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는 우리나라의 경주와 마찬가지로 전통문화 유산이 많이 남아있는 고풍스럽고 조용한 곳 입니다.
그런데 해마다 7월이 되면 교토 전체가 떠들썩하게 달아오릅니다.
바로 기온마츠리가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1년내내 어느 곳에선가 축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축제의 나라'라고 불리우는 일본에서도
도쿄 칸다마츠리(神田祭), 오사카 텐진마츠리(天神祭)와 함께 일본 3대 축제로 손꼽히는 이 행사는
그 역사와 전통적인 가치를 인정 받아 2009년에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도 등록이 된 유서 깊은 행사입니다.
축제는 교토부 교토시 나카교쿠의 야사카신사(八坂神社)를 중심으로 개최되며
매년 7월 1일에 시작하여 장장 한달간이나 이어집니다.
기온마츠리의 유래는 멀리 헤이안(平安)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869년 일본 교토지방에는 역병이 창궐하여 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람들은 우두천왕(牛頭天王, 고즈덴노) 일명 '스사노오미코토'의 노여움 때문이라 생각하고
우두천왕의 노여움을 달래고자 기온사(祇園社, 현재 야사카신사)에서 제사를 지내고
당시 일본의 행정구역 수와 같은 66개의 가마를 만들어 역병을 달래는 어령회(御靈會)를 지냈습니다.
어령회(御靈會, 고료우에)란 죽은 사람의 원령이나 악성 전염병을 옮기는 신을 위로하는 제사를 말합니다.
여기서 교토사람들이 두려워한 우두천왕, 즉 스사노오미코토란 무엇일까요?
역사 자료를 보면 백제계 여왕이었던 사이메이천황(齋明天皇) 2년(656년)에
고구려로부터 왜나라 왕실에 건너온 사신 '이리지'가
신라의 '우두산(牛頭山, 현재 춘천일대)'에 있던 스사노오미코토신(須佐之男明神)을 모시고와
야마시로국(山城國, 교토의 옛이름) 야사카향(八坂鄕)의 기온사에 모시고 와서 제사를 지냈다고 합니다.
결국 기온마츠리는 한반도의 신인 '스사노오미코토'의 노여움을 달래기 위한 제사에서 비롯된 것 입니다.
물론 현재 일본에서는 이러한 사실은 감추고 하나의 축제로만 행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럼 7월 한달 동안 치러지는 이 거대한 행사는 어떤 일정으로 진행이 될까요?
7월1일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깃푸이리 의식을 시작으로 기온마츠리는 시작이 됩니다.
마츠리가 시작이 되면 교토시내는 모두 행사분위기로 들썩이게 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여름 축제 의상인 유가타를 입고 거리로 나옵니다.
7월 2일에는 교토시청에서 올해의 행사 출전 순서를 결정하는 추첨을 합니다.
7월10일에는 그동안 분해되어 있던 가마를 꺼내어 씻고 조립을 시작하며 환영의 불을 밝힙니다.
행사에 사용되는 가마는 야마호코라고 합니다.
정확하게는 야마라고 하는 0.5톤~1톤 무게의 가마와 호코라고 하는 7톤~12톤짜리 초대형 가마를 말합니다.
소나무와 같은 것들을 기둥처럼 세우는 가마를 야마라고 하고
끝에 뾰족한 창을 매단 가마를 호코라고 하며 총 32대의 가마가 사용이 됩니다.
가마를 조립하는데는 못을 일체 사용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오랜 세월 틀어지거나 부서지지 않고 보존되어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완성된 가마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완성된 가마들이 거리에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사람들도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각각의 가마들은 각기 오래전 부터 전해온 화려한 무늬의 태피스트리란 천장식으로 치장이 됩니다.
다양한 장식물들로 치장된 가마들의 화려한 모습 때문에 걸어다니는 미술관이란 칭호로 불리기도 합니다.
16일은 오이야마라고 하여 가마 주위에 등불을 밝히고 떠들썩하게 행사를 벌입니다.
올해 행사에서는 10만명의 인파가 이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서 몰려들었습니다.
7월 17일에는 메인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야마호코순행 행사가 벌어집니다.
우리말로 바꾸면 가마행렬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아침 9시에 시작된 행렬은 사전에 정해진 순서에 따라 진행이 됩니다.
대열의 선두에는 사찰 등의 축제 행렬에 차려 입고 나오는 아이인 치아(稚兒)가 배치됩니다.
각각의 호코에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올라타서 제례 음악을 연주합니다
거대한 가마를 사람의 힘만으로 끌고 가야하기 때문에 가마를 회전하는 일도 대단히 큰 일이 됩니다
가마를 회전시키기 위해서는 바닥에 대나무 조각들을 깔고 물을 붓고 조금씩 움직이게 합니다.
일본의 전통문화 행사이긴 하지만 간간히 외국인들의 행사 참여의 기회도 열려 있습니다.
행사는 생각보다 긴 시간 동안 진행이 됩니다.
7월 17일의 메인 이벤트 이후에는 환행축제나 가마씻기 등의 정리 행사가 이어집니다.
마지막날에는 야사카신사에 있는 에키신사에서 종료의식을 하는 것으로 행사가 마무리 됩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본 최고의 행사인 기온마츠리는 당초의 종교적인 제사의식을
현대적으로 축제의 형태로 계승하여 발전시켜 왔습니다.
덕분에 전세계의 사람들이 이 행사를 보기 위해 찾는 세계적인 이벤트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도 과거에 많은 놀이와 행사가 있었지만 많은 부분들이 일제 강점기에 사라졌습니다.
우리의 전통행사가 사라지게 된 원인을 제공한 일본땅에서 벌어지는 가장 성대한 행사가
우리 한반도에서 건너간 신을 섬기기 위한 축제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요즘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고장의 특색을 살린 행사들이 많이 개최되고 있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단기 실적을 위한 흥미 위주의 1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문화행사가 될 수 있도록 잘 발전시켰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