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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일이 생겨도 알 길이 없는 승강기' 아파트 승강기 안팎에서 성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성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5843건(21.7%)으로 가장 많았다./신진환 기자 |
#1. 지난달 26일 인천 논현동에 있는 모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 A(8) 양은 함께 탄 한 노인이 갑자기 끌어안고 입을 맞추려 하자 이를 뿌리치고 구석으로 몸을 피했다. A 양은 노인이 자신의 동갑내기 친구에게 같은 짓을 저지른 것을 제지하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A 양은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친구와 같이 부리나케 도망쳤다.
#2. 지난해 4월. 충북 청주시 모 아파트 앞에서 범행대상을 물색한 유모(26) 씨는 실행에 착수했다. 그가 노린 대상은 여고생. 엘리베이터를 함께 탄 뒤 신체 일부를 만졌다. 대담해진 그는 4차례에 걸쳐 여성을 추행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엘리베이터 타기가 무섭다? 무슨일일까. 밀폐된 공간 엘리베이터에서 여성을 노리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할 것 같은 엘리베이터도 더는 안전하지 않다.
대검찰청 범죄분석을 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성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5843건(21.7%)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엘리베이터는 밀폐된 공간으로,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 물론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범죄를 예방하거나 사후를 대비하고 있지만, 범죄 발생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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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두운 승강기' 전문가들은 승강기 내부의 조도를 보다 밝게 하면 성범죄율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범죄는 주로 밝은 곳 보다는 어두운 곳에서 발생하고 탑승자의 안정감을 높이기 위함이 그 이유다./신진환 기자 |
실제 아파트 승강기는 어떻게 관리될까. 6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에 있는 A 아파트 엘리베이터는 철제문으로 만들어졌다. 밖에서 안을 볼 수 없는 구조다. 한 경비원은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고 내부를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허점은 분명 있었다. 경비원이 아파트 주변을 순찰하는 등 부재일 때는 범죄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 12시간씩 주야로 근무하는 환경 역시 매 순간 감시할 수 없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게다가 오래된 아파트는 현관에 잠금장치가 없어 외부인의 출입이 자유롭다.
주민들도 불안을 호소했다. 주민 오모(39) 씨는 "낯선 남자와 단둘이 엘리베이터를 타면 괜히 불안하고 신경 쓰인다"며 "특히 아이들은 성인의 힘을 당해낼 수 없기 때문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조모(40) 씨는 "같은 아파트라도 알고 지내는 주민이 몇 안 돼서 그런지 같은 입주자끼리도 여성과 둘이 탈 경우 괜히 눈치 보인다"며 "서로 마음 편히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도록 획기적인 장치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범죄예방 건축 기준을 설정하고 지난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범죄예방 건축기준'에 따르면 500가구 이상 공동주택(아파트)과 오피스텔, 학교 등은 엘리베이터 내부와 지하주차장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특히 공동주택의 경우는 주차장과 연결된 지하층과 1층 승강장, 승강기 내부 등에 CCTV를 1곳 이상 달아야 한다. 이 같은 기준은 범죄의 침입을 감시하고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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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하는지 다 보여' 유리로 된 승강기는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어 성범죄 예방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신진환 기자 |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는 방범을 고려, 셉테드(범죄예방환경설계·CPTED) 인증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승강기 내부를 볼 수 있도록 벽면을 유리로 설치하고 보통 하나뿐인 비상호출버튼을 증설해 범죄를 예방하고 있다.
실효를 보이자 지자체서도 셉테드를 적용하는 곳도 있다. 서울 동작구는 방범을 위해 셉테드를 도입하기로 하고 15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 대해 범죄예방환경설계를 적용토록 지침을 마련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한 경찰관은 "아파트는 범인이 CCTV를 교묘히 피해 도망가면 도주로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승강기 앞에서 서성이거나 쫓아오는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고, 집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 계단에서 누군가 보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며 "부득이 꼭 승강기를 타야 하는 경우에는 비상벨 앞쪽에 서되 등을 벽에 등지고 서서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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