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슬포항에서 가파도 까지는 20여분 정도..
왕복 9,000원이다.
하루 세번 열린다던 뱃길이 휴가철이어서인지 늘어났다.
여전히 맑고 더운 날씨..
그래도 의자가 늘어선 선실에서 바라보는 흰물살은 시원하다.
도착한 항구는 참 작다.
그리고 한적하기 그지없다.
월요일 이어서일까.....
한적한만큼 시선은 편하다만.....
초입에 선명한 가파도 안내지도가 보인다.
단순해서 좋다..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그리고
그옆에는 올레 안내..
'짧고 부담없는 코스하나 정복하는구나'!!..
슬몃 웃음이 나온다.
초록의 밭과
진한빛의 흙이 주는 안정감.
돌담이 아름다운 곳이라더니 정말이다.
나즈막하게 길게 늘어선 담장들....
햇살은 뜨거워도 들판너머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시원하다.
낮은 언덕에 드러나는
친구 부모님의 실루엣이 잘 어우러져 그림같다.
중간중간의 정자에서 쉬며
선창에 드리운 배를 보자니 마음도 여유로워진다.
마을길로 들어가니 나오는 작은 구멍가게..
아주머니 두 분이 정담을 나누다가 반기신다.
그 곳에서 사 온 아이스크림에 잠시 더위를 식혔다.
해안도로를 다라가다 시장기가 돌아 들어간 집...
깔끔한 메뉴판......그런데 음식의 이름이 낯설다.
청보리 보말칼국수는 청보리 반죽 칼국수에 보말로 국물을 냈다기에 하나 시켰는데
면발이 두껍지만 쫄깃함은 덜하고 국물의 맛이 독특하다.
고구마좌배기는 일종의 수제비 종류였는데
쫄깃하고 고구마의 달큰함이 뒷맛으로 남는다.
강된장도 구수하고...
집안도 개끗하고 장식도 독특하다 생각했는데
젊은 주인이 하는 말이 바로 어제 문열었단다..
어쩐지..
모든 가전제품, 도배, 장식등이 반들거리더라니...
맛보라며 내다준 순달이라는 막걸리는 정말 짜릿하게 시원하고 맛있었다.
포만감에 나와 걷자니 독특한 모양의 돌담이 눈에 들어온다.
인위적으로 만든 작품이라도 이런 맛을 내기는 쉽지 않을거다....
걷다가 만나는 담장들은 너무 매력적이다.
훤하게 드러난 들판을 나즈막하게 가려주는 수줍음....
아무것도 없는 이 들판들은 봄이면 청보리로 물결을 이룬단다.
내년 봄에는 꼭 한번 다시 오고 싶다.
바람에 일렁이는 보리..
생각만해도 가슴이 짜릿하다.
입구에는 꽤나 투자를 많이 한듯한 펜션이 있었는데
배를 기다리며 차를 마시거나 늦은 식사로
식당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섬을 돌면서 만난 사람보다 많은듯 싶다.
더위를 쫒기위해 팥빙수를 시켰는데 그릇의 크기에 허걱!! 했다.
놀라면서도 즐거워
일행의 신나는 손놀림으로 섞어서는 1인용볼에 나누어 먹는데
다른 것 안넣고
서걱서걱 알갱이가 씹히는 얼음과 찰떡 몇 개, 그리고 팥으로만 만들어
뒷맛이 깔끔하다.
등줄기까지 시원한게 완전 대박이다...
오후 배를 타고 나오자니 참 아쉬웠다.
뜨거워 다니기는 힘들겠지만
하루 묵으며 그늘진 정자에 앉아
마을 노인들의 사는 이야기도 듣고 했으면 좋았을텐데.....싶다.
그래도 아쉽다는 것은 다음을 또 기약하는 일....
그 푸르고 깊은 바다처럼
한결같은 모습이길 바라며 모슬포로 돌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