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시기에 같은 소재와 픽션을 주제로 한 작품이 영화와 드라마로 재구성되어 안방과 스크린에 각각 선보이고 있다. SBS 수목 드라마 <바람의 화원>과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미인도>가 그 주인공.
두 작품은 조선 정조 시대의 뛰어난 화가였던 김홍도와 신윤복을 소재로 한다는 것과 ‘신윤복이 혹시 여자이지 않았을까?’하는 같은 뿌리에서 태어난 작품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남자로 알려진 신윤복을 여자로 재해석 했다는 점이다.
물론 신윤복에 대한 정보가 극히 부족하다는 것을 바탕으로 한 상상에서 시작됐지만 그것이 마치 사실인 듯 은연중 리얼리티를 갖게 됐다는 점이 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하지만 두 작품은 기초공사만 같을 뿐 김홍도와 신윤복의 관계 설정부터 등장인물, 스토리, 장르까지 각기 다른 이야기를 전달한다. 또 여자로 그려진 신윤복이 남장을 하고 살아가는 설정은 같지만 그 까닭은 다르게 그려진다.
혜원 신윤복과 단원 김홍도가 되살아 난 두 작품을 한번 비교해보자.
영화 <미인도>
인간의 욕망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표현한 혜원 신윤복과 그에 얽힌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영화 <미인도>. ‘센세이션조선멜로’ 라는 타이틀처럼 다소 도발적인 소재인 욕망을 아름답게 표현하고자 한 영상이 연일 화재를 낳고 있다.
사극 멜로물을 표방했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음란서생>도 파격적인 내용과 수위 높은 노출로 주목을 받았지만 <미인도>는 여기서 한 꺼풀 더 벗어 던졌다.
하지만 미인도를 단순히 선정적인 내용과 파격적 영상, 여배우의 노출에만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봉 후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는 미인도는 세계적인 영화제 칸에 초청 받을 정도로 작품성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신윤복 역을 맡은 배우 김민선은 직접 동양화를 배우고 여배우로 힘든 과격한 정사신도 대역 없이 열연하는 등 작품에 대한 높은 집중력을 보이고 있다. 또 배우 추자현도 김민선에 버금가는 정사신을 무리 없이 소화하며 에로티시즘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그려냈다.
사랑과 욕망을 넘나드는 조선 최초의 아름다운 에로티시즘 <미인도>. 추운 날 마음이 타오르는 영화 한 편 원한다면 서슴없이 <미인도>를 선택하라.
드라마 <바람의 화원>
혜원 신윤복은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김홍도와의 미묘한 애정전선을 형성하며 그림을 매개로 왕실과 조정의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
사물을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눈을 지닌 신윤복은 곧은 성품 때문에 조정싸움에서 궁지에 몰리기도 하지만 그 신념이 나쁜 상황을 역전시키는 돌파구가 되기도 한다. 신윤복과 김홍도를 둘러싼 조정의 모략과 일련의 사건들을 보고 있자면 긴장감으로 인해 손에 땀이 날 정도로 박진감이 느껴진다.
또 김홍도가 신윤복이 여성임을 눈치채는 과정을 코믹하고 아련한 분위기로 구성하며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바람의 화원에 또하나의 히로인이 있다면 기녀 정향. 여성의 몸인 신윤복을 가슴에 품고 미묘한 애정관계를 형성하며 두 사람의 행보에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바람의 화원은 혜원 신윤복, 단원 김홍도의 실제 작품을 드라마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어느덧 드라마의 중반을 넘은 바람의 화원. 배우들의 열연과 숨 쉴 수 없이 진행되는 스토리에 마지막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