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20대 총선 참패 이후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하고 별도의 혁신위를 꾸리는 ‘투 트랙 체제’를 운영키로 했으나, 비박(비박근혜)계가 12일 강력 성토에 나서며 또다시 계파 갈등으로 확산되는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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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상임고문들과 오찬을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비박, “당 반성 의지 없어” 성토
비박계 의원들은 이날 투 트랙 체제를 비판하면서 혁신 비대위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홍일표 의원은 라디오방송에서 ‘투트랙 체제’에 대해 “국민이나 당을 사랑하는 분들이 원하는 방향과 다르다. 아직 위기의식이 부족하다”며 “혁신형 비대위를 꾸려 두세 달이라도 고통이 따르는 변화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것과 거리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점에서 다소 실망”이라고 비판했다. 김영우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진석 비대위에 대해 “당의 혁신을 최우선 과제가 아닌 부차적인 것으로 여긴다는 것”이라며 “혁신 비대위가 당의 체질과 운영체계를 바꾸지 않는 한 희망이 없다”고 비토했다. 재선인 하태경 의원도 “(혁신위는) 혁신을 밀어붙일 기구에 권한을 안 주고 격하시킨 것”이라며 “누가 봐도 당이 반성의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혁신위원장 인물난에 대해서도 “비대위원장이 최고 권한을 갖기 때문에 산하 자문기구인 혁신위원장은 더 영입하기 어렵다. 실질적 권한도 없는데 누가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이들 역시 혁신위가 구성될 때까지 나 몰라라 하고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 쇄신파는 총선 직후 혁신모임을 만들어 원유철 비대위를 무산시킨 뒤 외부 인사를 영입해 혁신 비대위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번 국면에선 자취를 감췄다. 이들이 비대위 구성을 의결할 오는 17일 전국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집단적으로 반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있지만, 이미 실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이날 “말은 누가 못하겠느냐”며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다가 이제 와서 떠드는 것은 버스 떠난 뒤 손 흔드는 격”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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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이 12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예방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자승 스님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에 집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남정탁 기자 |
◆정진석, ‘친박 비대위’ 비판에 “가소로운 얘기”
당내 비판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발끈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처해 언론의 투트랙 체제 비판에 대해 “가소로운 얘기”라고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친박계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그 손은 누가 본 거냐”고도 했다. 친박계의 총선 참패 책임론에 대해서도 “당내 70~80명이 친박인데 다 책임 있느냐. 지도급이 책임 있는 것은 맞는데 이들이 떼로 몰려다니면서 나쁜 짓 했느냐”며 “덤터기 씌우는 것은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정 원내대표는 대신 혁신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단순히 땜질식의 혁신위는 아니다”며 “적어도 당을 재창조하겠다는 의미를 담는 혁신위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혁신위 성공의 관건인 위원장 인선부터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거론된 주요 인사들은 고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대권 주자인 김무성 전 대표도 경쟁자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영입해 전권을 주고 당 혁신작업을 맡겼으나 당 안팎의 반발로 혁신안은 흐지부지된 바 있다.
김채연 기자 why@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