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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씨와 김 씨가 함께 일했던 가게 '더팩트' 취재진은 4일 '딸기찹쌀떡' 논란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안 씨를 명동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명동=이성락 인턴기자 |
'딸기찹쌀떡' 진실게임에 발을 들이다
수염 덥수룩한 남자가 카페에 들어온다. 빨갛게 충혈된 눈과 때 묻은 옷이 그간 힘들었던 상황을 말하는 것 같다. 그는 명동에서 '딸기찹쌀떡'을 판매하고 있는 안홍성(46) 씨다.
지난 4일 서울 명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안 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첫 인터뷰, 덩달아 한숨이 나온다. '딸기찹쌀썩'을 둘러싼 '진실 게임'에 발을 들여놓았다.
하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는 도중 두 가지 고민이 머릿속을 맴돈다.
◆ 누구의 말이 사실일까, '신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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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란의 중심, '딸기찹쌀떡' 안 씨와 김 씨는 '딸기찹쌀떡'을 놓고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명동=이성락 인턴기자 |
2013년 한 방송사의 '딸기찹쌀떡의 눈물'이라는 보도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안 씨의 말을 들으면 한편의 방송으로 하루아침에 두 남자의 인생이 바뀌게 됐다. 안 씨는 청년 사업가의 피를 빠는 '악질'이 됐고 반대로 김 씨는 '갑의 횡포'에 당한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이 됐다.
인생을 좌지우지한 언론의 힘이 무섭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동시에 고민이 생겼다. '혹시 내가 누군가의 인생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다.
조용히 묻힐 수도 있고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그걸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니면 말고'식의 취재를 할 수는 없다. '누군가에게는 어떤 경우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 안 씨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특히 양자의 이해관계를 가리는 일이었던 만큼 더 신중해야 했다. 단지 구매한 제품을 집까지 친절하게 배달해주는 택배 아저씨처럼 안 씨의 말을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 잘 전달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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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조는 누굴까? 안 씨와 김 씨의 각자 자신들의 가게 앞에 원조라고 적힌 간판을 두고 있었다. /명동·신사동=이성락 인턴기자 |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몸이 안 씨 쪽으로 기운다. 순간순간 감정이 이입되기도 했다. 방송이 나가기 전 김 씨의 사연을 들었던 방송국 관계자도 나와 비슷한 상황이었을까.
안 씨는 김 씨가 전 국민을 속일 수 있었던 이유로 언론보도를 꼽았다. 그리고 자신의 말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억울해했다.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반대로 김 씨에게 안 씨가 겪었던 똑같은 상황을 되돌려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관계 확인, 안 씨와의 인터뷰가 막바지에 이를 때쯤 생긴 두 번째 고민이다. '양측의 입장을 들어보고 기사를 써야 한다' 그 양측에는 최근 안 씨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거짓말쟁이'가 된 김 씨도 포함돼 있었다.
그래서 더 김 씨의 이야기를 듣고 싶기도 했다.
◆ '중간에 서 있기'…생각보다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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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씨는 어디에? <더팩트> 취재진은 5일 김 씨를 만나기 위해 김 씨가 운영하고 있는 신사동 가게를 찾았다. 하지만 김 씨는 보이지 않았다. /신사동=이성락 인턴기자 |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만나 양자 관계의 사실 여부를 가리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모르겠다. 언론인의 공익성과 마음가짐, 말로는 많이 들었지 막상 상황에 닥치니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어 새내기 기자 티를 여지없이 냈다.
하지만 안 씨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배운 '언론은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과 '사람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양자 입장을 들어야 한다'라는 학습된 결과를 머릿속으로 되새기며 5일 신사동에 자리 잡고 있는 김 씨의 가게를 찾았다.
문을 열며 "김XX 씨 계시나요?"라고 말하자 종업원은 "사장님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소속과 이름을 밝히자 메모장과 펜을 건네며 "연락처를 남겨주세요"라고 말해 급하게 명함을 꺼내 건넸다. 종업원은 "사장님 언제 오는지 몰라요"라는 말을 하며 돌아가라는 눈초리를 보냈다. "'딸기찹쌀떡' 논란 관련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 찾아 왔습니다. 안 씨의 이야기를 이미 들었고, 김 씨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가게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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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게 문을 닫을 수 없었어요" 현재 안 씨가 운영하고 있는 '딸기찹쌀떡' 판매점. /명동=이성락 인턴기자 |
김 씨의 가게 옆 카페에 앉아 연락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날 김 씨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검찰 조사결과는 안 씨가 '딸기찹쌀떡' 논란의 피해자라고 말해 주고 있다. 그런데도 김 씨를 만나려고 했던 것은 사실관계, 그 명확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어쩌면 그 명확성을 높이는 데 실패한 셈이다.
기자로서 첫발을 내딛은 시점에서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를 떠안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이런 게 책임감이라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오후 7시. 집으로 돌아가는 어깨가 상당히 무겁다.
[더팩트ㅣ명동·신사동=이성락 인턴기자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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