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라이온 킹’은 가족뮤지컬의 지존으로 불리며 지금까지 흥행 불패신화를 기록해 왔다. 영국 일본 등 공연이 올려진 8개국에서 여전히 히트 행진 중이다.
이에 대해 한국 뮤지컬계는 시키의 ‘라이온 킹’이 국내에서는 실패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폐막공연에서 만난 아사리 게이타 시키 대표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비록 흥행 면에서는 손해를 봤지만 한국 뮤지컬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대가로는 충분하다”면서 “한국에서 ‘라이온 킹’ 결과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키는 국내 공연계에선 처음으로 지난 1년간의 ‘손익계산서’를 공개하는 자신감을 보이기까지 했다.
시키의 ‘라이온 킹’은 일본의 기업형 극단이 디즈니 뮤지컬을 들여와 국내 첫 뮤지컬 전용극장인 샤롯데극장 개관작으로 공연한다는 점에서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었다. 당시 한국뮤지컬협회를 비롯한 국내 뮤지컬 관계자들은 시키의 진출을 ‘제국주의적 문화침탈’에 빗대면서 “시키가 한국 뮤지컬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고 반대했다. 이런 뮤지컬계의 분위기는 지난해 11월 시키의 한국 진출을 규탄하는 집회를 겸한 ‘제1회 대한민국 뮤지컬 페스티벌’로 이어졌다.
그러나 1년 사이에 시키에 대한 분위기는 바뀌었다. 지난 8일 개최된 ‘제2회 대한민국 뮤지컬 페스티벌’ 오프닝 무대에 ‘라이온 킹’을 초대한데서 알 수 있듯 한국 뮤지컬계는 시키를 경쟁자이자 동업자로 받아들였다. ‘라이온 킹’의 폐막공연에도 윤호진 한국뮤지컬협회장, 박명성 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 등 국내 대표적인 뮤지컬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또 국내 제작사들은 앞다퉈 시키에게 차기작을 함께 하자며 제안하는 상황이다.
아사리 대표는 “내년 하반기에 시키의 다른 작품으로 한국을 찾게 될 것”이라며 “시키의 창작뮤지컬 ‘꿈에서 깨어난 꿈’ ‘유타와 불가사의한 친구들’과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가부키 스타일로 바꾼 작품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아사리 대표가 연출하고 정명훈이 지휘하는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오페라 ‘나비부인’도 내년에 한국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출처: 리뷰앤프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