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화창한 날씨와 상반되게 내마음은 우울하기 그지없는 한주였다.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걸린다"고 하는데 몹쓸 놈의 감기로 시름시름 앓았다.
몸이 힘드니 삶에 의욕도 안생기고 오전 일이 끝나면 깊은 잠속으로....
산좋고 물좋은 홍천의 짙은 신록을 대하고 나면 다시 기운을 챙길수 있으려나...
어제 해질녘에 물구비길의 산자락에 자리한 '성빈센트 기도의 집'으로 발걸음~~
동네 비탈길을 내려가다가 허름한 농가의 벽에서 발견한 민들레 홀씨....
노란 민들레꽃은 간데 없고... 진 자리에 씨앗들이 동그란 공처럼 솟아 있네...
너무 자태가 예쁘고 매혹적! 노랫말이나 글속에 곧잘 등장하는 이유를 알겠다.
'민들레 홀씨되어...'노래를 부르며 마을 아래로 내려가니 그림같은 산과들이 시원하게 펼쳐지네.
무심코 지나치기만 했던 동네 입구의 버드나무가 늘어져 길가는 이들의 시원한 쉼터로 좋겠다.^ ^
어느새 동네 주변 논밭에는 물이 차지고 그 안에는 모내기가 끝나 녹색으로 덮혀 있다.
나만 서울과 홍천을 오가면서 바쁘게 사는가 싶었는데... 부지런한 농부의 삶과 비교가 되겠는가.^ ^
한낮의 땡볕을 피해 해질녘에 모내기를 마무리하는 아주머니의 손놀림을 보니 더 실감이 난다.
논두렁 밭두렁 흙길을 따라 걸으며 갈수록 펼쳐지는 오감만족 풍경이 그저 싱그럽고 향기롭기만~
흙길이 끝나는 자락에서 개울을 만나게 된다. 얼기설기 돌로 만든 징검다리를 건너 좌회전하고...
개울이 이어지는 길을 따라 쭉~ 걸어걸어 들어가니 푸른 빛깔도 소리도 향기도 남다르다.
신록이 짙어만 가는 계절이어서 인지 꽃보다 푸르른 잎들이 내 마음을 더 사로잡는다.
물구비길의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병풍처럼 둘러쳐진 급경사의 바위 절벽은 언제봐도 장관이다.
다리를 건너 좁은 길로 들어서면 주위의 풍경에 압도되어 영묘하고 신비로운 기운에 사로잡히게 된다.
어느 여름날 산책길에 발걸음을 한 후 세상시름 잊고 잠깐동안 쉬었다 가고플때 찾는 '마음의 안식처'라네.
물구비길에 자리한 '성빈센트 기도의 집'전경과 입구 그리고 부속 건물들.
기도원의 제일 높은 곳에 올라 주위의 지형과 산세를 보니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과 함께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속세에 더렵혀진 몸과 마음이 절로 경건해짐을 느낀다.
깊은 골짜기에 살다 보면 누구라도 도인이 될 것 같은 생각이...
........... ♬
산등성이의 해질녘은 너무나 아름다웠었지
그님의 두 눈속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지
어느새 내 마음 민들레 홀씨 되어
강바람 타고 훠~훨 네곁으로 간다... ♬
어느 순간,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안착지를 찾아 둥둥 떠다니는 하얀 솜털 모양의 민들레 홀씨.
늦은 나이에 시작해 열정만을 가지고 힘차게 달려온 빵인생이었는데...
체력이 바닥이 났는지 의욕만 앞설뿐... 몸이 받쳐 주지 않아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현재의 삶에 브레이크를 걸고 민들레 홀씨되어 바람을 등에 업고 훨훨 날아가고파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