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짐정리를 하고 점심 식사차 거리로 나왔다. 따뜻한 햇살과 양 길가로 잘 정비된 상점들. 테마파크에 온 것 같다.
그래도 이집트 답게 바닷가 인데도 낙타가 있다. 낙타는 참 말을 잘 안듣는다. 억지로 고삐를 끌어 당겨야 그제야 느린 발걸음을 뗀다.
상점 사이를 한참을 걷다 보니 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 정말 새파란 하늘 아래 넘실대는 푸른 바다가 그곳에 있었다.
홍해. Red Sea. 그 이름이 무색하게 바다는 푸른 빛으로 출렁이고 있었다.
홍해가 붉다라는 것은 가끔 이곳에 있는 해조류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한다.
가까이 다가가니 더 없이 맑고 투명한 바닷물이 자갈을 씻어 내고 있었다. 그렇게 투명한 바닷물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홍해 저 멀리 사우디아라비아가 손에 잡힐 듯 병풍처럼 누워 있었다. 마치 군산과 장항 처럼.
그 푸른 홍해를 옆에 끼고 해변 식당가가 줄을 서 배고픈 관광객의 발목을 붙잡는다.
일년 내내 따스한 태양과 함께하는 해변이라는 걸 자랑이라도 하듯 모든 가게가 야외 식당처럼 탁 틔여있다.
그리고 저마다 색색깔의 알록달록핞 소품으로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어 모은다.
식당가를 걷다 우리는 이집트 여행정보 싸이트에서 사람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는 중식당에 들어갔다.
중식당 답게 붉은 등과 카펫, 등쿠션으로 페르시아 풍으로 잘 꾸며져 있었다.
바다 바로 옆자리에 앉으니 얼기설기 엮은 천장 아래로 떨어지는 햇빛과 간간히 불어오는 바닷바람, 그리고 귀에 감아도는 파도소리가
20시간 동안 달려오며 쌓인 여독을 사근사근 녹여주었다.
점심을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낮잠을 청했다. 열어 놓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홍해의 바람이 너무도 안락하다.
저녁 시간이 되자 종국형님께서 반장님과 강사님들께서 식사를 준비해 주신다고 같이 하자고 한다.
그동안 한국 사람을 못만난 터라 흥쾌히 자리에 함께했다.
숙소 옆에 마련된 주방에 가니 이미 몇 사람들이 나와서 먼저 마당에 피운 불을 쪼이고 있다.
부산에서 온 여자분 세분과 동행하고 계신 청년분. 사촌과 친구라는 데 남자만 3명이던 우리팀은 너무도 부러웠다.
그리고 각각 여행경비를 벌어 4개월동안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동유럽을 통해 여기까지 오셨다는 커플. 정말 정말 부러웠다.
한참 우리끼리 수다를 떨고 있자 반장님께서 식사 하라고 부르신다.
가보니 빨간 양념의 닭매운 볶음이 있다. 곧 소고기 요리고 나올 거라며 천천히 먹으라신다.
오. 얼마만에 보는 빨간 매운 요리인가. 정말 매웠다.
반장님 말씀으로는 이집트 고추가루가 굉장히 매워서 김치를 담그면 입에 불이 난단다.
배불리 먹고 나니 이따 오를 시나이 산이 조금 걱정된다. 의외로 춥다는 이야기에 반장님께 여쭤 보니 두꺼운 옷 좀 가져가라신다.
패딩이 필요할까요라 물어보니 '패딩은......좀 그렇고.... 올라가면 더운데 정상에서 땀이 식으면서 추우니깐 나쁘진 않겠네'.
땀이 식으면서 춤다니 그럼 그리 두꺼울 필요는 없겠다 싶었다. 반팔에 오리털 패딩이면 되겠지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앞으로 다가올 일생일대의 역경을 배 이상으로 만들어주는 가장 바보 같은 생각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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