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기나긴 연애를 하면서 우린 늘 " 큰아인 딸을 낳고, 작은아인 아들을 낳자." 라고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땐 딸을 낳고 싶었던 이유가 예쁘게 머리 묶어주고, 엄마와 똑같은 옷 맞춰입고 싶다는 .... 

그런 단순한 이유말고는 크게 딸이어야 하는 이유는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꿈 같은 미래를 꿈꾸며 나닮은 딸 _ 남편닮은 아들 낳아 행복하게 살기 ... 그런 부분의 영향이 더 컸었던 것 같아요 ^^

그런데 요즘은 ' 아~ 정말 우리 가은이라 딸이라 너무 좋다! ' 라는 생각과 함께

하루하루 더 친구같아지는 가은이의 모습을 보면서 ' 이래서 딸딸 하는구나. ' 딸 키우는 재미를 쏠쏠하게 느끼며 지내고 있답니다.

불과 몇일전까지 두아이 육아 힘들다... 미운 4살이라 힘들다.... 하더니 무슨일이가 싶으시죠?

가은이는 이제 40개월 .. 지난 어제 날짜로 딱 40개월로 들어섰어요.

28개월 부터 말다운 말을 시작한 가은양. 한달 쯤 되었을까요? 그 때부턴 수준있는 대화를 나눌 정도로 말이 많이 늘었거든요.

말이 늘면서 마음도 함께 자란건지.. 요즘들어 부쩍 어른스러워진 딸의 모습을 보며 잔잔하게 감동을 받기도 하고 ... ^^

아동학을 4년이나 전공을 했지만 막상 아이를 키우며 정말 많이 혼란을 느꼈던 지난 3년.

더 잘하고 싶었는데, 더잘해야자 했을 땐 둘째녀석을 만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가은이에게 상처를 주고 ..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 좀 더 노력하고 변해보자... 했을 땐 두아이 육아가 많이 버거워 생각조차 미루기 바빴던 지난 날들을 보내면서

저도 가은이도 많이 울고 상처받는 과정을 거치고.. 이제야 서로 이해하며 조금씩 적응이 되건 같아요.

"이건 안돼!" "저건 안돼지~!" 라고 말할때 시어머님이 그런말씀을 하신적이 있어요.

안된다고 말할 상황을 만들지말거나, 안된다고 딱잘라 말하지말고 좋은말로 타이르라고 ..

대화가 안될 것 같지만 눈빛으로 진심으로 말하면 미운 4살이라도 다 엄마,아빠 따르게 되어있다고 ..

그땐 그 말이 정말 이해가 안갔거든요. 아무리 말해도 그때뿐이었고, "이 작은 꼬마와 대화가 될까?" 이 생각이 가득했기 때문에

대화보다는 명령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내 마음 몰라주는 시어머님의 말씀이 서운하기도 했고, 집에선 엄마밖에 모르던 꼬마가 할머니만 따르는 모습을 볼땐 괜히 서운하기도 했었구요.

두달쯤 전이었을까요?

제가 은우를 안고 "아이쿠, 엄마 똥강아지..." 하면서 뽀뽀세례를 하고 있는데, 가은이가 먼발치서 보더니 다가와서

"엄마! 가은이도 아가인데.... 가은이는 왜 아이쿠 똥강아지 .. 하면서 안안아줘요?" 라고 슬픈표정을 지으며 이야기 하더라구요.

' 그래. 맞아.. 가은이도 아가지 ....... '  

그 상황엔 똑같이 가은이를 안아주며 풀어주긴 했지만, 그 말이 가은이의 슬픈표정이 머리 속에 떠올라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몰라요.

그리고 한동안은 전혀 그러지않던 가은이가 은우를 꼬집기도 하고, 놀고있는 장난감 확 - 뺏어서 던지기도 하고 ..

도저히 안되겠다싶어서 작은 꼬마와 대화를 하기로 결심을 하고 .. 2일 넘게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가은이에게 엄마마음을 엄마진심을 전달해줄 수 있을까... 하구요..

그러다 생각한 방법이 가은이 아가때모습 보여주기 였어요.

만삭사진부터 날짜별로 정리해뒀던 사진들, 동영상 보여주면서 그때의 마음.. 그때의 기억 ..

가은이에게 하나씩 보여주면서 이야기해주면서 가은이를 엄마,아빠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얼마나 소중한 아가였는지..

엄마,아빠에겐 가은이가 최고였다는 거 보여주고 이야기하고 ..

정말 오랫만에 가은이와 둘이 앉아 깔깔깔 까르르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엄마랑 아빠랑 가은이를 계속 안고 있네."

"아~ 가은이가 아가라서 못걸으니까 엄마가 계속 안고 있구나."

말로만 하는게 아니라 직접 보여주고 이야기하니 더 효과가 있었는지 ...

은우한테 하는 행동 부터 변화를 보이더라구요.

은우가 울거나 징징 하고 있으면 "엄마. 은우가 엄마 찾잖아. 빨리 안아줘야지." 라는 말까지 하는거 있죠?

그 이후로는 은우 챙기기 뿐 아니라 엄마,아빠까지 얼마나 잘 챙기는지 ....

"엄마! 가은인 엄마 좋아~"

"엄마가 왜 좋아?"

"음 ....... 엄마가 최고니까 ! "

"엄마가 왜 최고인데?"

"음...... 에이~ 엄마가 좋으니까 그런거지.."

생각해보면, 아무 이유없이 가은인 엄마라서 무조건 엄마를 최고라 부르고 좋아해주는데..

엄마인 저는 "으이구.. 엄마말 안들어서 가은이 미워." 라는 말을 좋아하는 말보다 더 많이 하며 지냈던 것 같아요.

작은 꼬마에게 하루하루 어른이 되어가는 방법을 배워가면서 ..

저도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여유가 생기는 건지

요즘은 가은이와 나란히 누워 늦은 밤까지 도란도란 대화도 나누고 ..

둘이 속닥속닥 아빠 흉도 보고 .... ^^

친구보다 더 친구같은 그런 사이로 지내고 있는 요즘.

남편보다 어쩌면 딸에게 더 위로받으며 힘든 육아도 즐겁게 하고 있는건 아닌지 ..~

"엄마, 가은이 데리러 올때 불도 끄고, 문 잘 닫고, 은우 잘 챙겨서 오구 !!"

씩씩하게 어린이집 등원하신 가은님 ^-^

작은 변화를 시작으로 앞으로 조금씩조금씩 좋은 엄마가 되어가는 연습 해보려구해요.

엄마가 하나를 변화하면 아이는 100가지가 변한다고 하잖아요.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노력하다보면, 쌓이고 쌓여서 가은이가 시집갈때쯤엔 좋은엄마 되어있지 않을까요? ^^ ㅋ

( 너무 늦나 ?? )

긴글 읽느라 고생하신 이웃님들. 행복 충만한 오후 되시와요 ^-^

연두네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