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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24 김지연 기자]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말을 연신 내뱉는 13년차 배우 심은경. 2003년 드라마 '대장금' 단역으로 시작해 어느덧 13년차가 된 만큼 나이는 어리지만 그의 연기 내공은 여느 중견 배우 못지않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써니' '수상한 그녀' 등을 비롯해 드라마 '태희혜교지현이' '거상 김만덕' '나쁜 남자' '내일도 칸타빌레' 등 출연작도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여성 원톱 영화인 '수상한 그녀'를 통해 흥행을 이끌며 무려 900만명(865만 8800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했다.

명실상부 심은경은 연기력은 물론 흥행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 배우다. 하지만 오는 10일 영화 '널 기다리며'(감독 모홍진 제공/배급 NEW) 개봉을 앞둔 심은경은 무슨 일인지 자신의 연기에 인색하기만 했다.

이 작품에서 심은경은 살인범을 기다리며 복수를 꿈꾸는 소녀 희주를 연기했다. 심은경이 처음으로 도전한 스릴러 영화 '널 기다리며'는 아빠를 죽인 범인이 세상 밖으로 나온 그날 유사 패턴의 연쇄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15년 간 살인범을 기다려온 소녀와 형사가 펼치는 7일간의 추적을 그렸다.

"연기에 대한 욕심이 너무 많았다. 그러다가 연기에 대한 본질적인 걸 많이 잃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시기가 있었다. 그런 깨달음을 얻은 상태에서 희주라는 캐릭터를 접하다보니 연기를 하기가 많이 어려웠다. 그래서 관객들이 희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왜 이렇게 심은경은 연신 ‘부족하다’고 말할까. 그의 말처럼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연기에 대한 욕심이 컸기 때문이다.

"배우로서 늘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희주라는 캐릭터가 어려운 부분이 많아서 잘 연기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선을 다한 연기지만 그렇게 표현하는 게 최선이었을까. 순수성과 잔인성이 공존하는 역할이라 어느 순간 정신이 틀어져 괴물이 자리하게 된 희주를 잘 그리고 싶었다."

연신 겸손의 말을 내뱉는 그지만, 기자 시사 후 심은경의 연기에 대한 평가는 좋은 편이다. 시사 후 기자회견에서 윤제문 역시 "잘 나왔는데요"라며 영화에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물론 첫 스릴러 영화인 만큼 심은경에게 '널 기다리며'는 상당한 도전이었다.

"지금 이 시기를 성장통이라 생각한다. 어떤 분은 성장통을 극복해야 한다고 하시는데 나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다. 힘들면 힘든대로 느끼는 게 가장 솔직하고 나다운 것이다. 어른들이 그러지 않나. 나이대에 맞는 건 다 느껴봐야 한다고. 나 역시 지금 겪어야 할 감정들 안에서 아프고 성장하고 있다."

불과 스물셋, 갓 스물을 넘은 심은경은 오랜 사회 경험 탓인지 꽤나 성숙한 마인드의 소유자였다. 그래서인지 그는 벌써부터 초심 다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릴 때 연기를 하면 세상 무엇보다 행복했다. 그러다 누구든 내 연기를 보고 좋아해야 하고 꼭 칭찬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적이 있다. 그래서 '수상한 그녀' 개봉 후 많이 혼란스러웠다. 그러면서 어떤 배우가 돼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지금은 내 자신을 많이 내려놓고 담담해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어떤 결과에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이는 것, 지금이 그 시기다."

심은경은 배우다.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하면 큰 코 다칠, 생각도 깊고 작품을 연기하는데 많은 고민과 노력을 꾀하는 천생배우. 그런 의미에서 심은경의 성장통이 고스란히 담긴 '널 기다리며'는 그의 연기를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응당 볼 가치가 있다.

사진=허정민 기자

김지연 기자 butthegirl@enews24.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