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보면 반드시 한번쯤은 막다른 길을 만나게된다
오늘도 어김없이 길위에 멈춰서서는 마음까지 멈춰버린다
그만두고 싶을때 만난다면야 좋은 핑계거리일테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문제다
물론 정답은 알고있다 당연히 왔던 길을 곰곰이 되집어서 돌아가야한다
하지만 언제나 멈칫한다
왜?
막다른 곳까지 다다른것에 대한 창피함 때문인지
아니면
돌아가야하는 길이 너무도 지쳐버리기 때문인지...
다시 걸음을 옮겨 놓는다
여기저기서 나의 동지들을 만난다
이제서야 조금은 마음도 놓이고 기분도 좋아진다
난 역시나 그저그런 녀석인게 틀림없는 듯하다
지도를 꺼내서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천천히 살펴본다
어차피 나의 지도에 목적지는 없었다
막다른 골목도 갈림길도 일부러라도 가려던 길이었다
작은 창 틈새로 투명한 햇빛이 미끄러지며 들어오듯이
좁은 길 오른편을 따라서 나도 미끄럼을 탄다
보물지도를 틀리지않고 잘 풀어낸 나에게 칭찬을 늘어놓는다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길 바라는 건지 어깨를 으쓱거리면 눈동자는 주변에서 길잃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보낸다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콜롬부스라도 된 양 뒷짐을 지고 거만한 걸음으로 은각사 주변을 산책한다
초록색 향기들로 둘러쌓여있어서인지 오래된 지붕도 어제 올린것처럼 힘있어 보인다
은각사보다는 오랜만의 맑은 공기가 더욱 반갑기만하다
부드럽고 조금마한 모래들로 되어있는 길은
신발 뒤꿈치를 타고 들어와 발바닥을 괴롭히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단단했고
처마처럼 늘어져있는 갖가지 나무 잎사귀들은 어깨를 스쳐도 젖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촉촉했다
적당히 보기좋고 적당히 신선했다
이제 보물지도를 카메라 가방에 쑤셔넣고 다시 왔던길을 되돌아 간다
10분도 채 지나지않아서 나의 건방짐은 최후를 맞이한다
또 다른 막다른 길앞에서서 나는 가방속 나의 지도를 훔치듯이 몰래 꺼낸다
한번쯤은 막혀있는 벽을 뚫고 지나가고도 싶지만
나의 용기는 거기까지이다
친구라도 찾는양 적당히 어색하게 주위를 둘러보고는 4분의 3박자로 걸으며 은각사를 빠져 나온다
"아~ 공기 좋다~"
2010 오사카의 어느마을의 길끝에 있는 은각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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