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중학교 역사 과목 교사인 최모(29·여)씨는 지난달 중순 이후 밤마다 ‘카톡’ 알림에 시달렸다. 중간고사를 앞두고 학생과 학부모의 ‘질문 세례’가 쏟아지면서다. 이미 공지한 시험 범위를 다시 확인하거나 문제집 일부를 찍은 사진과 함께 설명을 요청하는 메시지가 자정이 넘도록 이어졌다. 급기야 “이건 시험에 나올 만한 게 아니죠?” 같은 질문까지 해대자 최씨는 결국 ‘오후 6시 이후 카톡 금지’ 방침을 각 반에 전달했다. 이후 잠잠해지나 싶더니 이번엔 학부모가 가세했다. 중간고사를 마친 날 밤 한 학부모가 “시험 좀 어려운 편이었나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최씨는 “학부모 질문에 답장을 안 하면 ‘무시하냐’며 따지니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충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이모(29·여)씨는 최근 집단따돌림을 당한 학생의 아버지와 학교 교무실에서 면담하던 중 이 같은 말을 들었다. 3학년인 딸이 “애들이 나랑 안 놀아주고 무시한다”고 울자 걱정이 된 학부모가 학교를 찾아왔다. 확인 결과 학생들 간 다툼이 발단이었다. 피해 학생의 아버지는 막무가내로 “왕따를 시킨 애들 부모부터 학교로 부르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씨가 “부모의 과도한 개입은 자칫 아이를 더 힘들게 할 수 있다”고 진정시키려 하자 “애도 없으면서 부모의 마음을 어떻게 아느냐”며 막말과 반말을 퍼부었다. 충격을 받은 이씨는 “교사에 대한 신뢰나 존중이 바닥인 것 같아 서글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교사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다. 한국 사회의 과도한 교육열과 공교육 붕괴 현상에 따른 교권 추락 등으로 교사가 감당해야 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승의 날(15일)을 이틀 앞둔 13일 새누리당 이종배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교권침해 현황’에 따르면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는 2014년 63건에서 지난해 112건으로 1년 새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도 지난해 3346건에 달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피로증’을 호소하는 교사도 급증하고 있다. 학생의 생활지도와 고민 상담, 학부모와의 원활한 소통 등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스마트폰 메신저에 시도 때도 없이 수신 메시지가 뜨기 때문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관계자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교사와 학생·학부모 간 장벽이 없어지는 건 좋지만 정도가 지나쳐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교총이 교사 36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부모에게 가장 고마울 때’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자(34.6%)가 ‘묵묵히 교사를 믿어줄 때’라고 답했다. 교사는 맡은 학생이 누구든 애정과 성의를 다해 교육하고, 학부모는 믿음과 존경심으로 교사를 응원해주는 신뢰관계를 학교 현장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