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30분 졸린 눈을 비비며, 창 밖을 보니 산토리니가 보이기 시작한다. 어젯밤 아테네에서 배를 타고 밤새 새우잠을 자며 오느라 몸은 피곤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산토리니를 바다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에 서둘러 카메라를 들고 갑판으로 나갔다. 산토리니 여행은 작년에 이어 두번째인데도, 산토리니가 가까워 오니 설레이는 마음을 진정 시킬 수가 없다. 작년에도 사진을 참 많이 찍었음에도, 사진을 찍느라 1분 1초가 아까울 지경이다. 정신없이 사진을 찍는 사이 배는 어느새 산토리니에 도착해 승객들은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나도 서둘러 짐을 챙겨 밖으로 나섰다.
■ 배에서 본 산토리니 이아마을
배에서 내리면 제일 먼저 호객꾼들을 환영 인사를 한다. 모두 피라나, 이아 마을의 호텔에서 나온 사람들로 호텔을 예약하지 않았더라도, 이곳에서 쉽게 숙소를 구할 수 있다. 성수기가 아니라면 50% 이상 싼 가격으로 흥정도 가능하고, 호텔까지 차로 모셔다 주니 여러모로 편리하다. 맘 같아서는 나도 여기서 호텔을 정해 편하게 차를 타고 시내까지 이동을 하고 싶었지만, 이미 캠핑장에 가기로 마음을 굳힌 후여서 자전거를 끌고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항구에서 피라 시내까지는 약 10Km 정도가 예상되니, 자전거를 타고 가기엔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밤새 새우잠을 자서 인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전거를 타려니 10Km 가 100Km 나 되는 양 멀게만 느껴진다.
항구에서 피라마을까지 가는 가장 힘든길은 초반 약 3.5Km 에 이르는 갈지(之) 자로 생긴 언덕길이다. 산토리니의 해변가는 거의 절벽이기 때문에 어느 항구에 내리더라도 꽤 높은 언덕길을 올라야 한다. 처음에는 자전거를 타고 올라보겠다고 힘차게 페달을 밟았지만, 10M 정도 달렸을까? 역시 무리다. 짐이라도 없다면 한번 달려볼만 하겠지만, 짐이 잔뜩 실린 자전거로는 무리다. 하는 수 없이 자전를 끌고 언덕을 올랐다. 자전거를 타기는 커녕 끌고 오르기에도 버거운 길이다.
쉬엄쉬엄 언덕을 오르고 있는데, 봉고차 한대에 앞에 멈춰 선다. 차안에 운전사 외에 다른 사람은 없는거 같다. 아마, 헛탕을 친 모양이다. 피라 시내에 있는 호텔이라고 하는데, 1인당 30유로 쯤에서 시작된 흥정은 어느새 15유로 까지 떨어졌고 결국엔 2명에 20유로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캠핑장 보다 더 싼 가격이지만, 음식을 해 먹으려면 아무래도 캠핑장이 편할거 같아, 다시 자전거를 끌고 언덕을 올랐다.
■ 언덕을 올라 내려다 본 풍경
피라마을까지 달리는 길은 급경사는 없었지만, 길이 계속 오르락 내리락 하며 힘든길이 이어진다. 그래도, 여기는 산토리니가 아닌가. 산토리니에 와 있다는 설레임 때문에 힘들어도 힘든지 모르고 달릴 수 있었다. 캠핑장에 도착하니 시간은 9시반. 이른 아침이라 체크인이 될까 걱정했는데, 아무 문제 없이 체크인을 하고 텐트를 치고 지친 몸을 잠시 추스려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