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동치미
연출 - 김용을
출연 - 박기선, 김계선, 이지영, 이광재, 김현아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 100분 / 만10세 이상
친구와 저녁을 든든히 챙겨 먹고 연극 동치미를 만나기 위해 대학로 예그린씨어터를 찾았다. 꾸준한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는 동치미를 조금 늦게 만난 아쉬움도 있었지만 이번 작품은 지금 나의 처지에 만나 보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 작품 중의 하나였다.
티켓팅후 좌석을 미리 확인하고 이날 출연진들을 살펴 보았다.
아버지 - 김만복(박기선)
어머니 - 정이분(김계선)
큰딸 - 정임(이지영)
아들 - 경원(이광재)
작은딸 - 정연(김현아)
출연진들의 얼굴을 익힌 뒤 공연장으로 입장.. ~~
무뚝뚝하지만 가족밖에 모르는 아버지와 가진 것 이상으로 다 내어주는 어머니가 사는 삼남매의 부모님이 사는 집..
출가외인에 걸맞게 평소 부모님께 소홀한 큰딸 정임과 사업실패와 기러기아빠로 힘들게 살고 있는 아들 경원, 노처녀로 연극인의 길을 걸으며 부모님의 바램을 꺾은 막내딸 정연 삼남매가 어머니의 생신을 맞이해 모처럼 부모님댁에 모였다.
온전히 남편 내조와 자식 바라기로 살아 온 어머니..
당신의 아픔보다 자식들의 고단함을 더 염려하던 어머니는 모처럼 모인 자식들에게 잔소리하는 아버지로부터 떼어 놓기 바빴다.
무뚝뚝하고 표현력은 없지만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아버지 김만복은 자신의 한약이 너무 쓰다는 핑계를 대며 남긴 한약을 아내에게 넘긴다.
남은 한약을 말없이 건네받아 마시는 아내 정이분.. 남편의 마음을 알아서 일까?
마지막 한방울까지 탈탈 털어 마시며 유쾌한 웃음을 짓는다.
묵묵히 남편내조와 뒷바라지로 아낌없이 주기만 했던 아내 이분은 정작 자신의 몸을 돌볼 겨를 없이 살아왔고 단 한시도 떨어져 지낸적이 없던 남편은 결국 허무하게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내야 했다.
엄마의 삼우재 날
그동안 아내에게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를 꺼낸 후 아버지는 그렇게 아내를 따라 먼 길을 떠났다.
부모를 잃은 삼남매의 통곡과 함께 조명이 꺼지고 아버지가 들려 주는 '꿩먹고 알먹고' 에 관한 이야기에 결국 나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흔들렸고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로 도저히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자식을 향한 부모님의 무조건 사랑 나도 부모가 되고 조금씩 부모가 되어가는 중이지만 정작 부모님께는 내자식에 밀려 소홀했던 게 사실이였다.
연극 동치미를 통해 평소 부모님께 하지 못했던 말을 할 수있는 용기를 얻었다.
늘 가슴 한 켠에 숨어 있던 수줍은 나의 언어를 꺼내게 해 준 동치미..
메이던 덩어리로 얹혀 답답했던 구석을 시원한 동치미로 뻥하고 뚫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