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이 열린 이 작품의 첫 장면은 지극히 현실적인 밑바닥부터 시작됐다. 긴 나무젓가락으로 말아올린 머리를 간단하게 고정한 은조(문근영 분)는 엄마인 강숙(이미숙 분)이 털보장씨(서현철 분)에게 두들겨 맞는 소리를 들으며 묵묵히 밥을 먹었다. 마치 그 순간이 아니면 영원히 밥을 먹지 못할 듯이.
이후 강숙의 비명소리가 높아지자 은조는 먹던 밥을 남겨둔 채 엄마의 손을 잡고 내달렸다. 강숙과 함께 그 지긋지긋한 털보네 집을 탈출하기 위해, 그리고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우울한 도주는 은조의 소원대로 새로운 현실을 선사했다. 쫓겨나지 않아도 되는 집, 비명소리가 나지 않는 가정이 생긴 것. 물론 그 과정은 은조의 일상답게 남루했다.
털보네 집에서 훔쳐온 반지를 지닌 채 기차에 탔던 은조와 강숙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효선(서우 분)에게 물건을 맡긴 것이 인연이 되었던 것. 이후 반지를 찾기 위해 효선의 집을 찾은 강숙은 그녀의 집이 부유한 대성도가라는 사실에 차근차근 새엄마가 되는 과정을 밟아나갔다.
이후 강숙은 대성(김갑수 분)에게 부탁해 은조를 데려왔다. 하지만 뜯어먹을 것 없는 남자에게 등짝이 보라색이 되도록 맞던 엄마가 이번에는 또 언제 쫓겨날지 불안했던 은조는 악을 쓰며 삶에 대한 분노를 표현했다. 이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강숙의 말에 “마지막이 아닐 경우 자유를 달라”며 새로운 가정을 받아들인 은조의 눈길에는 여전히 냉소가 가득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판타지가 될 이 새로운 집에서 철 없는 공주님 효선은 “언니”라고 자신을 부르며 반겼다. 그리고 달이 네모라고 말해도 믿게 만드는 기묘한 남자 기훈(천정명 분)이 은조의 인생에 들어왔다.
결국 많은 날들을 쓰레기통을 뒤지며 살아갈지언정 엄마에게 넘어간 모자란 남자의 집에서 살지 않겠다던 은조는 대성도가라는 새로운 궁궐에 입성했다. 이제 은조의 인생에 새로운 서막이 열린 셈이었다.
한편 이 날 방송에서는 불량한 눈빛으로 카리스마를 발산했던 문근영과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 발랄한 매력을 펼친 서우가 극적으로 대비되는 매력을 발산하며 브라운관을 장악했다.
신아인 기자/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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