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귀가 멍멍해지고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꽤나 높이 올라간 모양이다 몇주째 계속되어온 야근에 철야... 피곤하긴했던 모양이다
의자에 등을 붙이자마자 구름속으로 하늘이 녹아들듯이 잠에 빠져버렸다
간신히 기내식을 밀어넣고 각종 카드들을 작성하고 면세로 판매한다는 말에 혹해서 ipod도 하나 손안에 얻었다
언제부터인가 비행기를 타도 창밖에 별 관심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익숙해져서인지... 아니면 10여년간 즐겨온 패러글라이딩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늘 위에서의 풍경이 마냥 신기하지만은 않아진것이다
....
머리를 창가에 기대고 눈길을 돌린다
...
...
아! 하늘이다
...
난 구름위에서 포근한 아침햇살을 맞으며 동화처럼 잠자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도 기다렸던 여행길로 돌아온것이다
예전처럼 설레임에 잠못들고 안달하던 내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이제 처음처럼 여행하고 싶다
나를 사뿐히 내려놓기만을 바라는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날개짓도 못하는 바보같은 가짜새는 큰 소리를 내면서 오사카 땅에 노크를 한다
'쿵쿵쿵....'
그래... 겨울에 만나고 다시 마주하게 되는 오사카에게 이정도 큰소리로 인사하는게 좋은것도 같다
한가로운 마음으로 도착한 교토는 금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조금은 분주한 모습이었다
서울의 그것과는 조금은 다른 소음들이 뒤섞여 또각또각 바람을 타고 다닌다
조금은 눈을 찡긋하게 만드는 따가운 햇살이 '넌 누구냐?'하며 그림자 속으로 몰아붙인다
'짜식 까칠하기는... 지난 겨울엔 그렇게 반겨주더니...'
아직 호텔에 가기 전이라 등에 달라붙어있는 녀석때문에 조금은 성가신 걸음으로 도로옆 국수집으로 들어가
우동에 김밥, 유부초밥 등등을 서서 먹고는 다시 길을 나선다
혹시라도 이방인 티가 나지 않을까봐 찻길을 몇번이고 건넜다가 다시 건넜다를 반복한 끝에 네번을 갔던곳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이제 이 근처에 있는 가게 주인들에게 내가 말도 못하고 길도 모르는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완벽하게 알게 해주었다
눈만 감으면 잠이 온다
아직도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내 두눈을 가리고 있는 피곤함이 좀처럼 떨어져나가지를 않는다
'됐어!~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를 부르는 서태지처럼 흔들리던 고개를 들어보니
내가 서울에 버려놓고온 일상들의 나른함과 지루함으로 지하철 의자에 묶여서
'You must comeback home~'을 고개짓하는 동지를 보게된다
내가 버리고 뛰쳐나온 이곳에도 엄연히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무언가를 찾아서 일상을 깨버리고 이곳에 모여든 사람들도 가득하다
서울을... 집을... 회사를 벗어났다고 모든게 벗어진것일까?
결국 문제는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였다
내가 지금 서있는 곳에서 행복할 수 없다면
세상 그 어느곳을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도시에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라는 글이 떠오른다
이제부터 나만의 여행을 시작해볼 생각이다
그 여행이 이미 끝이났을수도 아니면 아직 시작을 안했을 수도 있지만 지난 사진들을 꺼내 보면서
다시한번 조용한 여행길을 떠나보련다.................
그건 그렇고...
이방인의 입장이되면 나도 모르게 용감해지는가보다
어디서든지 서슴없이 셔터를 누르게된다
가끔은 겁이나서 몰래 담을때도 있지만 대게의 경우엔 그냥 무식한 외국인이 된다
하......뭐 어쨌거나 그덕분에 지난 사진들 들춰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2010. 오사카를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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