 확인을 부탁하니 직접 배 회사에 전화를 걸어서 확인을 해준다. 그럼 앞에 두 여행사는 뭐냐? 하기사, 자전거를 끌고 여기까지 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 그러니 모를수도 있겠다 싶다.

■ 피라마을 풍경

어렵게 미코노스행 표를 예약하고 피라마을 관광에 나섰다. 그런데 뭔가 허전한 느낌.
'뭐지? 이 기분은?'
살펴보니 다른것도 아니고, 분신이나 다름없는 카메라가 없다. 작은 컴팩트 카메라도 아닌 커다란 내 DSLR 카메라 1DS 를 여행사에 놓고 온것이다. 허겁지겁 오던길을 되돌아 달려가니 다행히도 한곳에 잘 놓여 있다. ‘이게 얼마짜리인데!’ 정말 십년 감수했다.

산토리니는 앞서도 말했듯 작년에 이어 두번째 방문이지만, 이곳 피라마을은 처음이나 다름없다. 작년에는 이아마을을 집중적으로 보고, 피라마을은 저녁에 잠깐 들려 살펴보는 정도로 관광을 끝냈었다. 그때 아쉬움이 많이 남아 꼭 다시 와 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다시 오게 됐다.


■ 피라마을 풍경

작년 보다 약 3주정도 일찍 찾은 피라 마을은 꽤 한산했다. 6월 초와, 6월 말의 차이가 엄청난듯하다. 작년엔 골목 여기저기에 사람들이 북적였는데, 지금은 사람에 치이지 않고 여유롭게 관광을 할 수 있어서 좋긴 한데, 그래도 그리스의 섬들은 한가한 6월 초 보다는 6월 말에 오는게 가장 좋을거 같다. 사람이 많기는 해도 7 ~8 월에 비하면 많지 않고, 아직은 해수욕을 하기엔 좀 이르다 싶은 날씨지만, 그래도, 충분히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시기니 말이다. 6월 초인 지금은 바닷물에 몸을 담구기에는 좀 이르니 해수욕을 못하는게 좀 아쉽다.


■ 피라마을 풍경

피라마을에는 꼭 봐야 하는 유명한 건물이나 유적지는 없다고 봐도 된다. 그저 골목길 여기저기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게 관광의 전부다. 하지만, 내가 가본 그 어느 곳 보다 볼거리가 풍부한 곳이 바로 산토리니다. 눈을 감고 아무렇게나 사진을 찍어도 작품이 나올 듯 한 그런 곳. 절벽위의 하얀 건물과 바다, 그리고 파란 하늘이 만들어 내는 풍경은 정말 말로는 다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다. 무엇하나 놓치기 싫은 아름다운 풍경에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는 곳이다.








■ 피라마을 풍경

한참을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니며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새 해질 무렵.
노을을 감상하기 위해 자리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해가지기만을 기다린다. 산토리니에서는 피라마을 보다는 이아마을의 노을이 유명한데, 피라마을의 노을도 꽤 좋다. 정말 혼자보기엔 너무나도 아까운 장관이 연출 된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 색과 더불어 이 빛을 받아 함께 변하는 피라마을의 하얀 건물들.




■ 노을 빛에 물든 피라마을

붉은 노을과 바다. 그 무엇하나 아름답지 않은것이 없다. 정말 할 말을 잃고 한참을 노을에 빠져 있다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어둠이 짙게 내려 있다. 작년에는 유명한 곳만 쫓아 다니다 보니 이아마을 노을만 봤었는데, 지금 보니 이아마을 보다는 피라마을의 노을이 더 낫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