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흙의 만남, 자연에서 시심(詩心)을 얻다
경기도 양평 잔아문학박물관
책 한 권, 꽃 한 송이를 내어 놓더라도 전시는 쉬운 결심으로 드러내는 마음이 아닙니다.
스쳐가는 바람에게는 그저 향기로운 꽃내음일지라도 그 향기를 뿜어내기 위해 봉오리를 터뜨리는 꽃의 마음결은 단 한 순간도 귀하지 않은 때가 없는 것이지요.
앞에는 북한강을, 뒤로는 푸르른 산을 이웃으로 두고 자연에서 마음을 얻어내고 있는 작은 문학박물관이 있습니다.
글이 있고, 그 글의 마음을 담은 흙이 있는 아늑한 박물관.
그곳에서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귀한 유산이 되는지 또 한 번 깨달았습니다.
절친한 친구 K양 어머니의 소개로 가게 된 잔아문학박물관.
예사롭지 않은 첫인상, '글과 흙의 만남'.
한 무리의 테라코타 조형물.
꼭 우리를 닮았습니다.
서로의 어깨가 가장 큰 힘이 될 수 있는 관계.
다른 욕심은 없습니다.
그저 이 세상이 다하는 날까지 서로의 마음을 배신하지만 않는다면 그것으로 족하지요.
2000년 12월 24일.
오래 전 별의 기운을 빌어 태어난 한 아기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스러운 날.
사람의 아름다운 성정을 그 누구보다 고귀하게 담아낼 줄 알았던 한 시인이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미당 서정주.
같은 해,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즈음에 그가 남긴 친필 원고가 이곳에 남아 있습니다.
정갈한 힘이 꾹꾹 들어간 글씨를 보니, 문득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생애 마지막 해의 첫날, 그는 자신보다 나라의 미래를 굽어보며 진심어린 충고를 아끼지 않았지요.
500원 짜리 동전 한 닢에 아이처럼 좋아했다는 천상병 시인.
그의 해맑은 웃음이 그립습니다.
잔아문학박물관의 관장, 소설가 김용만.
그는 글을 쓰고, 그의 아내는 흙을 빚으며 이곳에 둥지를 튼지 15년.
두 분 모두 '손'으로 세상을 만나고 있습니다.
1996년 5월 1일에 '서종문학박물관'으로 개관했다가 지금은 '잔아문학박물관'으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친구 집 정원에 놀러간 듯 편안하고 아늑한 정원이 인상적인 곳.
양평에 가면 슬쩍 들어가보세요.
인심 좋은 관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실 거에요. ^o^
| 잔아문학박물관
* 주소 :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860-2 * 전화 : 031-771-8577 * 블로그 : http://blog.daum.net/kymp11 * 참고 : '글'과 '흙'에 대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으니, 사전 연락 후 마음껏 이용해보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