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가을 날, 아빠가 집에 있는 토요일을 맞이하여 아이와 어디 재미나게 다녀올만한 곳이 없을까 생각하다

추석동안 기름지게 먹었던 음식들을 생각하며 운동도 하고 가을 날씨를 만끽할 수 있는 자전거 라이딩을 떠났어요.

물론, 엄마, 아빠는 아직 자전거가 없기 때문에..(사실 있어도 나로랑 속도도 맞춰야 하고 힘들다고 하면 난감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걷는게 속편할 노릇)

아이가 자전거 도로에서라도 마음껏 자전거를 탈 수 있길 바라며 길을 떠났답니다.

나로네 집 근처에는 거리가 꽤 되는 산책로가 있는데요,

자전거 도로로 이어지는 길이기 때문에 자전거로 도보로 운동 삼아 다니는 분들이 많죠.

장수천을 따라 달리는 나로의 생애 첫 자전거 라이딩~

코스는 대략 위에 지도와 같아요.

인천에 사시며 자전거를 즐기시는 분들은 이 라인대로 라이딩을 많이 다녀보셨을 거 같아요.

인천대공원에서 소래까지 꽤 긴 길이를 자랑하는 곳이거든요.

나로네 집은 서창동이기 때문에 출발은 서창동에서 했고요,

소래 생태공원까지 왕복 11km의 거리를 엄마는 걷고, 나로는 자전거를 탔다가 유모차를 타며

그리고 아빠는 유모차를 밀며 긴 여정을 다녀왔어요.
 

장수천이라는 작은 냇물이 졸졸 흐르는 길을 따라 인천대공원 부터 소래까지 자전거 도로가 잘 닦여 있답니다.

차가 올 걱정도 없고, 앞에서 마주 오는 자전거만 잘 살피고 타면 되기 때문에 나로군이 두 발 자전거를 마음껏 타기에 아주 좋은 코스였어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언제든 잠시 앉아 푸르고 넓은 가을 하늘을 볼 수도 있고

흐르는 땀을 식힐 수 있는 작은 벤치도 많이 있어요.

도보로 자전거를 타고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작지만 요긴한 쉼터가 될 것 같아요.

아이가 자전거를 타다 좀 힘들어지면 천천히 걷듯이 발을 구르는데요,

그럼 아빠는 잠시 앉아 쉬는 잠자리를 잡아 보여주기도 하고,

메뚜기, 사마귀도 잡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해줄 수 있어 좋더라고요.

또 나로랑 엄마는 난생 처음 두더지를 다 봤답니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농가가 나오는데요, 농가 밑 비닐 하우스로 몸을 숨기려다 밖으로 나온 두더지를 보고 환호 했어요.

역시 아이에게 자연은 보물 창고와도 같아요.

이 녀석 어찌나 빠르게 잘 달리는지, 엄마가 나로와 속도를 맞추려면 거의 마라톤 하듯이 달려야 했죠.

덕분에 엄마, 모처럼 운동다운 운동의 참맛을 맛볼 수 있었고요.

또 물가에 두루미만한 크기의 새들이 서식하고 있어서 아이는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잠시 멈춰 한참동안 새를 관찰 했어요.

새의 시원한 날개짓과 물 속으로 부리를 박고 먹이를 잡는 모습 등을 관찰하며 신기함에 반가움에 수다쟁이가 되던 나로에요.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만나는 장소 곳곳에서 책에서만 볼 수 있던 새와 곤충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거, 정말 멋지지 않나요.

덩달아 함께 외출 나온 강아지 삼이도 토끼마냥 깡총깡총 뛰며 나로의 뒤를 따랐지요.

또 곳곳에는 이렇게 예쁜 들꽃도 있고 크기가 큰 거미, 그리고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

작은 거미를 잡아 먹는 사마귀의 모습을 바로 앞에서 생생히 눈으로 담을 수 있었죠.

요즘 나로는 곤충 관찰책에 큰 흥미를 보이고 있는데, 그 중 가장 관심이 많은 곤충이 거미거든요.

잠자리가 잡힐 만큼 큼직한 거미줄을 나뭇가지로 툭툭 건드려 보는 시간을 통해 아이 가슴 속에 어떤 꿈이 생겼을까요? 

아이는 그것들을 직접 느끼고 보며 무엇을 마음에 담아 두었을까요?

그 정답을 알 순 없지만, 분명 오늘의 경험이 훗날 나로에게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자, 그렇게 5.5kg의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달려 드디어 소래생태공원에 도착했어요.

오는 중간 중간 목이 마르면 집에서 부터 챙겨 온 생수를 마시고

또 더위에 지치면 아빠가 끌고 오던 유모차에 잠시 앉아 오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한창 자전거 타는 재미에 빠진 나로가 유모차에 가만히 앉아 올리 없겠죠?

