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의 2박3일의 여정을 마치고 다음 일정이 있는 암스텔담으로 가기 위해 샤를르드골 공항으로 가 수속을 기다리는 대기행렬에 합류한다.
평일이건만 공항엔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출발시간인 09시 35분에 50분 정도 여유있게 도착했건만 항공사직원의 도움을 받고서야 겨우 탑승수속을 마칠 수 있었다. 우리나라 공항은 국내선이건 국제선이건 창구가 많아 그다지 기다리는 시간이 없건만.......
과연 우리의 인천국제공항이 국제공항협회에서 4차례 연속 최우수서비스공항으로 평가될만하다며 고개가 끄덕여진다.
북적거리던 공항과는 달리 비행기 안엔 탑승객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 덕에 혼자서 편안히 3인용 좌석을 차지한다.
출발 정시에 맞춰 네덜란드 항공기(KLM ROYAL DUTCH)는 싱그런 초원이 펼쳐진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한다. 초록빛 벌판과는 어울리지 않게 하늘은 뿌옇다. 맑았다가 흐려지고 비가 내린 다음 다시 해가 나오고...변화무쌍한 파리의 날씨는 오늘도 별로 좋지 않은 편이다.
비행기는 금새 구름 위로 올라섰다. 희뿌연 구름 아래 파리 시내가 점점 멀어진다. '아비엥또, 파리!' 다시 만나자, 낭만의 파리여....
이륙 후 50분 정도가 지날 즈음 기내방송에서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텔담의 스히폴 공항에 곧 도착할 예정임을 알려준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네덜란드는 낙농업과 원예가 발달한 나라답게 도시 저 편으로는 푸른 빛깔의 전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국토의 25%가 해수면보다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나라, 그래서 가혹한 자연환경과 싸워서 이루어낸 땅 네덜란드의 하늘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바로 운하였다. 운하가 도시를 방사선 형태로 감싸고 있었다. 오랜 옛날, 어쩔 수 없는 악조건의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만들어낸 교통수단이다. 여러가지 현대적 교통수단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억지로 강바닥을 파내며 만들어내려 하는 그런 뱃길이 아닌 것이다.
하늘에서 바라 본 네덜란드의 땅은 전원과 물길 그리고 도시가 그야말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신이 세상을 창조했으나 네덜란드는 네덜란드인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말이 있듯 이런 환경을 만들어내기까지 네덜란드인들은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했던 것이다.
국토는 한반도의 1/5 정도의 작은 나라, 16세기 말에서야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였고 이후로도 오랫동안의 전쟁 끝에 1648년에야 완전히 독립을 쟁취한 네덜란드는 오랫동안 외세의 핍박을 받았기에 작지만 강한 나라를 끊임없이 지향하였고 이 과정에서 바다를 통해 해외로 진출하여 그 이름을 세계사에 떨친 것이다. 17세기에 만들어낸 동인도회사와 서인도회사 ,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점거, 그리고 동아시아까지 진출한 그들의 흔적은 제주도까지 표류해온 선원 하멜를 통해 잘 알려지고 있는 것이다.
드디어 암스텔담의 스히폴 공항의 활주로에 내려선다. 튤립과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는 과연 어떤 것들을 내게 보여줄까? 처음 대하는 곳이라 마음이 설레인다. 1박 하고 이틀째 아침에 떠나야 하는 일정이기에 또한 마음이 조급해진다.
한 시간 여 비행을 마치고 터미널에 멈추어 선다. 국제선이지만 국내선을 타고 온 기분이다. 김포에서 제주도 까지 걸리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창 밖으로 산뜻하게 파란색으로 장식한 KLM 비행기가 보인다
연결통로를 따라 수화물을 찾으러 가는 길에서 산뜻한 분위기를 계속 맛본다. 파랑 노랑 그리고 오렌지색.......
수화물을 찾고 대합실로 빠져나온다.
수화물을 카트에 실고 렌트카 창구로 가는 중에 볼펜과 노트를 손에 든 여러명의 여자아이들이 우르르 다가왔다.
'어디서 왔나요? 직업은 뭔가요? 뭐하러 왔나요? 이름은?' 한꺼번에 질문을 왕창 쏟아낸다. 아마 학교 숙제 때문에 온 듯 하다. 네덜란드 아이들은 영어를 유창하게 했다. 영어를 잘 모르는 프랑스 사람들과는 영 딴 판이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독일어, 영어, 벨기에어, 프랑스어는 기본이고 스페인어까지 하는 아이들이 많단다. 주위에 여러 나라들에 둘러쌓여 있기에 배울 기회가 되기도 하겠지만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때문이 아닐까?
렌트카 수속을 마치고 공항을 빠져나간다.
세 사람의 짐을 충분히 실을 수 있는 RV카를 예약했었다. 고맙게도 새 차(볼보)를 내준다. 암스텔담을 출발지로 벨기에의 브뤼셀을 거쳐 룩셈부르크로 그리고 독일의 본과 마지막 여정인 프랑크푸르트로 유럽의 고속도로를 질주할 든든한 동반자이다.
먼저 네비게이션에 예약된 호텔을 목적지로 정하고 출발한다. 부푼 마음으로 네덜란드 여행이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