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협회 입법로비의혹 수사 핵심쟁점은 무엇인가??
정치후원금이 치협 단체자금인지 여부, 의원들 사전인지 여부 등 확인돼야
철피아(철도+마피아)와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 수사 이후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검찰이 치과협회 입법로비 의혹 수사에 본격 착수하면서 국회의원들이 또다시 사법처리 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수사는 보수시민단체인 어버이연합이 지난 6~7월 2차례에 걸쳐 새정치민주연합 현역 의원 12명(양승조·한명숙·이미경·박영선·김용익·변재일·강기정·박수현·이석현·장병완·이춘석·조정식)과 전직 의원 1명(배기운)을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최남섭 회장, 김세영 전 회장 등 치과협회 전현직 주요 간부 8명도 함께 고발됐다.
고발의 주된 내용은 의사 1명이 의료기관 1곳만 개설할 수 있도록 해 네트워크 병원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는 의료법 개정안이 2011년 12월에 통과된 직후 치협 간부들이 각각 1000만~3422만원씩 의원들에게 불법 후원금을 건넸다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고액 후원금 내역 자료에 따르면 치협은 양승조 의원 3422만원, 김용익 의원 2499만원, 이미경 의원 2000만원, 이춘석 의원 1000만원씩 등을 각각 후원금으로 건넨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당시 치과계에서는 파격적인 인플란트 할인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친 대형 네트워크병원과 1인 개원의 중심인 치협 간 고소·고발이 잇따르는 등 심각한 갈등이 있었다.
치협은 네트워크치과를 원천 봉쇄하는 의료법 개정안 통과에 사활을 걸었고 반대로 네트워크병원은 법안을 강하게 반대했다. 결국 의료법 개정안은 2011년 10월18일 양승조 의원이 대표 발의해 2개월만인 같은해 12월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현철)는 의료법 개정안 입법 대가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의혹을 제기한 고발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치협 사무실 등 6곳을 압수수색해 후원금 송금 내역 등이 담긴 회계자료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그러나 검찰이 새정치연합 의원들과 치과협회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밝혀내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법인이나 단체가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개인이 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후원금은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할 수 없고 특정 후원회 한 곳에 연간 기부할 수 있는 금액은 국회의원 후원회의 경우 50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인이나 단체는 '1회 10만원 이하, 연간 120만원 이하 등의 후원금은 개인이 익명으로 기부할 수 있다'는 정치자금법 조항을 악용해 일명 '쪼개기 수법'으로 입법로비를 벌인 경우가 적발되기도 했고 그런 수법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치협에서도 회원들로부터 2011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25억원 이상의 거액의 자금을 모은 뒤 그 가운데 일부를 이 같은 '쪼개기 수법'으로 관련 의원들을 불법 후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기부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익명으로 후원금을 냈더라도 이 돈이 법인이나 단체의 자금으로 확인되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
따라서 수사의 핵심은 치협 간부들이 건넨 후원금이 법인이나 단체 자금 또는 이와 관련된 돈인지, 해당 의원들이 이같은 돈의 성격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기부한도를 초과해 후원금을 건네거나 받았는지 여부도 수사대상이다.
후원금이 치협 법인이나 단체 자금으로 확인되더라도 이를 받은 의원들이 돈의 성격을 알지 못한 채 받았다면 사법처리를 피할 수 있다.
한편 검찰은 계좌 추적을 벌인 결과 치협이 '불법 네트워크 치과 척결 성금'이라는 명목으로 걷은 25억원 가운데 9억원을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인 2012년 초부터 수차례에 걸쳐 현금으로 인출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인출된 9억원이 선관위에 등록된 후원금으로 흘러들어갔는지, 아니면 후원금과는 별개로 뒷돈을 건네는 용도로 쓰였는지 등 용처를 확인 중이다.
치협 측은 "적법한 절차를 밟아 국회의원들을 후원한 것으로 안다"며 "검찰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