유모차에 탄지 얼마 되지 않아 이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안전모를 챙겨 쓰고 자전거로 달리기 시작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앞으로 더욱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랄 녀석의 듬직함이 느껴졌어요.

생태공원 안 쪽에는 걋벌 체험장도 있고 염전도 구경할 수 있어요.

(갯벌 체험은  따로 준비한 포스팅을 구경해주세요. ^^)

자전거를 타고 오는 동안 아이에게 우측통행의 달리는 방향을 알려주고,

앞에 사람이나 자전거가 있을 땐 벨을 울려 알려주는 일,

자전거가 다니면 안되는 길에선 아이에게 자전거가 다닐 수 없다고 설명해주고 또 그 규칙대로 따를 수 있도록 했어요.

더욱 재미있는 건 자전거가 다니면 안된다는 표지판을 본 나로가 뭔가 느낌이 왔는지

"엄마, 여기 자전거로 가도 되는거야?" 라고 먼저 묻더라고요.

아무래도 지금껏 보고 왔던 표지판과 대조되는 느낌인 걸 아이도 눈치를 챘나봐요.

아이는 이런 경험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 규칙과 약속을 익히게 되고

나아가 이런 훈련은 다양한 일상 생활에서도 아이에게 절제와 자제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나로도 아이인지라 가지고 싶은 것이 있으면 듣고 있기 힘들 정도로 소리를 지르고 울며 떼를 쓰기도 하고

공공장소에서 뛰거나 식당에서 밥을 먹는 일에만 집중하는 게 잘 안될 때도 있지만

집에서 그리고 밖으로 나왔을 때 처음엔 잘 따르지 않더라도 반복적으로 알려주고 충고 해주면

어느 순간 아이가 몰라 보게 달라져 자제도 되고 스스로 행동 조절이 되더라고요.

조각 구름과 푸른 하늘이 예쁜 가을 날-

길고 긴 거리를 걸어 오느라 다리도 아프고 힘들었지만

시원한 가을 바람을 맞으며 앉아 있으니 여유마저 느껴지던 토요일 오후에요.

추석도 지나고 가을색도 많이 짙어졌네요-

추워지는 겨울이 오기 전까지 아이랑 야외에서 많은 추억을 만들어주겠다고 아빠와 약속도 했어요.

두 번은 없을 우리 가족의 2010년 가을이니까요.

찰칵,

기념 사진도 빠질 수 없겠죠.

^_^

생태공원 안에는 자전거를 타다 잠시 쉬는 분들이 참 많으시더라고요.

그 사이를 조그만 아이가 두 발 자전거를 타고 누비니 여기저기서 "쟤좀봐" 소리가 들렸어요.

나로군, 그 소리에 힘입어 더 열심히 달리고

그러다 넘치는 의욕에 넘어지는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아마도 오늘의 자전거 라이딩 시간이 아이에게 크나 큰 자신감을 안겨줬을 거 같아요.

너무 힘들면 유모차에 타라고 해도 얼굴에 인상이 가득인데도 참고 타는 걸 보며 엄마, 아빠는 몹시도 흐뭇 했답니다.

그리고 집으로 다시 걸어 오는 길엔 결국 밀려오는 낮잠을 이기지 못하고 유모차에서 숙면!

내리 쬐는 가을 태양을 피해주려고 엄마가 자는 동안 나로군 썬글라스를 씌워 주니 아이가 자는건지 구경하는건지 모르겠네요.

^_^

두 발 자전거 타는데 익숙해진지 이제 한 달 정도가 된 거 같은데,

아이가 체력적으로 너무 힘든 게 아닌지.. 또 얼마 안가서 자전거를 타지 않겠다고 할까봐 걱정도 했는데,

다행히 달리는 재미를 느끼며 꽤나 먼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혼자 이동 하더라고요.

남자 아이라 체력이 좋긴 좋은 거 같애요.

오는 길 5.5km 중 나로가 실제로 자전거를 탄 거리는 대략 3km 정도 될 것 같고

생태 공원 안에서도 계속 자전거를 타고 다녔으니 못해도 5km 정도를 자전거를 탄셈이니 나로에게 엄청난 운동량이 되었을 거 같아요.

무엇보다도 운동도 되고 탁 트인 곳에서 다양한 것들을 경험할 수 있어 더욱 알찬 시간이였던 거 같아요.

엄마, 아빠에게도 마찬가지고요.

10월에는 더욱 더 알차게 준비해서 다시 한 번 나로의 자전거 라이딩 스케줄을 짜볼래요. 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