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걷기 여행 2010년 4월 6일 - 2일차, (총 일정 : 2010년 4월 5일 ~ 9일 : 4박 5일)
3. 우도 (제주 올레 1-1코스)
제주는 춥다!!
처음엔 그냥 흐리고, 바람만 불더니 기어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바람만으로도 충분히 추운데, 비까지 내리고, 이러다가 감기라도 제대로 걸리는게 아닌가 모르겠다. 게다가 난 샌들까지 신고 있다. 아직 발이 시리거나 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정말 춥다. 두꺼운 겨울 잠바라도 입고 싶은 심정이지만, 더 이상 껴 입을 옷도 없고, 다시 숙소에 들어갔다 올 수도 없고 그냥 참고 걸을 수 밖에.
다들 우산도 안 챙겨서 동생들은 비옷을 사 입었다. 난 바람막이겸으로 비옷을 준비를 해서 그걸 입고. 사실 바람이 하도 많이 불어서 우산이 있다고 해서 우산을 쓰고 걷는건 힘이 든다. 비옷이 짱이다. 하지만, 사진을 찍으려면 우산이 필요한데....
바람과 싸우며 올레 표시를 따라 쭉 걷다 보니, 여기저기 유채꽃이 만발이다. 비가 많이 오는건 아니지만 제법 오기 때문에 비를 피하면서 사진을 찍으려니까 여간 힘든게 아니다. 계속 렌즈를 닦아가며 사진을 찍었다. 사진기는 그냥 가방에 콕 집어 넣고 사진은 찍고 싶지 않았는데, 유채꽃들이 유혹을 해서 할 수 없이 다시 사진기를 꺼내 들었다. 싸구려 렌즈라고는 해도 없으면 아쉬운 렌즈인데, 비 맞아도 괜찮나 모르겠다. 7D야 이 정도 비 맞는건 괜찮지만.
그러고보니, 여지껏 제주에 자주 왔으면서 이렇게 유채꽃밭에서 사진을 찍는건 처음이 아닌가 싶다. 걷기 여행을 하면서야 무료인 꽃밭을 많이 만나서 언제라도 맘껏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전에는 보통 (얼마 안하지만) 돈을 받는 곳들만 보여서 사진 찍는건 포기했었는데, 아무튼 이번 여행에서는 간만에 내 사진도 많고 유채꽃밭에서도 사진을 많이 찍었다. 이번에 내 사진이 많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1Ds Mark3 를 나두고 7D 를 가지고 갔기 때문이다. 1Ds 보다 7D 가 좋은 점 중 하나가 또 이런건데, 보통 1Ds 를 주면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면 그 큰 덩치에 다들 긴장을 하기 마련인데, 그 보다 작은 7D 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편하게 생각해서 맡기는 나도 좋고, 찍어주는 사람도 좋고, 역시 여행은 가볍게 다녀주는게 좋다.
날씨만 빼면 우도는 정말 좋았다. 꼭 무슨 볼거리가 있어서 좋은 곳이 있는가 하면, 그냥 그 곳에 내가 있다는 것만으로 좋은 곳이 있는데, 우도는 그런 곳이다. 그냥 스캉이 우도에 있다는거 만으로 좋더라.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